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노래, 나의 편지

(詩) 떠나는 심사(心思)/바람개비로 곤두박질하여

청솔고개 2020. 11. 9. 00:09

떠나는 심사(心思)

 

                                    청솔고개

차라리 눈을 감고 싶어라

그러자면 남은 한 방울의 눈물마저

말려 버리면 될 거야

흐느낌마저 죽이자

 

창으로 내다보면

내가 탄 열차는 너무 느리다

바람개비로 곤두박질하여

뛰어 내리려나

곡소리 차창에 반향 하여

퍼져나는 곳

얼음처럼 투명해진 차창에

내 그림자는 무게 없이 더욱 뚜렷한

윤곽인데

 

바람은 날 바람은 하늘에서 불어드는데

바람을 타고 수껑 같은 하늘에서

비가 감기운다

찰싹 감겨드는 머리카락

젖어서 흙덩이로 헤뭉개진다

차라리 귀를 막아 버릴까

여봐요, 그대는 어디로 가느뇨?

눈을 감는다

아 취한 것처럼 비틀거려도 좋은 곳

주인 없는 섬

늘 푸른 원시림 모난 바위 풀 뜯는 사자 떼

입 맞추는 곳

우리는 밤새 표류하다가

언제 그 이름 없는 부동항에 정박하려나

                                          [1974년 11월]

                                              2020. 11.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