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아버지!

어머니의 노래 23

청솔고개 2022. 7. 24. 00:05

                                                                                                                                청솔고개

   2015. 3. 1.    새 달, 새 봄이다. 오전은 그냥 쉬면서 보냈다. 서둘러 점심 먹고 내 척추관협찹증 완화하러 마사지센터에 갔다. 스포츠마사지 마치고 아내가 먼저 어머니 찾아뵙자고 한다. 병실 입구에 들어서는데 어머니 맞은편 병상에 커튼을 드리워놓았다. 환자에게 뭔가 처치를 하는 것 같아서 의아해 하면서 뭔지 몰랐는데 나중 상황을 확인해 보니 구순 할머니의 임종장면이었다. “좋은 데 가십시오.”하고 누군가가 명복을 빌어드린다. 이어서 애도의 말들이 두런두런 들리고 나중에는 교회에서 일단의 무리들이 와서 기도하고 추모한다. 돌아가신 분은 입을 딱 벌리고 눈은 뜨고 있었다. 문득 언젠가는 우리 어머니도 저런 모습으로 가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머니는 눈을 뜨고 계신다. 그런데 말귀는 통하지 않는다. 시선의 초점도 안 맞는다고 아내가 안타까워한다. 나는 또 사진과 동영상으로 이 순간을 기록해 둔다. 어머니 볼에 내 볼을 대 본다. 집중 안하시니 귀에다가 장난삼아 손가락을 대니 “뭐꼬!”하시면서 눈을 뜨신다. 얼굴 표정에 반응이 역력하다. 따스하다 하시는 것 같다. 나중 어머니가 그리울 때, 보고플 때 맘껏 보고. 10분 쯤 있다가 나왔다. 그리운 어머니, 안타까운 어머니!

   2015. 3. 5.    저녁 식사 후 모처럼 자전거 타고 요양병원에 가서 어머니를 뵈었다. 아버지가 불그레한 취기 오른 모습으로 소파에 앉아 계셨다. 우리 집 이사 때문에 마당의 목련과 영산홍 옮기는 일과 노령연금에 대해서 미리 말씀 드렸다. “나는 이제 잘 모르니 니가 알아서 하라.”고 하신다. 그런 모습에는 체념보다는 달관하신 모습이시다. 어머니께 “엄마, 어무이요!”하고 크게 말씀 드리면 그때서야 눈을 뜨신다. 아버지는 먼저 가시고 좀 있다가 자전거로 다시 집에 돌아왔다.

   2015. 3. 6.   오후에 아내와 같이 요양병원에 가서 어머니를 뵙고 요양비를 지불하였다.

   2015. 3. 14.    오늘은 날이 무척 포근하다. 더울 지경이다. 오전에 모임에서 발표를 듣고 이어서 요양병원에 가서 어머니를 뵀다. 눈을 간간히 뜨시며 나를 응시하는 것만으로도 나는 위로 받아야 한다. 뭐라고 헛바람 빠지는 듯한 목소리로 말씀하시는데 잘 못 알아듣겠다. 바로 큰집에 갔다.

    2015. 4. 3.    며칠째 날씨가 계속 흐리다. 며칠 새 벚꽃이 활짝 피어버렸다. 엊저녁 폰 가지러 차에 가는데 돌풍이 보통이 아니다. 이렇게 심술궂은 봄바람이라니. 엊그제부터 이맘 계절에 벚꽃만 보면 참 좋아하시던 어머니 생각이 간절하다. 아내와 같이, 혹은 나 혼자 어머니를 모시고 보문호변에서 정담을 나누던 시절, 그 때 찍은 사진이 보고 싶다. 가슴이 아린다. 아프다. 우리가 이런 이쁜 집에 이사한 사실도 알려야 하겠는데 방법이 없다. 맑은 정신 있으실 때 더러 “너거 집에 함 가보자. 많이 변했는지 궁금타.” 하시며 우리 사는 모습을 보고 싶어 하셨다. 그래서 지난 해 줄장미꽃이 어울어 지던 6월인가 한번 집에 모셨다. 그 때가 마지막일 것 같아서 가슴이 아프다. 작년 가을에도 잠시 모신 걸로 기억된다. 당신의 두 손자를 또 얼마나 보고 싶어 하셨던가. 이제 그 손자들이 찾아와도 알지 못하는 상황이 돼 버린 것 같다.    2022. 7.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