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길

나에게 친구란 1, 나의 무소뿔을 더욱 강하게 키워야 한다. 이것만이 내가 가장 인간다움을 회복할 수 있는 첩경이다

청솔고개 2023. 2. 9. 22:41

청솔고개

나에게 친구란 어떤 의미인가. 칠십을 훌쩍 넘은 이 나이에. 동서고금의 많은 현인들은 친구에 대한 철학적인 접근을 줄기차게 해왔다. 그들은 대개 친구를 아주 찬미하고 찬송한다. 이로써 그 본질을 설파하고자 한다. 영화나 드라마, 혹은 노래가사에서처럼 익숙하게. 주변의 많은 친구들이 동시대 역사 무대의 중심에 선 한 인물을 위해, 그의 성공과 리더십 유지를 위해 기꺼이 자신들의 꿈을 희생하고 목숨까지도 바꾸었다는 미덕과 미담, 용기와 희생이 다양한 스토리로 전해진다. 이것에 나는 대단히 과장적이고 상투적인 느낌이 든다.

나는 친구를 찬미하는 노래가사가 어쩐지 대부분 다소 허구적이며 위선적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당사자의 마음이 얼마나 가난하면 그렇게 우정과 맹세를 하소연하다시피 하는가. 때로는 그 내용들이 너무나 이상적이고 완벽해서 보통 인간들은 도저히 도달할 수 없을 것 같은 경우도 있다.

그래서 나는 이제는 정말 그런 비현실적인 친구 관계에 대한 의무나 기대를 접고 싶다. 나로서는 도저히 도달할 수 없는 경지이기 때문이다. 이는 포기가 아닌 극복이다.

사회가 고도화할수록 소셜 미디어, 삶의 지침을 주는 교훈서, 명 강연도 난무한다. 여기서 저자들이나 연사들은 경쟁적으로 노경에 이를수록 친구 관계의 중요성을 목에 핏대를 세우면서 역설한다.

그런데 나는 이것이 다분히 허구이며 과장적임을 간과할 수 없다. 지나친 의미부여를 통한 미화, 포장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친구관계의 절대성을 강조하는 성향의 사람은 대체로 지나치게 관계 의존적이다. 그런 관계는 결과적으로 건강하지 못하다. 그런 관계에서는 작은 금이라도 가면 견딜 수 없게 된다. 파국이 초래된다. 나는 평생을 통해 나름대로의 생애깁기에 열중해 보다보니 필경 생의 말로로 갈수록 오롯이 혼자 가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래서 그 길이 너무나 외롭다는 사실도.

최초의 불교경전 숫타니파타에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는 경구(警句)가 있다. 이는 인간의 관계에 대한 강력한 메시지다. 나의 무소뿔을 더욱 강하게 키워야 한다. 이것만이 내가 인간다움을 회복할 수 있는 첩경이다. 2023. 2.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