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에 대한 두 편의 단상 청솔고개 첫째 , ‘백두옹(白頭翁)’의 넋두리 (10년 전 이야기) 눈 덮인 겨울 산을 마주하고 있노라면 백발이 성성한 현자(賢者)나 고고한 은자(隱者)가 떠올려진다. 그래서 가끔은 겨울 산에 들고 싶다. 그 분들의 품에 들고 싶다. 그러면 나 또한 은자가 되려니. 봄, 여름, 가을철 따라 산은 연륜을 더하고 이제는 태고의 신비를 침묵으로 답한다. 어릴 적 내 증조부님의 풍골(風骨)을 닮았다. 증조부님의 희고 긴 수염이 참 탐스러웠다. 누가 나더러 나이에 비해 흰머리는 많지 않지만 그래도 새치에는 부분 염색이라도 해야 하지 않느냐고 권한다. 바로 내 아내다. 난 그때마다 ‘안질에 안 좋읍네, 피부에 안 좋읍네.’ 하면서 피해 갔다. 허나 정작 속셈은 다른 데 있었다. 난 흰머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