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노래, 나의 편지

(詩) 시작(詩作)/어느 가을아침 무서리에 사위어진 들풀내음

청솔고개 2020. 11. 4. 23:13

시작(詩作)

                                      청솔고개

밤새 울부짖듯 쉬인 목청으로

하소하는 悲願을 들으시는

觀音처럼 되게 하소서

저의 노래가

 

짚자리 깔고 누우면

뚫어진 문틈으로 밤별이 총총 들고

감잎 서걱이는 뜨락에는

안개처럼 바람처럼 깔리는

향 내음 있어

혹 어느 紅顔의 比丘尼가

숨겨 신은 玉色 고무신 끄는 소리가

되게 하소서

저의 노래가

 

이리도 서러운지요

님의 옷소매 끄을 적에

실핏줄 바알간 千手로 어루만지는

天上으로 이어진

七寶 무지개다리 사뿐히 건너지고

재 너머 芙蓉池

연잎에 고이 내려놓으라는 말씀

그처럼 되게 하소서

 

한 많은 한 세상에

허위허위 流轉할 제

어느 가을아침 무서리에

사위어진 들풀내음

바람처럼 되오리다

향 내없는 저의 노래가

[1980. 11.]

                      2020. 11.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