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는 심사(心思)
청솔고개
차라리 눈을 감고 싶어라
그러자면 남은 한 방울의 눈물마저
말려 버리면 될 거야
흐느낌마저 죽이자
창으로 내다보면
내가 탄 열차는 너무 느리다
바람개비로 곤두박질하여
뛰어 내리려나
곡소리 차창에 반향 하여
퍼져나는 곳
얼음처럼 투명해진 차창에
내 그림자는 무게 없이 더욱 뚜렷한
윤곽인데
바람은 날 바람은 하늘에서 불어드는데
바람을 타고 수껑 같은 하늘에서
비가 감기운다
찰싹 감겨드는 머리카락
젖어서 흙덩이로 헤뭉개진다
차라리 귀를 막아 버릴까
여봐요, 그대는 어디로 가느뇨?
눈을 감는다
아 취한 것처럼 비틀거려도 좋은 곳
주인 없는 섬
늘 푸른 원시림 모난 바위 풀 뜯는 사자 떼
입 맞추는 곳
우리는 밤새 표류하다가
언제 그 이름 없는 부동항에 정박하려나
[1974년 11월]
2020. 11.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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