吉圓華 그대 보오-후쿠오카 홈스테이 교류 방문기, 제1신
청솔고개
지금 22일 오후 일곱 시경, 나는 부관 페리호 선상에서 식사를 하고 배가 출항하기만 기다리고 있소. 식사 후 부산항의 야경을 보러 뱃전에 나갔더니만 밤바람이 제법 차오. 국제 여객선 타는 것은 생전에 처음. 여객기보다는 말할 수 없이 시간과 공간의 여유가 있소. 1만 톤급의 페리호도 제법 괜찮소. 부산의 야경은 우리가 다녀온 싱가포르의 야경에는 못 미치더라도 그런대로 볼만하오. 오늘 오후 4시부터 김치봉지 김 등으로 바리바리 옮겨 실으면서 대 장정에 들어간 방문 교류 단은 모두들 약간의 흥분상태와 불안감이 스치는 얼굴이오. 파도가 높다는 말도 있고 해서, 5:30 승선, 객실을 찾아 짐 정리, 6:30 김치찌개 메뉴의 정식 식사, 그런대로 먹을 만하오.
지금은 먼 바다의 파고가 5미터라는 바람에 서둘러 멀미약을 먹었더니 마치 소주 대여섯 잔 마친 것처럼 온몸이 나른한 게 이상한 느낌이오. 찬 기운을 좀 쏘이면 나을까 싶어 뱃전으로 나갔는데 문득 당신과의 여정이 떠올랐소. 술은 아니지만 당신의 따스한 정에 취하고 사랑에 취하고 ‘돌아와요 부산 앞 바다’의 야경에 취해, 그리고 흔들리는 뱃길에 취해 몽롱하오. 잠을 청하는데 파도치는 대로 좌우로 통나무처럼 굴러서 왔다 갔다 하니 정말 이러다가 잠 못 들고 멀미하면 어떡하나. 잠들어 버려야한다 그래야 뱃멀미도 잠재울 수 있다는 가이드의 엄포에 우리는 조금 불안감을 느꼈었소.
늦어도 20:00에는 출항한다고 했는데 20:30에 드디어 출항. 지루한 기다림을 끝나고 그러니 정말 뱃길여행은 사람들에게 시간과 마음의 여유를 보여주는 여행인가 보오. 장장 4시간 반 만의 출항 뱃고동 소리. 참 오랜만에 들어 보는데 이렇게 부드러울 수가 있는지. 세계 최저음 베이스 목소리와 같소. 그러니 예부터 항구 부산 아가씨들은 마도로스에 그렇게 미치고 환장했는지도 모르겠소.
점점 멀어져가는 부산항 컨테이너 부두의 쉴 사이 없이 움직이는 크레인. 그 휘황한 불빛이 한 점으로 남을 때까지 온몸을 방한하고 눈만 내 놓은 채 응시하고는 객실로 들어와서 2등실 벤치 탁자 위에서 이 글을 쓰오. [2002. 1. 22. 화] 2021. 1.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