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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엔티안에서의 일상을 스케치하다 1, 플루메리아(Plumeria) 주홍빛 화심(花心)

청솔고개 2025. 1. 10. 23:51

   청솔고개

   2024. 1. 13.

   주말이다. 여행 5일째다. 오늘은 어제 약속한 대로 우리 내외만 외출했다. 아이는 사원 구경 같은 건  아예 관심 없다. 어제 사원 둘러봤기 때문에 쉬고 싶다고 했다. 힐링자유여행은 개인의 생각을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된다.

   아이와 아내 셋이서 호텔 바로 앞에 세탁물을 맡겼다. 아이는 들어가고 아내와 같이 둘만 호텔을 나섰다. 오늘은 왓 씨싸켓 사원을 탐방하러 폰의 구글 지도를 열어서 일단 출발했다. 그런데 전체적인 방향을 가늠할 수 없어서 망설이고 있는데 아내가 일단 가보자고 해서 가니 제대로 방향이 잡힌다. 입장료 6만 킵을 냈다. 역시 장방형의 회랑에는 탓 루앙처럼 수많은 불상이 비슷한 포즈로 전시돼 있다. 절 법당 안으로 들어가려고 하니 관리인이 신발과 선글라스도 벗고 들어오라고 하면서 입장권을 보여 달라고 하는 듯해서 그냥 나와 버렸다.

   아내와 같이 뜰의 벤치에 앉아서 쉬면서 아이의 입장에 대해서 공감하는 대화를 나눴다. 여행은 이처럼 많은 대화를 깊이 있게 나눌 수 있는 시간과 마음의 여유를 제공해 준다. 그래서 힐링이다.

   뜰에 심어진 주홍빛 화심(花心)의 정갈한 꽃나무를 가로수로 늘 보았는데 여기 피어 있는 것은 거의 완벽한 아름다움이었다. 꽃말을 찾아보았더니 플루메리아(Plumeria)’라고 나와 있다. ‘협죽도과, 플루메리아속’ ‘열대, 아열대’, ‘다양한 색을 가진 단정한 모양의 향기로운 꽃이라 돼 있다. 여기서는 참파라고도 불린다고 했다.

   전체가 짙은 주홍색인 것, 화심에 노랑색이 거의 없는 흰색인 것, 마치 자운영(紫雲英) 같은 모양의 걀쭉한 옆은 주홍색(朱紅色)인 것 등이 검색된다. 이외 붉은색, 분홍색, 흰색, 노란색도 있다고 한다. 여기서 다시 어제 강둑에서 본 붉은 꽃에 대한 설명이 있어 검색해 보았더니 부겐빌레아라고 나와 있다. 남미 원산지 분꽃과, 4~11월 개화, 분홍색, 빨간색, 흰색, 꽃말은 정열이다.

 

오는 걸음 도착 첫날 갔던 조마 베이커리 카페에 들러서 아이스아메리카노 한 잔 시켜 놓고서 점심시간 되기까지 쉬었다. 2층에서 내다보는 풍광은 이국적이었지만 전선이 끔찍해 보인다는 아내의 말이 실감이 난다. 오죽하면 며칠 전 대로 위를 연결한 수천 가닥은 돼 보임 직한 전선 틈에 새 둥지가 두 개나 있었던 게 생각난다. 좋게 표현하면 마치 산발한 여인의 머리채, 삼단 같은 머리채 같다고나 할까. 나쁘게 말하면 미친년 산발한 듯하다.’.

   점심 식사는 쉬고 있는 아이 불러서 좀 늦게 같이 했다. 앞으로의 일정을 어제 이어서 다시 상의했다. 논란은 좀 있었지만, 여기서 14, 고속열차로 루앙프라방 가서 3, 나머지 13일은 치앙마이로 타결된 셈이다. 출국은 2.6() 저녁 11시 치앙마이 공항, 그다음 날 오전 11시 쯤 공항버스로 하행하기로 결정했다. 이제 홀가분해지는 마음이다.

   오늘 동생 안위가 걱정돼 유심칩 갈아 끼워서 확인해 보았다. 그새 내게 온 전화가 없는 걸로 보아 아직은 별일 없는 것으로 안심이 된다.  친구 둘과 일가 어르신 한 분의 부재중 전화 캐치콜이 확인됐다. 급하면 다시 연락받으면 된다고 여기며 아내의 이런 여행 중에는 카톡이고 뭐고 그냥 모든 국내와의 연락을 닫고 생활해야 진정한 자유, 진정한 힐링이 될 것 같다는 취지의 말에 백 퍼센트 동감해진다.

   저녁 식사는 햇반, 깻잎, 참치 캔으로 룸에서 해결했다. 식사 후 오늘은 나의 제안으로 강변 둑 산책을 한 후 다시 다운타운으로 들어와서 야시장에 가서 떡을 샀다. 이 길은 처음 가는 길이다. 길가의 쓰레기와 담배꽁초도 오히려 사람 사는 냄새를 풍겨주는 듯하다. 저녁 시간 중 오늘이 제일 선선한 것 같다. 쾌적할 정도이다. 오늘은 주스는 가게 문을 일찍 닫는 바람에 사지 못했다. 오늘 아이가 설사 자주 난다고 해서 살짝 걱정이 된다. 나도 아침에 설사가 있었는데 무엇이 원인이 되었는지 모를 일이다.

   아이는 쉬러 올라가고 아내가 베란다에서의 차 한잔하는 오붓한 시간을 가져보자고 했다. 나로서는 불감청(不敢請)이언정 고소원(固所願)이다. 나의 기분을 잘 배려하는 아내가 고맙다. 음료로 둘이서 건배하면서 흔히 보게 되는 현지인과 서양인들이 삼삼오오 야외 카페에서의 즐기는 그 기분을 우리는 여기서 이렇게 느껴본다. 이빨이 살짝 거북한 것 같아도 일단 이런 상황에서 나는 캔맥주 두 개를 비우고 나니 기분이 많이 전환된다. 모든 절망적인 삼불(三不)의 화두(話頭)가 사라진다. 아내가 근처 절에서 독경 소리가 골목을 울리는 것 같다고 해서 들어보니 정말 그것은 염송이다. 여기서 듣는 그 염불은 묘한 문화적 동질성과 공감, 공명의  정서를 소환하는 것 같다. 멀리 메콩강 너머 피안(彼岸)의 이국 풍광도 어둠과 염불소리에 묻혀버렸다. 오늘은 흐린 날씨 때문에 또 일몰과 석양을 못 보았다. 내일은 볼 수 있으려나. 오늘은 새벽 2시 반까지 그간의 일정과 여정, 감상을 자세히 기록해 보았다. 이 역시 캔맥주 두 통보다 훨씬 기분 전환에 도움 된다. 역시 나의 힐링은 여행과 그 여행하는 마음의 스캔이 최선의 방책이 되는 것 같다.

   오늘도 꽉 찬 하루다. 아름다운 청솔고개를 한 고비 넘기니 기분이 매우 좋다. 아내의 그 모든 것을 그대로 수용하자. 사랑이냐 소유이냐의 본질을 직시하자. 이러하면 진정 삼불화두를 극복할 것이다.     2025. 1.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