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아버지!

어머니의 노래 24/ 강변 벚꽃을 찍은 걸 보여드려도 별무 반응이시다. 정말 꽃을 좋아하시던 분이었는데, 내가 화분을 사가지고 드리면 그리 좋아하셨는데

청솔고개 2022. 7. 25. 00:05

                                                   청솔고개

   2015. 4. 3.    언젠가는 이런 날이 오리라고 예견은 했었지만 이렇게 빨리 급작스레 오리라고는 정말 생각하지 못했다. 기적이라도 생긴다면 모르지만 어머니의 생각과 마음은 벌써 ⁰레테의 강을 건너신 건가. 아니면 속으로 황천(黃泉) 건너가실 준비를 하시는가. 가끔은 내가 어머니처럼 돼버린다면 하는 상상도 해본다. 몸과 마음의 고통은 불지옥 물 지옥인데 드러낼 수는 없고 가족들은 환자 위한답시고, 환자 살린답시고 수많은 관과 계기를 꽂아놓고 고문 아닌 고문을 한다면 난 어떡할 것인가. 산 것도 아닌 것이고 죽은 것도 아닌 것. 이런 상황이 한없이 계속된다면 어쩔 건가. 어머니한테 보여드리기 위해서 새 집 주변과 방안을 폰으로 찍어 놓았다. 이제 가로수 벚꽃도 좀 찍어서 보여 드려야지. 내가 가끔 아주 값싼 화분 한 두 개라도 사 가지고 가면 그렇게 좋아하셨는데. 이제는 다 흘러간 꿈이다. 가슴이 또 무겁고 절망감이 엄습한다. 이런 모든 기록이 다 무슨 소용 닿는가 하는 절망의 절망. 그 끝을 보는 것 같다. 스포츠 마사지 2시에 마쳤다. 오늘 참 오랜만에 어머니를 뵈러 간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설렌다고나 할까 죄송스럽다고나 할까. 벚꽃을 찍으러 공원 쪽을 향했는데 멀어서 어머니께서 가까이에서 보기에 안 맞은 것 같았다. 이리저리 살피다가 강변공원 어린 벚꽃나무에 꽃이 탐스럽게 피어있어서 잠깐 주차하고 찍었다. 어머니가 과연 이걸 보시고 인지하실까. 작년 같았으면 정말 좋아하실 텐데 올봄은 이렇게 달라지셨다. 세월의 변환은 어찌할 수 없는 일. 참 오랜만에 어머니를 찾아뵈었다. 굳이 아내한테 광고할 필요는 없을 테고. 간병인들 말로는 직전까지는 어머니께서 대꾸도 잘 하시고 활발하셨다는데 지금 말을 안 하신다고 한다. 그 말을 다 믿지는 않겠지만 이승도 아니고 저승도 아닌 어머니의 정신세계가 정말 안타깝고 슬플 뿐이다. 만일 내가 어머니 같은 처지가 된다면 상상조차 하기 싫다. 강변 벚꽃을 찍은 걸 보여드려도 별무 반응이시다. 정말 꽃을 좋아하시던 분이었는데, 내가 화분을 사가지고 드리면 그리 좋아하셨는데. 집에서도 현관문을 열어놓고 화단의 꽃을 바라보시곤 하셨는데. 나는 그만 울고 싶어진다.

   2015. 4. 15.    오전에 스포츠마사지 받고 점심때쯤 어머니 뵈러 요양병원에 갔다. 어머니는 거의 눈을 감고 계시고 나를 전혀 인식하지 못하신다. 안타까운 마음보다. 이제 좀 무감각해진다. 벌써 이래서는 안 되는데. 그냥 의례적으로 뵙고 오는 것 같아서 마음이 편치 않지만 이래라도 하지 않으면 더 불편할 것 같다. 모처럼 활짝 갠 봄날 한 낮이다. 강변길을 자전거로 달려본다. 싱그럽고 시원한 봄바람이 내 뺨을 스친다. 기분이 매우 좋다. 기분이 멋지게 전환된다. 강 건너 옥녀봉, 송화산 자락의 새잎, 새움 빛깔이 곱고 아름답다. 오후에 역시 베란다에 양광이 다사롭다. 철쭉과 베고니아 빨간 빛이 더욱 선연하다. 기분 좋은 하루였다.

   2015. 5. 2.    오후에 요양병원 어머니한테 들러 간병인들에게 물휴지와 휴지를 전하고 어머니를 지켜 뵈었는데 잠만 주무신다. 살짝 머리를 만져 봐도 손을 잡아 봐도 반응이 없으시다. 마음이 아파온다. 그러나 곧 담담해진다.    2022. 7. 25.

[주(注)]

⁰레테(그리스어: Λήθη, 영어: Lethe): 그리스 신화 속의 망각의 여신이자 강이다. 아케론, 코퀴토스, 플레게톤, 스틱스와 함께 망자가 하데스가 지배하는 명계로 가면서 건너야 하는 다섯 개의 강 중 하나이다. 망각의 강이라고 불린다. 망자는 명계로 가면서 레테의 강물을 한 모금씩 마시게 되는데, 강물을 마신 망자는 과거의 모든 기억을 지우고 전생의 번뇌를 잊게 된다.<'위키 백과'에서>

¹황천(黃泉) : 고대인에 의하여 지하에 있다고 상상되던 세계.사자(死者)들이 산다는 암흑의 타계(他界)이다. 구천(九泉) ·황토(黃土) ·명도(冥途) ·저승이라고도 한다.<‘네이버 지식백과’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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