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하지 못하는 병, 버리지 못하는 병 청솔고개 우리의 삶은 어찌 보면 평생 이별의 준비로 이어지는 것 같다. 나는 최근에 들어 내 삶에서 커다란 두어 가지 헤어짐을 겪었다. 40년 가까이 몸담았던 교단을 떠남, 31년 살았던 옛집에서 이사, 향년 여든 여섯 어머니와의 영결이 바로 그것이다. 우리 내외가 혼인해서 신접살림을 차리는데, 처음 둥지를 튼 곳은 무슨 빵 공장 가건물을 방으로 개조한 것으로 조악하기 짝이 없었던 집이었다. 결국 거기서 연탄아궁이에 곤로 기름이 흘러서 한 번, 천정 누전으로 반경 한 발 정도 타들어가는 등 두 번 불이 날 뻔 했고, 우리의 첫 아이를 아내 뱃속에서 흘러버리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질리고 혼비백산한 나머지 이사를 단행했다. 다음 이사한 집은 2층이었는데 여름철에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