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길

그해 겨울 1, 피폐하고 방황하는 청춘이라서 밤새 시뻘건 울분만 토하곤 하지만 언젠가는 우리들의 세상이 올 것이라는 희망과 기대를 잃지 않았었다

청솔고개 2023. 1. 25. 23:33

                                                                                                   청솔고개

   수십 년래의 한파가 연일 한반도 상공을 휘몰아치고 있다. 요 며칠 같으면 잠깐의 외출도 겁날 지경이다. 문득 아득한 지난날의 겨울날들을 떠올려본다. 70년대 전반 겨울은  춥고 무척 거칠었다. 암울한 시대적 분위기가 겹쳐져서 더욱 그랬다. 그때 20대 우리들이 기대어 위로 받을 곳이란 딱 두 곳, 시대의 울분과 청춘의 고뇌를 음유한 노래와  민족주의신념이었다. 우리를 구원해줄 그 무엇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 때는 아직 젊은 나이라 어디 기댈 데라도 있었지만 지금의 나는 도무지 등 받쳐 기댈 곳이라고는 없는 것 같다. 그래서 요즘 혹한이 더 독하고 두렵게 여겨지는 것 같다.

   당시 겨울이면 눈보라 치는 태백준령을 혼자 넘는 나의 모습을 상상해 보곤 했었다. 용기 없는 나는 그렇게 실행에 옮겨보지는  못하고 늘 가슴속 상상만 했었다. 청춘의 고뇌를 그저 혼자 토로하기만 했었다. 천신만고 끝에 그 너머에는 동해바다가 펼쳐지고, 그 어딘가 외딴 섬에는 얼어붙은 우리들의 마음을 녹여줄 등대지기의 따스함을 그리워하곤 했었다.

   그 안에는 활활 타는 장작 난롯불이 있고 그 주변에는 조국과 민족을 위해 몸 던질 각오가 돼 있는 많은 청춘들이 자리 잡고 있다. 그들 중에 어느 곳에 용기 없는 나도 끼어 있다. 지금은 비록 피폐하고 방황하는 청춘이라서 밤새 시뻘건 울분만 토하곤 하지만 언젠가는 우리들의 세상이 올 것이라는 희망과 기대를 잃지 않는다.

   그 청춘들을 위로하는 노래 중에 하나가 ‘등대지기’다. 나는 오늘 밤새 이 등대지기를 되뇌어보면서 20대 전반 나의 청춘시절을 반추해본다.

   그때 우리가 밤새워 피 토하면서 찾아헤매던 우리들의 세상은 과연 도래했는가. 나의 좋은 세상은 어디에 있는가.

 

등대지기

 

얼어붙은 달그림자

하늘위에 차고

한겨울에

거센 파도 모으는 작은 섬

생각하라

저 등대를 지키는 사람의

거룩하고 아름다운

사랑의 마음을

 

바람소리 울부짖는

어두운 바다에

깜빡이며 지새이는

기나긴 밤하늘

생각하라

저 바다를 지키는 사람의

거룩하고 아름다운

사랑의 마음을

2023. 1.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