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아버지!

어머니의 노래 2

청솔고개 2022. 5. 17. 00:04

                                                                                         청솔고개

   2014. 11. 24. 아침부터 비가 온다. 마음이 좀 누그러지는 느낌도 있다. 거리에는 온통 비에 떨어진 낙엽투성이다. 늦가을을 실감할 것 같다. 아침에 아버지 모시고 병원에 갔다. 오늘이 벌써 응급실을 거쳐 중환자실에 입원하신지 11일째다. 낮12시 쯤 중환자실 앞의 풍경은 늘 비슷하다. 오늘은 월요일이라 보호자나 가족의 면회가 좀 뜸하다. 요즘은 하루 종일 불안하고 불편하고 힘든 마음이다. 계절적인 요인, 가정의 환경 등 때문인가. 언젠가는 나도 이 터널을 벗어나서 밝고 쾌청한 하늘을 볼 수 있지 않겠나 하고 염원해 본다. 아버지께서 먼저 들어가셔서 죽을 먹이셨다. 10분도 안 남아서 내가 들어가 몇 모금 잡수게 했다. 어머니 안타깝고 불쌍해서 어떡하나? 마음이 참 무겁다. 오전에 담당의사 면담 연락 준다고 했는데 없다고 간호사에 말했더니 바빠서 그랬다면서 미안하다고만 한다. 내일 오전 11시에 담당 의사가 진료할 때 요청하면 된다고 했다. 좀 무책임하다. 아버지께 식사하자고 말씀드리니 집에 가서 먹겠다고 하신다. 큰집까지 태워드리고 오는 내 마음은 더욱 무겁다. 삶이란 이렇게 중하고 또한 쓸쓸한가.

   저녁에는 나 혼자 가서 면회했다. 죽을 거의 3분의 2 정도는 드셨다. 열이 심하시다. 37.6도라 했다. 자꾸 떠신다. 왜 그런지 물어봐도 간호사는 시원스런 답을 못해준다. 입장이 그래서 그런가.

 

   2014. 11. 25. 중환자실에서 간호사가 어머니 병세에 대한 전화가 왔다. 대략의 이야기는 있었지만 아무래도 먼저 뇌경색 관련이라서 신경과 담당 의사를 일단 예정대로 약속대로 만나겠다고 말했다. 물론 어머니는 지금은 신부전증으로 내과로 전과되었다고는 하지만.

   오전 10시 30분 되어 큰집에 아버지 모시러 갔다. 병원 2층 신경과 앞에서 거의 12시 지나도록 기다렸다. 담당교수와 면담 내용은 이젠 어머니의 뇌경색 증상은 급성기는 지났다는 이야기다. 심한 탈수증으로 콩팥은 심하게 다쳐서 내과로 넘어 갔다는 내용이다. 이미 말해준 간호사의 이야기와 별반 다르지 않다. 아버지께 점심 식사를 같이 권했지만 집에 끓인 국도 있고 해서 굳이 집에 가셔서 잡수시겠다고 하신다. 내게 부담 주지 않으려는 생각 같아서 마음이 짠했다.

   집에 와서 간단히 식사하고 공원의 늦가을을 걸었다. 내 마음이 좀 누그러진다. 편안해진다. 넓은 바닥에 깔린 낙엽 때문에 길이 다 묻혀버렸다. 꼭 올 2월 눈이 왔을 때와 숲이 덮인 모양은 꼭 같다. 아직까지 제 빛깔과 자태를 잃고 있지 않은 동상 입구 주변의 애기 단풍이 선연했다.

 

   2014. 11. 27. 아내는 오전에 김장 준비 모두 마치고 내가 점심 때 어머니 면회하고 오후부터 같이 김장을 담갔다. 내가 열심히 뒤모도를 잘 해낸 것 같았다. 오늘도 점심때는 아버지와 같이, 저녁때는 혼자서 어머니를 찾아뵈었다. 아버지가 많이 피곤해 하신다. 좀 쉬시는 게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쉬도록 하셨다. 아버지도 이제 여든 다섯에서 여섯으로 넘어가는 고령이시다. 어머니께서는 도대체 미음이고 죽이고 잡수시지 않는다. 안타까울 따름이다.

 

   2014. 11. 28. 김장 담아놓은 김장 통을 4개 실어놓았다가 점심 때 어머니 찾아뵙고 난 후 큰집 아버지한테 갖다드렸다. 저녁 면회 시간에 주치의가 면담 약속을 지키지 않아 간호사 보고 좀 언성을 높였다. 어머니가 홍시를 먹고 싶다고 하셔서 아버지가 홍시를 사 오셨다. 내가 억지로 2개 정도 먹여드렸다. 그래도 참 다행이다. 연신 안 먹어 하시면서도 홍시 담은 숟가락이 입에 가까이 닿으면 입맛을 다시는 어머니 모습을 뵈니 웃음이 절로 난다. 내가 이제 좀 마음의 여유를 가졌다는 건가.

 

   2014. 11. 30. 1박 2일 고향 마을 모임을 마치고 집에 오니 오후 4시가 됐다. 피곤해서 한숨 가볍게 자고 아버지 모시고 병원을 찾았다. 주치의가 기다리고 있었다. 내일 퇴원 수속해서 요양병원에 가도 된다는 진단을 받아냈다. 아내는 아는 사람에게 부탁해서 근처 요양병원 입원 수속을 다 마쳤다. 이때만큼은 아내의 추진력이 돋보인다. 이제 뭔가 좀 해결이 되는 것 같기도 하다.

 

   2014. 12. 1. 오전 10시 50분까지 병원에 가서 어머니 퇴원 준비를 마쳤다. 아버지는 좀 늦게 도착했다. 3명이 각기 역할 분담을 해서 요양병원에 어머니를 입원시키고 나니 거의 1시 반 되었다.    2022. 5.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