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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크리트로 응축되고 승화한 불심과 독립 의지를 읽다, 탓 루앙에서 빠뚜싸이

청솔고개 2025. 1. 7. 00:24

   청솔고개

   2024. 1. 12.

   오늘은 오전에 탓 루앙과 빠뚜싸이 두 군데 둘러보자고 어제 약속했다아침 식사는 7시에 하기로 했다.

   식사 후 룸에 와서 청소 부탁하려고 짐 정리하고 나니 시간이 빠듯했다. 8시에 로카 앱으로 택시를 불러서 출발했다. 바로 탓 루앙(황금사원)‘까지 갔다. 도중에 길가에 이 나라의 주요 관공서가 깨끗하게 배치돼 있고 가로수도 탐스러울 만큼 잘 꾸며져 있어서 이 도시의 또 다른 면모를 보는 것 같았다. 그래서 사진과 동영상에 담아본다. 이제는 이런 영상기록에 너무 매지 말아야 한다면서 조금씩 자제해 본다. 중요한 것은 눈으로 보고 느끼어 가슴으로 남는 것이다.

   탓 루앙 사원에 도착하니 830분 조금 지났다. 사원의 겉이 모두 황금으로 장식돼 있어서 우리의 불교 정서와는 다른 인상을 준다. 탓 루앙은 1995년에 재건축되었다. 1566, 미얀마의 침공으로 인해 루앙프라방에서 비엔티안으로 수도를 이전하게 되자 당시 왕이 새로운 수도에 불심을 모으려 건설하였다. 애초에는 황금으로 입혔지만 지금 것은 콘크리트 건물에 금색을 칠한 것이다. 문득 김동리 작가의 등신불(等身佛)이 생각난다. 중국부처는 금빛이어서 우리나라의 불상과는 달라 보인다고 작중 주인공은 기록하고 있다. 입장하기 전에 아내와 같이 사원 전체를 넣어서 아내와 같이 인증 샷을 했다. 이럴 경우에도 아이가 동행해 줘서 참 좋다.

 

 안으로 들어가니 정작 황금사원에는 올라가지 못하게 막아 놓았다. 그 대신 회랑이 길게 뻗어 있는데 검은색의 불상들이 진열돼 있다. 불상의 면면은 상흔투성이라서 마치 이 나라의 험난한 역사를 보는 듯해서 마음이 짠해진다. 불상은 크게 두 가지 포즈를 취하고 있다. 하나는 결가부좌에 촉지항마, 다른 하나는 양 손바닥을 바깥쪽으로 보이면서 그쳐!” 하는 모습이다. 세상의 수많은 갈등과 분쟁을 그만두라는 부처님의 호소를 대변하고 있다고 아이가 설명해 준다. 그 안에서도 사원 전체를 넣어서 아내와 같이 인증샷을 했다. 찬란한 아침 햇살에 빛나는 금빛 사원을 배경으로 몇 장 더 담아보았다. 어쩔거나, 내가 이 사진을 끝으로 더 이상 담을 수도 없는 상황이 닥쳐올 수도 있으니까. 경내를 돌아다니니 거대한 열대 고목마다 크고 작은 불상이 모셔져 있다. 모두 금빛, 붉은빛이 공통이다.

   다시 밖으로 나와서 뜰을 거닐다가 보니 문득 북쪽에 벽면이 아주 정교하게 장식이 돼 있는 또 다른 사원이 눈에 뜨인다. 아이가 갑자기 생각난 듯 거대한 와불(臥佛)이 여기 있을 것 같다면서 꼭 보아야 한다고 서두른다. 계단으로 올라가니 와불은 없고 그냥 널따란 법당이다. 입구에 여자 관리인이 아는 체하면서 안내를 해준다. 아내와 아이는 그냥 출입문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다. 아이는 전반적으로 문화적인 가치는 별로 없다고 단정했다. 아무튼 이는 불()의 가치를 어떻게 볼 것인가 하는 문제다. 유물, 문화재라는 유물적인 가치로 보아서는 그 소재가 무엇이냐에 따라 급이 매겨지지만, 비록 그 속의 소재가 콘크리트라도 그 불을 바라보는 중생의 시각, 인식, 신심이 더 중요할 것 같다.

   계단을 내려와서 아이가 다시 와불을 검색해 본다. 아까 처음 보았던 데로 가서 옆으로 돌아드니 거대한 황금 와불이 보인다. 거대한 대신 투박하다. 발바닥에 법륜(法輪)이 인장처럼 새겨져 있다. 오오, 이 업보의 카르마여.

   로카 택시를 불렀는데 미팅이 잘 안된다. 위치 선정이 불확실해서 그렇다고 아이가 말해준다. 아이의 폰으로 다시 신청한 다음 택시를 만날 수 있었다. 서둘렀더니 벌써부터 더워 온다.

   예약된 택시를 타고 빠뚜싸이 개선문(독립문) 방향으로 출발했다. 엊저녁에 식사했던 곳에 도착하니 앞의 광장에 분수가 시원하게 물을 뿜어내고 있다. 이 거대한 문은 미군들이 남은 자재를 사용해서 라오스 국민을 위해 세워준 것이라 한다. 광장에서 개선문을 넣어서 한 컷 했다. 빠뚜싸이는 비록 시멘트로 만들어지긴 했지만, 세밀한 부조는 불교와 힌두교 문화를 그대로 담고 있다.

특히 맨 아래층 천장 부조는 독특해 보인다. 나선형 통로로 해서 탑 내부로 해서 올라가 보았다. 가장 높은 곳까지 올라가는데 무척 덥다. 다만 창문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 때문에 땀이 식는다. 곳곳이 라오스 전통문화가 그대로 새겨져 있다. 라오스 수도 비엔티안의 중앙을 꿰뚫는 시원한 도로, 알맞게 심어진 열대우림, 그 사이사이 곳곳에 보이는 여러 사원으로 어우러져 있다. 도시의 끝은 일망무제다.  떠오르는 생각 하나, 아직은 나라가 어려워 시멘트로 재건축하고 건축하였지만 그 안에서 응축돼 승화한 이 나라 국민들의 불심과 독립 의지는 존중받아야 마땅하다는 생각이 든다.

   여기서 이 도시 중심 상가까지는 아내의 제안으로 걸어보았다. 아이가 길을 안내한다. 골목골목을 거친다. 이 도시 주민들의 삶을 엿볼 수 있다. 그냥 여기에서 살아가는 생활의 속살이 보인다. 여기서도 아이가 말한 것처럼 마치 순록 뿔처럼 생긴 가로수 끝에 새순이 돋아나고 있다. 아주 앙증맞은 빨간 꽃도 달려 있다. 한겨울인데 여기는 열대우림이라서 이렇게 생명력이 지속되는가 본다.

   드디어 파크슨(parkson) 쇼핑몰에 도착했다. 안은 시원해서 천국이다. 롯테리아에서 햄버거, 감자튀김, 콜라로 점심을 먹었다. 이어서 한 바퀴 돌면서 마트를 찾아보았는데 제대로 못 찾겠다. 안내인한테 아이가 물었더니 지하에 있다고 한다. 에스컬레이터도 설치돼 있다. 통로가 아주 널찍해서 쾌적하다. 컵라면과 과자를 샀다. 택시로 호텔에 돌아왔다.     2025. 1.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