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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엔티안 살이 첫날, 숙소 주변을 둘러보다

청솔고개 2025. 1. 9. 18:49

   청솔고개

   2024. 1. 9.

   

 


어제 호텔 매니저가 일러준 대로 아침
8시 반까지 아이와 같이 식당에 갔다. 아담한 식당에는 국적을 알 수 없는 숙박객 서넛이 이미 와서 식사하고 있었다. 서양인도 한둘 있고, 두서넛은 중국인, 혹은 동남아 어느 나라 사람 같아 보인다. 드디어 자유여행, 아니 나와 우리의 자유 힐링 여정의 첫날이 펼쳐지고 있음을 실감할 수 있다. 메뉴를 보더니만 식사가 잘 나온다고 아내가 환호작약한다. 참 다행이다.

 

아침 식사 후 다시 우리 방에 모여서 일단 오늘 동안만의 여정을 의논했다. 오전 9시 좀 지나 일단 근처 지리도 익힐 겸 거리로 나섰다. 제법 높게 지은 신축 건물 앞 잔디를 키운다고 인부가 연신 물을 뿌리고 있다. 이름도 모를 큰 나무들이 군데군데 버티고 있음을 보아 여기가 열대지방임을 알려 주고 있다. 겉이 엄청나게 투박한 열대 수종 같다. 외양이 특이한 단정한 건물, 붉은색 바탕에 황금빛을 한 사원인 듯한 건물 등이 벌써 이국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이렇게 유유자적하게 낯선 거리를 걷는 것 자체가 자유와 힐링이다. 942분에 우리 호텔로 돌아왔다. 20대가 될락 말락 해 보이는 입구 종업원 두 청년이 들락거릴 때마다 공손히 인사를 한다. 그들의 미소는 과하지 않았고 소박해 보였다. 오히려 진솔해 보여서 첫인상이 무척 마음 편해짐을 느꼈다.

   우리가 싸바이디하면 그네들은 어떻게 알았는지 안녕하세요하고 우리가 컵짜이하면 그들은 감사합니다한다. 상대방의 말로써 서로 간의 배려다. 아내는 모자란 잠을 청하고 나는 베란다에 나가서 멀리 풍광을 살펴보았다. 왼쪽 福德廟라 현판이 새겨진 사당이 앞에서 길동무처럼 자리잡고 있다.

   그 뒤 수풀 더미 너머 메콩강이 보인다. 건기라 물은 많지 않아 보인다. 멀리서 보아도 강가에는 풀로 뒤덮였다. 정리되지 않은 풀밭이다. 그 너머에는 태국이란다. 복덕방도 아닌 복덕묘라고 한자로 표기된 것으로 보아 여기도 오래전부터 중국문화가 많이 스며든 것이라고 추정된다. 나도 아내 따라 부족한 잠을 보태본다.

   점심때, 내가 아침 산책 때 보아두었던 ‘Joma Bakery Cafe’ 가보기를 제안했다. 내가 복사해서 가져간 지도를 보니 얼마 안 떨어져 보인다. 들어가 보니 내부가 제법 세련되어 보인다. 아이는 아메리카노, 나와 아내는 라테를 시키고 치즈케이크 등을 주문했다. 내부가 시원한 게 쾌적한 편이었다. 우리는 여행과 인생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여행은 이래서 좋다. 여행을 떠나면 그 순간, 그 참가자들은 서로 이상하게 마음이 열리게 된다.

   한참 걸어가 골목을 몇 구비 지나서 아이가 그간 보아두었다던 공식환전소 들렀다. 아이가 일단 내가 준 돈 범위 내에서 환전했다. 그 옆에 있는 마트에 들렀다. 물품이 제법 비치돼 있다. 캔맥주 4, 안주할 스낵 과자 등을 구입했다. 이제 제대로 현지 여행 생활에 접어든 것이다.

   돌아오는 길에는 이름 모를 열대 가로수에 옅은 베이지색 꽃송이가 탐스럽게 피어 있다. 마음이 푸근해진다. 문득 인도네시아 바탐섬의 그 순간을 떠올리게 했다. 나중에 반드시 이 나무의 이름을 알아보아야 할 것 같다. 건물 담 쪽으로 무덤이 화려하게 조성된 사원 옆문으로 해서 정문으로 나왔다. 무슨 사원인지 알아본다는 게 그냥 지나쳐 버렸다. 나중에 알아보니 왓 미사이 사원으로 확인된다. 자세한 건 좀 더 알아보아야 할 것 같다.

   호텔에 와서 좀 쉬었다가 메콩강 야시장을 보러 오후 550분에 출발했다. 복덕묘 안으로 들어갔다가 길이 없어서 다시 큰 도로로 해서 널찍한 강변 광장을 거쳐 내려가 보았다. 많은 사람이 둑길과 도로를 오가고 있었다. 이른 시간이라서 야시장 매장은 아직 한산한 편이었다. 오늘은 우리가 모두 꼬치나 쌀국수를 찾았는데 마땅한 데가 눈에 띄지 않았다. 오히려 파리가 날리는 바람에 먹어보고 싶은 마음마저 싹 달아난다고 한다. 나는 솔직히 이 정도는 감수할 수도 있다. 쌀국수 전문점도 잘 찾지 못해서 결국 호텔 옆 스푸투니크라는 수제 햄버거 식당에 들어갔다. 옆에는 무슨 가족 잔치가 있는지 십여 명이 앉아서 마이크 소리 크게 하고 배경음악을 깔아서 진행하고 있었다. 몇몇은 노래도 부른다. 아이는 마이크 잡은 여자 하나는 노래를 잘하는 편이라고 평가한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 식당 직원들끼리의 회식 같다고 아이가 말했다.

   ‘MANGO’라고 크게 네온사인이 된 곳은 문을 닫았고 그 근처 나이스라는 마사지에 들렀다. 나는 발 마사지, 아내와 아이 둘은 전신 마사지를 90분 걸쳐서 받았다. 나를 담당하는 마사지사는 몸피가 작았다. 나이가 많지 않아 보여 청소년같이 보였다. 표정에 여유가 있어 항상 미소 띤 것 같은 인상을 보인다. 발바닥과 종아리가 많이 시원해지는 것 같았다. 나중에는 어깨까지 만져주었다. 다른 둘도 이 마사지에는 많이 만족했다.

근처를 지나고 있는데 휘황한 불빛과 수많은 인파가 있어서 들여다보니 야시장이었다. 아내가 카오놈콕이라고 하는 떡 같은 음식을 사보았다. 호텔에 와서 먹어보니 입에 잘 맞았다. 껍질을 벗긴 드래곤 플루츠는 특이한 식감이 있었다. 내가 사보자고 한, 감처럼 생긴 과육 등은 먹어보았는데 이상한 향이 나서 좀 거북했다.

   다른 둘은 소주로 나는 캔맥주를 한잔 하는데 이빨이 아파서 더 이상 마실 기분이 나지 않았다. 이러면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2025. 1.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