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과의 약속시간에 마음이 많이 바쁘다. 제대로 챙기지 못해서 불편하지만 이제는 돌입하는 게 옳을 것 같았다. 특히 실내화는 준비해야하는데 안 돼 있었다. 이것저것 준비해서 도배를 했다. 마치고 큰집에 가서 아버지께 작업 경과를 말씀드렸다.
2012. 3. 3. 토. 비.
계속 비가 온다. 아침 9시까지 약속대로 큰집에 갔다. 조금 있으니 동생이 왔다. 농장 농막에 가서 비닐 장판도 깔고 문 도배도 하고 마무리했다. 동생이 의욕을 가지고 하니 보기 좋다. 이건 노동이 아니다. 그대로 치유의 과정이다. 출입문 비닐 입히는 건 동생이 제 능력을 잘 보여 주는 사례다. 끊임없이 지지하는 발언이 중요하다. 칭찬하고 인정해 주었다. 입에 발린 말이 아니다. 성취감, 자신감이 중요하다. 나는 동생과 동행하면서 그의 마음의 병을 치유하는 거다. 사진도 찍었다. 동생과의 동행이란 제목으로 나의 이 과정을 글로 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불현듯 엄습하는 절망적인 생각, 그렇다, 이건 정말 내가 감당해야 할 고통 아닌가. 이것마저 회피하려면 너무 이기적인 것 아닌가. 열다섯 겨울 이후 내 생애 언제 한 번 온전한 마음 평화 경이었던 적이 있었던가. 내가 풀어야 할 화두이다. 석가나 예수가 왜 그리 설산이나 황야를 방황하였던가. 그 심경을 알 수 있다.
비오는 오전 내내 비닐하우스 농막을 마무리 손질하였다. 많은 아이디어가 막 떠오르니 기분이 좋다. 의욕이 생긴다. 동생과 함께 하는 이 시간, 비록 말은 서로 많지 않지만 조금씩 마음을 열어가는 동생의 모습이 희망적이다. 얼굴에 땀이 흐르고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제 의견과 주장이 나오고. 얼마나 큰 발전적인 변화인가. 그 동안 꾸준히 거르지 않고 약을 먹은 결과이고 대화를 통한 효험이 아닌가. 소파 겸용 매트리스, 응접세트 등을 옮겨 놓으면 일석이조 아닌가. 당장 준비해야 할 것은 휴대용 가스레인지다.
강 건너 ㄱㅅㄱㅅ 식당에서 사고디탕으로 둘이 식사를 하고 다음 주 토요일 2시에 이사하도록 약속하였다. 형제의 옷차림이 그냥 막노동일꾼 같아서 식당 주인의 시선이 좀 달라 보이는 것은 내 생각만인지. 아무렴은 어떤가. 큰집에 오니 아직 어머니께서 퇴원하지 않으셨다. 가보고 싶었지만 좀 참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일찍 헤어지기로 하고 일어섰다. 집에 와서 아내 의견도 들어 보고 정리한 농사 계획은 다음과 같다. 왕릉 앞 장골세의 계획은 좀 숙고하자. 우선 여기를 꾸며서 동생이 독립하도록 도와주는 게 급선무 아닌가.
우선 200평 비닐하우스 옆 50평쯤 나오는 텃밭에는 상추, 쑥갓, 치커리, 케일, 감자, 정구지, 봄동 배추, 콩, 호박, 토란 등을 심는다. 시험 재배인 셈이다. 제철채소를 수확하여 섭취한다. 자급자족의 지름길이다. 밭둑에는 나무를 심는다. 엄나무, 두릅, 각종 유실수(복숭아, 감, 대추, 포도, 사과, 배, 매실)를 심는다. 과일도 제철 과일 수확이 바람직하다. 조금씩 심어보고 난 뒤에 확장하는 걸 원칙으로 한다. 앞의 ㅇㅁㄱ씨 농사법을 좀 원용하자. 이건 아내의 아이디어다. 2022. 3.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