깔비 2

하루하루 겨울이 깊어간다

청솔고개 북창으로 내다보니 소금강산 솔숲이 자부룩한 산머리에도 겨울이 내린다. 하늘의 햇살 가운데 분명히 보이는 겨울의 기운이 있다. 산속의 겨울 솔숲을 보면 내 중2 겨울방학, 엄혹했던 시절이 회상된다. 긴긴 겨울 방학 나날이 내 폐부를 찌르는 듯한 망상과 악몽 때문에 잠 한숨 제대로 이루지 못해 밤새 흥건히 땀 흘리다가 새벽에 한 시간 정도 자면 많이 자는 것이다. 그것도 할아버지가 소죽 쑤러 나가시면 나도 깨야 하는 것이었다. 한 순간 순간 죽을 맛이었다. 금방 숨이 막혀 죽을 것 같은, 그런 기분에서는 정말 헤어나고 싶었다. 생존이 달린 일이었다. 견디다 못해 이런 기분을 얼핏 어른들한테 말했더니 “니가 집에서 그냥 빈둥빈둥 노니 너무 편해서 그런 갑다. 무슨 일이나 해 보든지, 산에 가서 깔비나..

마음의 밭 2022.01.01

가을의 전설 1/첫서리 내린 들길로, 산길로 걸어서 학교로 가고 있는 영희와 철수, 그 길에는 무서리가 가을 들풀을 덮고 있고 짙은 자색(紫色) 들국화는 더욱 소슬한 모습이다

가을의 전설 1 청솔고개 드디어 늦가을이다. 가을이 깊어간다. 늦가을은 첫서리와 성에로 그 그림이 그려진다. ⁰‘국민학교’ 교과서에서 보았던 그런 삽화가 늘 생생하게 기억된다. 먼 산 가까운 들의 풀과 나무들은 옅은 가을 색에서 더욱 짙은 가울 색으로 옷을 갈아입는다. 숲은 나날이 달라지게 잎들이 물들어 간다. 첫서리 내린 들길로, 산길로 걸어서 학교로 가고 있는 영희와 철수, 그 길에는 무서리가 가을 들풀을 덮고 있고 짙은 자색(紫色) 들국화는 더욱 소슬한 모습이다. 첫서리 바람에 오들오들 떨고 있는 것 같다. 그 파리한 낯이 가끔은 마치 내 것이라도 되는 듯 안 돼 보인다. 연한 남색(藍色)의, 자그마한 얼굴을 한 들국화는 더욱 애잔해 보인다. 어린 마음에도 무언지 모르게 슬프다. 그래도 교과서에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