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솔고개
2015. 2. 12. 첫째 동생하고도 좀 대화 나누다가 집에 오면서 다시 요양병원 어머니를 찾아뵈었다. 코 줄이 빠져 있었다. 오늘따라 어머니는 정신이 많이 돌아오시고 기력도 많이 회복된 것 같아서 내가 반색하지 않을 수 없었다. 코 줄 빠진 김에 입으로 물이라도 자시는 걸 시험 삼아 해 볼 걸 담당 간호사한테 요청했더니 물과 요구르트를 좀 드려보았다. 뱉어 내지는 않으시고 얼굴을 찡그리면서 “이 뭐꼬, 십다!”하신다. 메디푸드를 이렇게 드시게 해 보겠다고 담당 간호사가 약속했다. 역시 사진과 동영상을 좀 담아 놓았다. 어머니가 코 줄 뺀 모습이 참 오랜만이어서 반가운 마음에 좀 많이 담아놓았다. 아, 우리 엄마! 하고 속으로 되뇌어본다. 병원을 나오면서 아버지한테 전화를 드렸다. 어머니의 정신이 조금이라도 회복하신 것과 코 줄 빠진 김에 입으로 물과 요구르트 시음하신 거가 참 새롭고 기대되는 소식이다 싶어서였다. 내 말을 들으시던 아버지의 목소리더 조금은 밝아지시는 것 같았다. 이게 부자간의 소통과 교감일 것 같다. 이게 행복이다. 8시 다 되어서 집에 도착했다. 오늘은 정말 꽉 찬 하루다.
2015. 2. 17. 오전에 설 명절을 앞두고 어머니를 찾아뵈었다. 약간 눈을 뜨시니 반갑다. 요즈음 아내와 같이 설 명절 장을 보느라 바쁘다. 저녁에 큰집에 가서 제수 준비한 것 보관해 놓고 첫째 마중 갔다. 아버지는 몸이 여전히 쾌치 않으셨다. 안타깝다. 병원에 가서 결과를 보고 오셨다. 오늘따라 더욱 쓸쓸한 모습이시다.
2015. 2. 19. 을미년(乙未年) 새아침이 밝았다. 새벽 네 시 반에 일어나서 제수 준비해서 큰집에 갔다. 방을 치우고 쓸고 병풍 준비하고 제상을 펴서 제사 준비를 다하였다. 아버지를 오시라 해서 세배도 드렸다. 당연히 옆에 어머니가 계셔야 하는데 오늘은 안 보이신다. 요양병원에 혼자 쓸쓸히 병상을 지키신다. 아니 쓸쓸하신 자각도 없으실 것 같다. 제사를 모시고 난 뒤 좀 있으니 삼촌댁 식구들이 왔다. 덕담을 주고받으니 마음은 훈훈하다. 오후에 아내, 첫째와 같이 요양병원 어머니를 찾아뵈었다. 간호사, 간병사한테 줄 음료수, 선물도 준비했다. 어머니는 오늘 눈을 뜨고 계신다. 아내가 너무 반가운 나머지 눈물을 흘린다. 나도 눈시울이 젖어든다. “ㅎㅎ 보고 싶다.”라는 한 말씀이 우리 가슴을 찌른다. 또 눈물이 난다. 좀 있으니 첫째누이 내외와 조카가 도착했다. 함께 같이 어머니 곁을 거의 한 시간 정도 지켜드렸다.
2015. 2. 26. 자전거로 운동 삼아 좀 달리다가 오후 6시 지나서 요양병원을 찾았다. 어머니는 뵙기에 여전히 안타까운 모습이시다. 어머니는 눈을 감고 계신다. 이승인지 저승인지 모를 그 모습을 지켜보는 마음이 이제 거의 무디어진 것 같다. 해가 지니 꽤 춥다. 2022. 7.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