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솔고개 북창으로 내다보니 소금강산 솔숲이 자부룩한 산머리에도 겨울이 내린다. 하늘의 햇살 가운데 분명히 보이는 겨울의 기운이 있다. 산속의 겨울 솔숲을 보면 내 중2 겨울방학, 엄혹했던 시절이 회상된다. 긴긴 겨울 방학 나날이 내 폐부를 찌르는 듯한 망상과 악몽 때문에 잠 한숨 제대로 이루지 못해 밤새 흥건히 땀 흘리다가 새벽에 한 시간 정도 자면 많이 자는 것이다. 그것도 할아버지가 소죽 쑤러 나가시면 나도 깨야 하는 것이었다. 한 순간 순간 죽을 맛이었다. 금방 숨이 막혀 죽을 것 같은, 그런 기분에서는 정말 헤어나고 싶었다. 생존이 달린 일이었다. 견디다 못해 이런 기분을 얼핏 어른들한테 말했더니 “니가 집에서 그냥 빈둥빈둥 노니 너무 편해서 그런 갑다. 무슨 일이나 해 보든지, 산에 가서 깔비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