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솔고개
2012. 2. 17. 금. 맑음
고향 ㅈㅂ친구에게 연락해서 만나자 했다. 친절한 친구다. 친구이기도 하지만 대소가의 먼 증조항 뻘이다. 호칭과 지칭이 항상 걸린다. 우선 친구라고 할 밖에 없다. 간단히 밭의 위치와 상황을 살펴보고 옆의 ㄴㄱ가든 식당에서 구체적으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ㅈㅂ친구는 소득이 좀 있는 작물을 선정하도록 하고 동생 한 번 면담하겠다고 했다. 나는 동생이 할 수 있는 거를 우선으로 하고 동생의 처지를 소상히 설명하였다. 치유의 차원에서 접근하도록 설명했다.
2012. 2. 20. 월. 맑음.
동생을 데리고 고향 마을 밭에 나가보았다. 11시 30분에 만나자고 아버지를 통해 동생과 약속을 했는데 거의 12시가 다되어서 동생이 있을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기다리고 있었다. 큰집에는 아무도 안 계셨다. 어머니 병원 진료 때문이다. ㅈㅂ아재와 만나기 전에 밭에서 동생에게 밭의 위치와 규모를 설명하여 주었다. 포근한 날씨인데 바람이 좀 불어서 봄날은 아직 좀 이른 것 같았다. ㅈㅂ아재를 만나서 역시 직전에 갔던 ㄴㄱ가든에 가서 벨기에산 돼지 갈비 5인분 시켜서 먹으며 농사일에 대해서 조언을 구하였다. 동생이 공손한 태도는 좋은데 좀 더 적극적이고 목소리가 분명하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비닐하우스 안의 집기 등 사용에 관해서는 ㅈㅂ아재에게 부탁했다. ㅈㅂ아재는 나름대로의 계획을 좀 더 구체적으로 세워서 동생 데리고 가르치면서 진행하겠다고 하니 한결 안심이 되었다. 내일 이사 때문에 동생과 같이 예정한 비닐하우스 청소는 연기한다고 전해달라고 아버지께 연락드렸다.
2012. 2. 21. 화. 비
오늘 농막 밭 청소 문제 때문에 ㅈㅂ아재로부터 전화가 왔다. 비닐하우스 집기 사용하던 사람이 이번 주 일요일에 정리와 청소를 한다고 하니 그 후 와서 준비하는 게 두벌일이 안되는 게 오히려 좋을 것 같다는 말이다. 오늘 청소 못하는 게 오히려 잘 된 것 같다.
2012. 2. 29. 수. 흐림.
오전엔 동생의 약속 때문에 9시에 큰집에 갔다. 오전 중 농막 청소를 하였다. 먼지투성이지만 멋진 전원생활을 꿈꾸면서 기꺼이 했다. 동생 더 열심이었다. 그렇다. 함께 하는 시간이 곧 치유의 시간이다. 12시 조금 지나서 청소는 마치고 근처 손두부집에서 점심을 같이 먹고 헤어졌다. 내일 오후 2시 반에 다시 만나서 도배하기로 약속했다.
<위의 기록은 2012년 2월 말에서 그해 10월 말까지의 나의 농막일기다. 내 생애에서 몸과 마음이 많이 몰입된 경우다. 이 작업은 뜻하지 않게 당시 직면한 내 마음의 위기를 이겨내게 했다. 내게 많은 치유를 가져다 주었다. 이와 관련된 이야기를 앞으로 20여 차례 나누어서 실을 것이다. 2022. 3.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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