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솔고개
2015. 4. 22. 오늘도 어제와 거의 똑 같은 일과다. 앞으로 별다른 행사가 없으면 이렇게 하루를 보내야 하겠다. 오후 1시 40분까지 아버지를 모시고 스포츠마사지 하러 갔다. 아버지는 이번을 마지막으로 마사지가 몸에 안 맞는 것 같아서 안 받으시겠다고 하신다. 억지로 하시게 해서 부담 드리는 것도 도리가 아니다 싶어 그냥 앞으로 혹 몸이 안 좋으시면 자유롭게 받으시라고 말씀 드리었다. 마사지 명함도 챙겨드렸다. 어머니 면회 문제로 요양병원에 연락해 보았더니 신종 플루 환자가 생겨서 당분간 면회 제한 조처를 한다고 하는 답변이다. 아버지 보고는 적절히 가서 어머니 몸 만져드리시되 그들이 신경 안 쓰게 손 소독, 마스크 착용하시면 그래도 좀 덜 부담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는 말씀을 드렸다.
2015. 5. 2. 오후에 어머니한테 들러 간병인들에게 물휴지와 휴지를 전하고 어머니를 지켜 뵈었는데 잠만 주무신다. 살짝 머리를 만져 봐도 손을 잡아 봐도 반응이 없으시다. 마음이 아파온다. 그러나 곧 담담해진다.
2015. 5. 5. 아내, 첫째와 같이 아버지 모시고 점심 식사했다. 돌아오는 길에 요양병원 어머니한테 갔다. 오늘은 눈을 뜨고 계신다. 처음엔 잘 못 알아보시더니 좀 지나니 나보고 “ㅊ이 아이가!”하신다. 첫째와 아내가 잠시 시장 보러 간 새 이런 말씀을 하시니 같이 들었더라면 좋을 걸 하는 생각이 든다. 또 아내보고 “고맙다.”고도 하신다. 이럴 땐 정신이 돌아오신 모양이다. 그래도 표현을 못하시니 얼마나 답답하시겠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건 지나친 나만의 생각인가. 그래도 어머니와 이렇게 간간히 소통하는 게 정말 눈물 나도록 반갑다. 그리 보고 싶어 하시던 손녀도 며느리도 잘 못 알아보시는 어머니, 아내는 어머니 볼에 살이 쪽 빠진 걸 보고 마음 아파한다. 아내가 어머니 볼에 살짝 뽀뽀를 해드린다. “불쌍하신 우리 어머니!” 아내의 진정성을 볼 수 있다. 이런 아내가 또 고맙다. 병상에 계시는 어머니를 그냥 두고 나오려니 또 뒤돌아 보인다.
2015. 5. 12. 며칠 만에 요양병원을 찾았다. 어머니가 좀 정신이 돌아오신 듯하다. 아버지가 어머니를 위해 꽃이 핀 화분을 하나 갖다 놓으셨다. 간병인은 마르면 호흡기에 안 좋다고 집에 가져가라고 한다. 난 아버지께 말씀 드리겠다고 하고 일단 치우는 건 좀 유보해 두었다.
2015. 5. 16. 오후 6시 20분에 요양병원 어머니 뵙고 시내 공원에서 봄 햇살과 바람을 맞았다.
2022. 7.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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