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테의 이탈리아 여행길 따라’ 제4일(베를린 브란덴부르크 문, 오페라하우스, 베를린 올림픽 주경기장, 뒤셀도르프, 취리히)
청솔고개
08:50 출발하여 베를린 시내 주요 지역을 관광하였다. 독일의 수도이며 면적 883㎢, 인구는 330여만, 제2차 세계대전 후에는 포츠담협정에 따라 시의 중앙부에 있는 브란덴부르크 문을 경계로 동베를린은 소련이, 서 베를린은 미국․영국․프랑스 3개국이 분할 점령․관리에 들어간 역사적 사실이 우리와 같은 비운이다. 그런데 여기서는 그 문제의 역사가 1989년 11월 동서냉전의 상징물인 베를린장벽이 무너지고 1990년 10월 3일 독일 통일이 이루어짐으로써 종결되었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진행형이다. 아니 요원(遼遠)하다. 통합된 베를린은 1991년 드디어 독일 수도의 지위를 회복했다.
베를린은 방사형 도시로 고층건물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대체로 6~7층 건물이 주를 이룬다. 3,200명 학생이 공부하고 있는 베를린 공대는 수학 과학 분야가 특히 우수하며, 예술대학도 유명하다. 메르세데스 벤츠, 피에르가르텐, 자전거 전용 도로 등, 베를린 명물들을 볼 수 있었다.
여기 대학에서 철학, 교육학 박사학위 과정으로 유학 중인 가이드는 최선을 다해 진지하게 안내하였다. 69m나 되는 승리의 기념탑, 빅토리아여신 형상인 승리의 여신상, 대통령 궁, 소련전승기념관을 둘러보았다. 동서독 장벽 상징인 브란덴부르크 문을 찾았다. 문을 통과해서 몇 번이나 왔다 갔다 해 보았다. 지금은 이거 아무거도 아닌 것 같은데 분단 당시에는 얼마나 많은 희생과 고통이 뒤따랐던가. 이 문을 통과하는데 말이다.
우리의 판문점, 우리의 155마일 휴전선도 이렇게 시원스럽게 걷혀서 세계적인 냉전의 유물로, 역사 현장의 증거물로, 볼거리로, 관광의 명소(名所)로 될 날이 언제나 실현될까?
베를린 거리는 독일이 주는 이미지를 그대로다. 물론 고위도 지역이므로 벌써 초겨울 날씨다. 모두들 한겨울에나 봄직한 표정과 발걸음으로 춥고 음산하며 바람마저 부는 베를린의 매운 맛을 본다. 브란덴부르크 문 양쪽에 길게 쭉 그림들이 전시되어 있다. 동서독 통일을 기념하는 의미라고 했다. 다른 거리의 낙서들과는 자못 그 받아들여지는 느낌이 달랐다. 곳곳에 낙서라 하기에는 너무나 정돈된 느낌이며 예술 작품이라 하기에는 좀 맞지 않는 작품(?)들이 우리들의 눈길을 끈다. 제국의회 본관, 기념교회도 둘러보았다.
이어서 오페라하우스, 베를린 올림픽 주경기장을 찾았다. 메인스타디움 옆에는 1936년 올림픽 메달리스트들의 이름이 동판에 새겨져 있었다. 당시 우리의 꿈이었고 영웅이었던 손기정 옹(翁)의 이름도 선명하게 각인되어 있었다.
'MARATHONLAUF 42,195m SON JAPAN' 국적이 일본으로 기록되어 있었다. 망국의 한, 그 날의 울분, 또 다른 감동이 주는 그날의 함성이 텅 빈 이 경기장에서 메아리 되어 터져 나오는 것 같았다. 1997.11.25 15:00, 이 순간 한낮이지만 깊어가는 늦가을 날은 짙게 흐려져 있어 그 비운의 현장에 서 있는 오늘의 이 시간을 잊지 못하는 것 같다.
스위스 취리히로 향발하기 위해서 베를린 공항에 도착하였다. 공항에는 비가 세차게 내리고 있었다. 비 때문인가. 폭우가 내리면 비행기가 연착하는 것은 다반사인데 특히 야간 비행은 더한 것 같다나. 탑승하는데 뭔가 제대로 되지 않는 것 같았다. 예약된 좌석이 잘 맞지 않은 것 같았다. 그래서 나를 포함한 몇몇 일행들의 좌석이 3등석(이코노믹 클래스)에서 2등석(비즈니스 클래스)으로 바뀐 행운의 불상사(?)가 생겼다. 생전에 처음 비즈니스 클래스에 탑승해 보았다. 그런데 항공사의 또 다른 착오로 바로 취리히로 가지 못하고 뒤셀도르프 공항에 내렸다. 독일 공업의 중심 지대인 한 곳을 더 경유하는 것 역시 또 다른 행운이라면 행운이었다. 다시 비즈니스 석을 배정받았다. 비즈니스 석이 일반석에 비해 다른 점은 좌석 사이 공간이 훨씬 넓어서 여유가 있고, 아무리 짧은 거리라도 기내식이 서비스된다는 것이다. 이것도 오늘 처음 알았다. 이른바 이코노믹클래스증후군을 덜 탄다고 했다. 마침 옆 좌석에 독일 현지 노부부가 새로 앉기에 몇 마디 용기를 내어 말을 걸어보았다. 고향은 뒤셀도르프이며 여행 중이라고 했다. 내가 코리아 출신임도 짧은 대화를 통해서 알렸다. 뒤셀도르프 공항에서 스위스 취리히 공항에 도착하니 저녁 8시다. 드디어 사진이나 그림에서만 보던 동경의 스위스 땅에 한 발을 내 디뎠다. 숙소는 쉐라톤 호텔이다.[1997.11.25.(화, 제4일/12일)]
아래 " " 는 괴테의 기록이다.
“1786년 9월 6일 뮌헨 내가 바람과 날씨에 너무 주의를 기울이는 것 같아서 미안하다."
2020. 11.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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