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아버지!

아버지 2021, 6

청솔고개 2022. 5. 8. 00:47

                                                                                                    청솔고개

   2021. 8. 4. 12시 10분에 구내매점에 가서 어제 요청하는 세 가지 중환자실 물품을 구입해서 아버지 면회를 했다. 아버지는 눈가에 눈곱이 눌어붙어서 눈이 잘 안 떠지신다. 아버지는 뭔가 웅웅거리는 소리로 나를 아는 체 하시는 것 같다. 이 모습, 이 목소리가 혹여 마지막이 될 수도 있다는 절박한 마음이 든다. 그래서 늘 이런 순간을 마음과 머리에 잘 새겨 두고 싶다. 엊그제까지만 해도 또록또록하시던 아버지의 그 목소리를 다시 들을 수도 없다고 생각하니 갑자기 마음이 울컥해진다. 주치의가 회진한다. 나 보고 아버지가 힘들게 내려왔다는 말을 해 준다. 좀 있으면서 경과를 보자는 일반적인 말만 한다. 이번에도 나는 다른 말은 아끼고 배려해 줘서 고맙다는 말을 두어 번 반복했다. 부모 일이라 끝까지 뻗대는 건 결국 참게 된다. 내일 첫째 여동생 내외의 면회 건에 대해서 면회 관리인에게 물어보았다. 나중 면회할 사람은 비공식적으로 부탁하면 될 수도 있다고 한다. 여동생에게 그대로 전해 줬다. 뭔가 하나씩 매듭지어지는 것 같다.

   며칠째 생애깁기를 완성해 본다. 아버지 발음 어눌하심이 너무 황당하고 안타깝다. 다시는 아버지 그 힘이 들어가신 목소리 못 들을 것만 같은 생각도 든다. 가슴이 에인다. 앞뒤 상황을 확인해보니 거의 이틀 만에 생긴 변고 같다. 2 주 정도가 고비라고 한다. 그때까지 혈전이 녹으면 핏줄이 뚫리고 목소리를 회복할 수 있을지 희망을 걸어본다. 식사 후 일기를 정리하다가 너무 피곤해서 거실 소파에서 잠시 쉰다는 게 일어나보니 새벽 3시가 훨씬 지났다. 다시 생애깁기 작업을 이어간다. 새벽에는 견딜 만하다.

 

   2021. 8. 5. 한여름 하늘의 구름처럼, 늦가을을 흘러가는 여울목처럼, 그냥 흘러가도 그 흐름 속에는 어떤 뜻이 있는 것 같다. 요즘 나의 생애깁기가 그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서울에서 여동생 내외가 아버지 문병 온다고 연락이 왔다. 나도 준비해서 병원에 갔다. 3층 중환자실 면회소 앞에 같이 갔다. 먼저 여동생이 들어가서 20분 정도 있다가 다음으로 비공식적으로 매제가 면회를 부탁해서 들어갔다. 먼저 면회하고 나온 여동생은 깊은 수심에 잠긴 표정이다. 곧장 울 것만 같다. 어찌 막을 수 있을까. 생로병사라는 인생의 고비를. 매제는 내 다리 저림에 대해서 걱정을 해주면서 자기도 일 년에 한 두 번씩 도수치료를 받으면 좋아진다면서 주소까지 찍어서 건네준다. 내가 그리해 보겠다고 말은 했지만 그리 쉽게 해결될 문제는 아님이 분명하다. 구내 찻집에서 차 한 잔씩 시켜서 차 안에 가서 같이 마시면서 나머지 이야기를 나눴다. 여동생 내외가 자식 노릇한다고 서울에서 이 염천에 들리는 것을 보니 기특하다. 내가 절뚝거리면서 주차장을 빠져나오니 차도 출발한다. 그 옆에 있다가 떠나는 걸 가까이서 지켜보면서 손이라도 흔들어 줄 걸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2021. 8. 6. 오전에는 푹 쉬었다. 점심을 좀 일찍 먹고 아버지 면회 가는 걸 서둘렀다. 아버지는 엊그제보다는 발음이 조금 분명해지신 것 같다. 입안을 닦을 경황이 없어서 허연 게 잔뜩 끼어 있다. 칫솔질도 여기서는 힘들 테니 안타깝기 짝이 없다. 나는 반복해서 아버지께 어제 여동생 내외 온 것, 큰 아들인 내 이름 등을 여쭈었더니 많이 어눌하긴 하지만 알아 들을 수 있을 것 같아서 발음이 많이 좋아졌다고 격려해 드렸다. 그래도 가끔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들을 때는 나도 답답해온다. 20분 동안 자주 다리를 주물러드리고 눈곱이 끼어 거의 붙어 있다시피 한 눈을 화장지를 가지고 간 물로 살짝 적셔서 닦여드렸다. 개운해 하시는 것 같다. 물티슈로는 눈 가로는 피하고 이마와 볼, 입술 등을 닦여드렸다. 이것이라도 해 드릴 수 있어서 정말 좋다.    2022. 5.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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