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노래, 나의 편지

(詩) 無明의 목소리/부르는 소리밖에 남기고 갈게 없구나

청솔고개 2020. 10. 25. 01:53

無明의 목소리

                              청솔고개

촛불을 밝혀야 하리 이제는

슬픈 세월의 앙금 속에서

遊女처럼 헤픈 몸뚱리로 流轉하는데

어둠 속에서 피어나는 안개

비단 길 꽃

저편

 

선인장의 가시처럼 찔리우는

理性의 그 고통스런 견책(譴責)

손을 잡아야 하리

어린아이처럼 밝게 비치는

실핏줄 속의 따스함은.........

 

한때는 열화처럼 타오르던

심장의 고동마저

그 가을 무서리에

절인 무 이파리처럼

숨죽이고

어디로든지 어디로든지

비인 가슴 부여안고 떠나야 하리

 

그 깊은 탄식을

한 허리에 모두고는

진비 뿌리는 새벽 가을에

끝도 없는 석조 계단을 오르며 오르며

결코 주저앉지는 않으리

 

온몸의 피가 역류하는 몹쓸 끝없는 미망

그것은 사랑이라는 이름의 또다른 假花

어느덧 총명한 눈망울에는 욕망의 기름이 번들거리고

문득 뜨이는 원죄의 恥態

 

無明이어라

현대의 심학규처럼

청아 청아

부르는 소리밖에 남기고 갈게 없구나

그 無明의 목소리밖에

            [1980. 10. 24.]

                                                2020. 10.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