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아버지!

어머니의 노래 8

청솔고개 2022. 5. 23. 00:10

                                                                                                            청솔고개

   2014. 12. 10. 아침부터 참 마음이 무겁다. 오늘은 내가 정말 어쩔 줄 모를 것 같다. 큰 여동생도 가고 계속 끊임없이 부정적인 생각이 나의 가슴을 할퀴고 있다. 내가 참 강하다고 생각했었는데, 지금은 아닌 것 같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나는 평생 단련된 심신으로 다 이겨낼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아닌 것 같다. 점심 때 아내와 같이 병원에 갔다. 어머니께 연결돼 있는 약봉지와 계기가 상당히 줄었다. 반도 안 남은 것 같다. 어머니는 오늘은 머리를 도리질 하시면서 잠시도 가만있지 않으신다. 이빨과 입술에 피가 흘렀는지 뻘겋다. 마치 마우스피스라도 끼워놓은 것 같다. 발음도 더 어눌하시다. 오늘은 계속 대변 보고 싶다고 하신다. 자주 일으켜 세워 달라고 하신다. 이 두 가지 요구를 하루 종일 반복하시는 것 같다. 그러면서 허리 아프다고 호소하신다. 얼마나 당신 스스로를 더 힘들게 해야 하는가. 가슴이 메어지는 것 같다.

   오후에 공원 산책에 나섰다. 오늘은 허리 상태가 최악이다. 4,50분 걷는데 6,7군데 앉아서 쉬었다. 도저히 발이 저려서 걸음을 옮길 수가 없었다. 다리가 심하게 저리고 하초가 마비된다. 부정적인 모든 생각들이 내 머리와 가슴을 강타한다. 숨을 잘 쉴 수 없을 것 같다. 가슴의 호흡도 가빠온다. 겨우 한 시간 정도 시간을 때우고 집으로 돌아왔다. 간단히 식사하고 아내와 같이 또 병원 행이다. 어머니는 도리질은 계속된다. 잠시도 가만있지 않으신다. 주사약봉지와 계기는 현격히 줄어들었다. 좋은 신호로 받아들여야 하나. 아버지가 간호사에게 걱정돼 뭐 좀 물으려 하니 간호사가 주치의교수가 매일 와서 체크하니 걱정하지 말라고 한다. 나와서 공원 운동장에서 한 시간 정도 걸었다. 날이 별로 춥지 않아서 힘들지 않았다.

 

   2014. 12. 11. 날이 흐리다. 기온은 별로 내려가지 않았지만 햇볕이 엷어져 추운 느낌이 든다. 병원에서 아내한테 어머니를 오후 2시에 1인실로 이송한다고 연락 왔다. 오늘은 약봉지는 하나밖에 드리우지 않았다. 이게 어머니 병세가 많이 좋아진 조짐 같으면 좋겠다 싶다. 아버지도 오셨다. 아버지께 오후 2시에 오시라고 아내가 전했다. 그러면서 아내는 아버지한테 간병사 데리지 말고 우리 셋이서 교대로 간병하기를 제안했다고 했다. 나는 겉으로는 정말 감당할 수 있을까 하는 우려 섞인 표정을 지으면서도 속으로는 아내의 판단과 결정에 참 고마웠다. 현명한 처사라는 생각이 든다. 제대로의 가족 노릇, 자식 노릇, 보호자 노릇이라도 해야 여한이라도 없을 게 아닌가. 아버지도 반색하시더라는 아내의 전언이다. 우린 급하게 나와서 오후 2시 기해 병실 옮기는 데 대한 준비를 했다. 점심 먹을 시간도 잘 안 난다.

   오후 2시 좀 지나서 김밥 세 줄 사서 갔다. 아버지는 아직 안 오셨다. 6305호 1인실로 환자용 침대가 옮겨졌다. 오후 3시 지나서 아버지가 오셨다. 여기서 도합 몇 차례 이사인가. 모두 5,6차례는 된다. 30분이 지나도 간호사가 오지 않아서 독촉을 했더니 그제야 왔다. 이것저것 처치 다하고 이제 핏줄에 여러 가지를 연결해야 하는데 다시 핏줄을 찾을 수 없다고 했다. 거의 30분이나 시도하다가 좀 쉬시게 해야 한다면서 그냥 가버렸다. 어머니는 연신 찔러대는 주사 바늘 통증에 단말마의 비명을 지르신다. 옆에서 차마 마음 편하게 들을 수 없어서 잠시나마 우리 내외는 나가 있다가 들어왔다. 어머니 핏줄이 평소에 잘 찾아지지 않은 것은 알고 있었지만 참 안타까운 노릇이다.

   점심용 김밥을 먹어야 했다. 복도 라운지에 가서 식사를 하면서 내가 힘든 표정을 지으면서 “내가 상담이라도 받아야 할 것 같다.”고 호소해 본다. 그러면서도 한편 괜한 소리를 꺼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버지가 병원에 오셨다. 우리가 오늘 병원에 있겠다고 말씀드리니 “오늘 저녁은 니 엄마 병세도 지켜 볼 겸 꼭 내가 있고 싶다.”고 말씀하신다. 두 번이나 내가 있겠다고 했지만 안 되겠기에 “그럼 오늘 저녁은 아버지께서 수고해 주세요.” 하고 받아드렸다. 이어서 아버지께 병원 내 지켜야 할 일, 어머니 혈관 주사바늘 안 된 것. 김밥 드실 것 등 몇 가지 일러드리고 내일 아침 9시에 교대할 것을 말씀드리고 나왔다. 아버지라도 이렇게 건재하시니 참 다행이다. 좀 마음을 토하고 나니 속이 편해지고 희망이 생긴다.

   집에 와서 저녁 때 우리가 저녁 식사로 준비해간 김밥 빨리 드시라고 아버지한테 전화해 드렸다. 낮에 샀으니 더운 공기 때문에 변질 될 수도 있고 꼭 확인하고 잡수시라고 전했다. 안 잡수실 것 같으면 냉장고에 넣어두시라고. 오늘은 아버지도 유달리 진솔하고 간곡한 목소리이시다. 아버지에 대한 그러한 생각에 또 눈물이 난다. 이 순간은 아버지께 손 편지 한 장이라도 써서 전해드리고 싶다.    2022. 5.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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