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w n Here

 물과 원시림 속으로 들어가다, 거미줄 같은 이끼와 진홍 빛 ANGKHA의 생태계, 도이 인타논(DOI INTHANON)

청솔고개 2025. 1. 4. 00:05

   청솔고개

   2024. 2.2.

   아침에 출발하려고 서둘러서 준비하는데 아내는 엊저녁에 한숨도 못 잤다고 울상이다. 난감한 일이지만 하룻저녁 못 잤다고 무슨 일이 생기는 건 아니라고 격려해 주었다. 일찍 일어나 컵라면으로써 식사를 간단하게 마쳤다.

   좀 일찍 서둘러서 엊저녁에 사전 답사해 두었던 픽업 장소에 도착했다. 8시가 되려면 5분도 더 남았다. 비슷한 밴이 계속 지나가는데 거의 똑같아 보인다. 드디어 813분에 밴이 하나 지시등을 깜빡이면서 선다. 내 보고 묻길래 나는 방금까지 치앙라이 투어 조인에 대한 생각에 빠져 있다 보니 그만 치앙라이라고 말해버렸다. 아내가 옆에서 깨우쳐 주어서 오늘 예약한 도이인타논 투어에 대해서 말할 수 있었다. 내 이름까지 확인해 주었다. 타고 있는 사람은 몇 안 돼 보였다.

   우리는 2열에 앉았다. 맨 안쪽에는 사람 좋아 보이는 인상의 백인이 타고 있었다. 투어 밴은 두 팀을 더 픽업해서 90킬로미터나 떨어진 이 나라 최고(最高)의 국립공원을 향한다. 교외로 나갈수록 열대 사바나 특유의 푸른 숲과 초원이 이어지고 있다. 비록 건기이지만 우리나라의 초가을이나 초봄을 연상시키는 들판의 풍경이었다.

 

   [09:10] 3모작 기본인 이곳 들판에 갓 심은 모가 파릇파릇하다. 마치 우리나라의 6월 중순 들판 논 풍경이다. 그래서 정겹다. 익숙하다. 녹색의 향연에 흠뻑 취해본다. 정겹다.

   [09:12] 모두 다 픽업하자마자 가이드는 간단히 자기와 운전자 소개를 하고 9명의 인솔을 위해 각자의 이름을 확인한 뒤 기억하기 쉽도록 짧은 닉네임을 지어주었다. 나는 ‘YOUNG’, 아내는 ‘KIM’ 등 소규모 여행단의 효율적인 인솔의 노하우를 보여준다. 가이드의 빠른 영어로 하는 설명을 다 이해하지는 못한다. 그 흐름만 파악이 된다. 그래도 야간 도이수텝 투어의 가이드보다는 잘 알아듣겠다. 가이드는 작은 몸피에 다소 애교 넘치는 과장한 표정을 한다. 귀엽다. 나는 여기서 짧은 듣기 능력을 실감했지만 그래도 대충 알아들을 수 있어 자신감 생겨났다.

 

   [09:15] 1시간 남짓 달리는 길은 우리나라 국도 못지않아 세련되고 깔끔한 느낌이다.

   [09:19]

   가이드는 자신을 무무라 불러달란다. 운전자 에띠라는 이름을 몇 번이나 반복해 들려주고 기억을 꼭 해라고 한다.

 

   타자마자 맨 먼저 내 이름을 물어보더니 그 발음이 어려운지 몇 번이나 비슷하게 따라 하다가 웃고 또 웃는다. 나의 영, 아내의 킴이란 닉네임, 그 옆 서양인 남자 등 모두의 닉네임을 기억하고 부르기 쉬운 외자 혹은 두 자로 정하고 그 닉네임을 반복해 불러준다.

 

   [09:21] 옆자리의 아내는 엊저녁 내내 잠 한숨 못 잤다면서 언제부턴가 잠자는 듯 연신 고개를 전후로 흔든다. 그래도 이런 식으로 잠 보충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여행은 역시 잘 먹고, 잘 자고, 잘 싸는 게 필요 충분 조건이다.

   [09:26] 4차선 이상 넓은 주도로에서 우회전한다. 가다가 더 좁은 길로 접어들었다. 길 양옆의 가로수들이 더욱 울창하다. 빨리 달리는 차창을 스치듯이 얼핏 보니 그것은 마치 초가을 플라타너스, 혹은 늦봄 오동나무 비슷하다.

   [09:30] 앞에 큼직하게 도이인타논 내셔날파크출입문, 차가 가파르게 숨을 뿜는다. 이제부터는 오르막 가파른 길이 이어진다. 차도 가쁜 숨을 쉰다.

   [09:32] 왼쪽으로 맑은 계곡물이 콸콸 흘러내리는 소리를 듣는다. 조금 있다가 가이드가 여기서 10분간 쉬었다가 간다고 한다. 휴게소다. 가이드의 영어설명을 다 알아듣지 못해도 중요한 것은 장소와 시간에 대한 명확한 인식이다. 그래서 타고 간 차 번호도 꼭 기록해 둘 필요가 있다. 간단히 찍어두면 된다 싶어서 그랬다.

   [10:12] 와치라탄 폭포에 도착했다. 가이드는 탐방하기 전에 차에서 빅 레인보우를 볼 것이라고 강조한다. 그리고 폭포 이름은 이 나라의 어떤 왕의 이름을 딴 것이라고 했다. 건기인데도 수량과 그 소리가 대단했다.

 

   이런 비현실적인 자연 풍광 앞에 서면 나는 여기서 그만 무엇을 해야 할지 혼동이 된다. 감동의 극치감에 내가 압도당한 것이다. 그래서 더러 더 허둥댄다. 그건 이런 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어디까지 내 것으로 해야 할지를 몰라, 어찌할 바를 모르는 내 성향 같다. 역시 자연 풍광에 대한 나의 지나친 탐욕의 결과라 생각된다. 어떤 스님이 말했지. 자연에 대한 탐닉도 욕심이라고. 그냥 관조(觀照)하는 마음을 연습하는 것도 정말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건 마음과 눈에만 그 모습을 넣는 것이 미진해서 영상에다가도 욕심스레 담으려는 내 성향과도 통하는 것 같다.

   옆에 있던 가이드는 우리보고 사진 찍어 준다고 해서 부탁을 했다. 사진을 보니 배경보다 앞부분 필요 없는 곳을 너무 많이 들어있다. 나중에 필요하면 작업하면 될 것이다. 가이드는 또 아래로 내려가면 더 멋진 무지개를 볼 수 있다고 해서 우리는 조심스레 내려갔는데 아까 희미하게 보였던 무지개가 훨씬 더 크고 선명하게 나타난다. 내 생애 무지개가 이렇게 바로 앞 지면과 수면에 맞닿은 곳에 생기는 건 처음 본다. 생애 최초 독특한 체험이다. 장엄하고 신기하다. 넋을 잃고 바라보고 있는데 포말(泡沫)이 안개처럼 부서져 이슬비로 우리한테 확 뿌려진다. 이런 웅장한 폭포 실물을 영접하는 건 참 오래다. 아내는 젖어서 춥다면서 나가자고 한다. 2003년도 여름 나이아가라 폭포 이후다. 여기를 구글 지도로 검색해 보니 소요 시간, 거리가 1시간 32(83킬로미터)으로 나온다.

 

   [10:31] 폭포의 굉음을 뒤로 하고 다시 이동하려고 투어 차 앞에 모였다.

   [10:32] 백인 부부의 귀엽기 짝이 없는 세 살배기 아기가 폭포 앞에서 내려오는데 부모가 안고 내려오려고 하자 계단 걷기를 고집하는 모습이 평화롭게 다가왔다. 이를 보고 있던 일행이 모두 잔잔한 웃음을 띤다.

 

   커피마을로 향한다고 가이드가 안내한다.

   1044분에 태국 고산족 전통 마을에 도착했다. 구글맵에는 Tambon Ban Luang로 돼 있다. 여기서 가이드는 Luang은 크다는 뜻으로 설명했다. 이 마을에는 200명 정도 거주한다고 했다. 들어서자마자 그들의 전통 가옥 땅바닥에서 나이를 알 수 없는 작고 남루한 한 여인이 베틀로 천을 짜고 있는 광경이 보였다. 바로 위의 허름한 매장에 들어갔다. 여기서 커피 원두와 꽃차 시음을 하였다, 향초[香燭]도 있었다. 아내는 아라비카 커피 원두 다크 두 봉지와 향초 몇 개를 샀다. 이런 데 오면 마을 구경하는 값 정도는 지불하는 게 공정여행의 원칙을 지키는 것으로 생각해서 아내를 지지(支持)해 주었다. 화장실을 갔다가 나오면서 새빨간 열매 달린 나무를 보았는데 커피나무인지 가이드에게 물어보려고 했지만, 기회를 잡지 못했다. 약간 경사진 마을을 한 바퀴 둘러보는데 마을 전경을 둘러싼 열대 숲들이 울창하다 못해 아름답고 풍요로웠다. 마치 우리나라의 초가을에 남해 어느 무인도의 아열대숲을 연상시키지만 맑고 따스한 기운이 감싸서 더욱더 환상적이고 평화로운 모습을 자아내고 있었다. 그들의 가옥 구조는 무척 간단했다. 대체로 이층 원두막을 좀 크게 한 것 같은데 대체로 1층은 뻥 뚫려 틔어져 있고 2층에서 사람이 기거한다. 1층에는 돼지나 개, , 칠면조를 기른다는데 여기서는 돼지를 발목이나 목을 끈으로 묶어 놓았다. 돼지는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고 벗어나려고 발버둥을 친다. 무척 안쓰러워 보였다.

   조금 더 가니 허름한 식당에 도착한다. 여기서 점심을 먹는다고 했다. 잡곡밥을 포함한 태국 전통음식은 식당 시설에 비해 깔끔한 편이었다. 특히 코코넛 물에 뭔가를 넣은 음료가 구미에 맞았다. 아내는 몇 차례나 이 투어 참 잘 선택했다고 한다. 그런 이야기를 들으니 내가 힘이 났다.

   13:00쯤 본격적인 국립공원 탐방지에 도착했다. 도착하고 보니 가이드가 산 위에 올라가면 춥고 바람이 세다는 걸 몇 차례나 강조했던 이유를 알 수 있었다. 햇살은 따갑지만 공기는 무척 서늘했다. 그 따사로운 햇살에 기분이 훨씬 더 좋아진다.

   드디어 해발 2,565미터, 태국에서 제일 높은 산 정상에 이르렀다. 안내판에는 “SUMMIT OF DOI INTHANON”이라고 기록돼 있다. 나는 바람막이 재킷을 꺼내서 입었다. 아내는 준비해 오지 않아서 팔에는 토시를 끼고 목에는 수건을 감으니 좀 낫다고 했다. 그런 아내가 행여 감기나 걸리지 않을까 싶어서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게 아니다. 탐방객 중에는 거의 핫 팬티와 블라자 같은 것만 걸치고 소름이 돋은 몸으로 종종걸음 하는

여자들도 있었다. 최고봉 지점과 높이를 새겨놓은 납작한 구조물 위에서 동전을 세워보는 풍습이 있는가 보다. 세워지면 아마 복과 행운이 따른다는 것 같은데 아내가 동전을 준비하지 못해 얼쩡거리고 있으니 동행한 젊은 부부의 부인인 듯한 한 여성이 10바트를 건네준다. 아내는 황망하여 안 받으려고 해도 기어코 줘서 간신히 세워 보인다. 과연 우리에게 어떤 운과 복이 따를 것인가. 여기서 가장 나를 놀라게 하는 것은 곳곳의 울창한 열대우림이었다. 아내는 좀 추위를 느낀 듯 햇살 있는 데만 골라서 서 있다. 최고봉 표식 앞에서 인증 사진을 찍었다. 가이드가 권유해서 그랬다.

   한 바퀴 돌아 나와서 다시 아래로 내려간다. 여기는 또 다른 식생이 분포하고 있었다. 하늘을 찌를 듯 높이를 알 수 없는 거목에 마치 거대한 거미줄 같은 것이 주렁주렁, 촘촘히 달려 있다. 그것은 이끼나 나무뿌리류로 보이는데 장관이다. 8년 전 뉴질랜드 밀포드 로드를 트레킹할 때 본 것 그대로였다. 멀리 강렬한 햇살 아래에서 붉게 타오르는 듯한 꽃 너울이 보인다. 좀 전에 가이드가 ANGKHA라고 하는 꽃이다. 그 꽃 너울의 인상은 태양만큼 강렬했다. 태국 북부 산악 지역의 이런 경이로운 숲들은 멋진 생태의 보고임에 틀림없을 것 같다.


 [15:04] ANGKHA
 플라워라는 태국 자생 붉은 꽃 발견하다.

   [15:20] 이어서 도착할 곳은 이른바 왕의 탑, 왕비의 탑이라고 불리는 깔때기 모양의, 거대한 태국 양식을 한 탑이 있는 곳이다. 근처 주차장에서 다시 성태우를 타고 도착했다. 가까이 보니 더욱 장대했다.

 

   여기서 나는 이 거대한 탑 구조물보다 그 아래 일망무제로 펼쳐진 태국의 산하대지의 장관에 더 눈길이 간다. 아득한 저 골짜기와 산 너머에는 인도차이나의 또 다른 나라 미얀마가 되겠지. 반대편 오른쪽 그 어디 너머는 골든 트라이앵글쯤 될까.’ 속으로 혼자 가늠해 본다. 아내는 오늘의 날이 좀 흐린 것 같다고 말한다. 내가 주워들은 여행 정보로 이즈음 이곳은 추수 끝나고 화전(火田)이 막 시작되는 시기이며, 이 정도 날씨면 아주 맑은 편이라고 말해줬다. 어느 곳이든 2천 미터 이상급 산에 오르면 그 기후 변화란 예측할 수 없는 법이다. 우리는 왕과 왕비의 탑 안의 불상을 참배하면서 이역(異域)의 부처님께 작은 소망 하나씩은 고했으리라. 왕비의 탑 안에는 관세음보살(觀世音菩薩) 입상(立像), 왕의 탑 안에는 석가여래(釋迦如來) 좌상(坐像)이 모셔져 있었다. 특이한 것은 왕의 탑을 보러 안으로 들어가려면 꽃을 하나씩 구입해서 들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우리는 잔돈이 없어서 그냥 올라갔는데 약간 민망했다.

   솔직히 나는 이런 종교적인 대상에 대한 흥미는 별로 못 느낀다. 오로지 자연, 하늘, , 나무, , , 바람, 구름에 대해서만 관심과 호기심을 가질 뿐이다. 더구나 순수 영혼의 세계를 탐방하기 위해서 꾸며 놓은, 엘리베이터 같은 초현대식 편의시설은 정말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된다. 가이드는 대상을 두고 뷰티풀을 연발하지만 무엇을 두고 뷰티풀하는지 모르겠다. 그 대표적인 예로 캄보디아 앙코르와트를 두 번이나 다녀왔지만 지금도 그 대상에 대한 나의 지식과 감성은 별로 남은 게 없고 그냥 거대한 석조 예술체, 혹은 구조물이라는 인상과 인식만 남아 있을 뿐이다. 오른쪽 왕의 탑을 참배하고 그 뒤편의 잘 꾸며진 화단 위로 난 다리를 건너는 모습을 찍어달라고 그 촬영을 가이드한테 부탁했는데 내가 사진 폼잡는다고 하다가 손에 들고 있던 모자를 아래 연못의 물에 떨어뜨려 버리게 되었다. 마침 주변 관리인이 재빨리 장대를 들고 와서 물 먹은 모자를 건져주는 해프닝이 있었다. 오래 기억될 것 같다.

   밖으로 나와서 다시 마치 우리나라 강원도 휴전선 펀치볼을 연상케 하는 장대한 산야를 조망해 본다.

   [16:00]출발, 이제 오늘 공식 투어 코스는 다 마쳤다. 그래도 막상 떠나려니 아쉽고 자꾸 뒤돌아보게 된다.

 

   가이드가 예고한 대로 길가 주민들이 직판하는 기념품, 과일, 술 파는 가게에 15분 보냈다. 우리는 말린 망고 등의 값을 알아보니 시내 시장에서 싼 것보다 훨씬 비싼 것을 확인했다. 가게 옆 산에 오르는 골목길을 찾아 앉아서 아내가 간식으로 준비해 온 빵과 바나나를 먹었다. 길가에 앉아서 아내와 멀리 벚꽃인지 겹벚꽃인지 연분홍 꽃이 피어나 있는 것을 함께 바라본다. 오롯이 나그네 된 기분이다. 도이수텝 가던 그날 밤에 어둠 속 불빛 아래 얼핏 보았던 그 꽃이다. 나는 그 꽃에 자꾸 눈길이 간다. 한겨울에 핀 붉은 꽃, 분명 매화는 아닐진대.

 

   [17:32] 도이안티논 국립공원에서 호텔로 오는 길이다. 쭉 뻗은 국도 중앙분리대가 꽃장식이 돼 있다. 장미 같기도 하고 백일홍 같기도 한 것. 그래서 꽃의 도시, 사철 봄의 도시 춘성(春城)[쿤밍,昆明]이 연상된다.

   [17:32] 하도 예뻐서 무슨 꽃인지 자세히 보려고 하면 그냥 휙휙 번개처럼 지나가 버린다. 자세히 보아야 더 예쁜 법인데. 어쩌면 인생의 행복, 행운이 혹 그러할진대 어찌할 거나.

 

   내가 여행길에서 관심 가지는 것은 오로지 우리와 다름 혹은 같음의 구분이다. 모낸 지 얼마 안 된 듯한 논의 벼와 옥수숫대는 우리와 같다. 그러나 중앙분리대를 거대한 화분으로 삼아 심어 놓은 노랑꽃 핀 나무는 우리와 다르다. 넓게 벌어진 중앙분리대 사이는 좁아졌다가 다시 넓어지면 수로가 설치돼 있어 맑은 물이 흐른다. 우리와 다르다.

   나중에 구글 지도를 펴서 경로를 확인해 보니 2시간 14(109킬로미터)로 나타나 있다. 처음 보았던 거와는 차이가 있는데 이건 아마 목적지를 어디로 찍느냐에 달린 것 같다. 어쨌든 이만한 거리를 떠나서 내 발자국을 찍었다는 게 내 여행의 이유다.

   호텔에 도착해서 아이한테서부터 낮에 온 메시지에 대한 답신을 보냈다. 우리가 도착하면 메시지 달라고 한 것이다. 오늘 저녁 축구 8강전 같이 응원하자는 것이다.

저녁 식사는 현지 음식 우선하자는 생각에 일단 베트남쌀국수 파는 데를 찾아가 보았다. 가만히 보니 쌀국수가 아닌, 그냥 누르스름한 누들이었다. 일단 도전해 보자는 생각으로 2그릇 시켜서 먹어보았더니 고소하고 녹진녹진한 면발과 국물 맛이 크게 거슬리지 않았다. 마치 라면을 쪄서 국물에 담근 것 같다. 요리 이름을 몰라서 사진만 찍어 놓았다.

   저녁 930분에 오랜만에 아이가 우리 방에 왔다. 휴대 전화 관련, 미해결 건 해결을 부탁했다. 근처 피자헛에 두 판을 시켰다. 1030분에 대한민국:호주의 8강전을 내 노트북에서 유튜브 중계로 보았다. 지옥과 천당을 오가는 체험을 또 하였다. 대한민국:호주 전, 황인범의 수비 실책으로 0:1, 3분 남겨 놓고 손흥민의 페널티킥 유도로 1:1, 연장 전반에 황희찬의 문전 프리킥 얻은 걸 손흥민의 예술적인 킥 성공으로 2:1, 우리는 동점 골 때는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서로 얼싸안고 하이파이브 연속, 역전 골에는 거의 숨이 넘어갈 정도로 흥분 상태 지속. 그래서 모두 열광 또 열광하는가 보다. 200밀리그람 참이슬 소주는 내가 다 마셨다. 아이는 자기가 좋아하는 술을 가져와서 기분을 냈다. 아이가 많이 회복해 보여서 천만다행이다.

   이제까지 여기까지 참 많은 길에 점을 찍었다. 이제 서서히 떠나야 할 준비를 해야 한다.

   2025.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