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정(旅情)

후쿠오카 홈스테이 교류 방문기, 제3일 후편/일본인들의 대표적인 가치관으로 다테마에[建前]와 혼네[本音]를 지적하는 걸 자주 들었는데

청솔고개 2021. 1. 15. 02:11

후쿠오카 홈스테이 교류 방문기, 제3일 후편

                                                                    청솔고개

 

   9시 50분경. 다카시카 지장존을 모신 신사 겸 절집을 찾았는데 평일이지만 많은 참배객들이 줄을 잇고 있소. 신사와 사찰의 혼융, 가장 일본적인 것을 느낄 수 있겠다 싶어서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낱낱이 보았는데 한결같은 진지함, 간절함이었소. 처음에는 다소 황당함마저 느꼈으나 이러한 행위가 가장 일본적인 것이고 또한 그들의 속내라 생각하니 다소 섬뜩함마저 느낄 수 있을 것 같소. 자기의 원(願)을 나이만큼 정성스레 종이에다 적어서 붙여 놓고 1엔짜리 동전을 놓고 징을 치고 지장보살의 얼굴이며 몸을 만지는 의식이며 향불의식 등 일본의 민속과 종교를 그대로 체험할 수 있었소. 향연을 손으로 감싸 안듯 모아서 머리를 씻는 듯한 경건한 모습에서 그들의 소박한 기복 행위를 보았으며 이는 곧 일본 민중들의 생생한 애환 그 자체였소. 벽에는 덕지덕지 겹쳐서 붙여 놓은 “公務員 試驗 合格”, “持病快差”니 하는 비원(悲願)을 적은 종이가 붙인 사람의 나이만큼의 숫자로 온 사방 벽에 붙어 있었소. 그래서 이걸 처리해야하는데 1년에 네 차례 이 비원의 쪽지를 사르는 의식 또한 불경을 염송하면서 장대하게 치러서 사람들의 발원을 마지막 하늘로 띄우는데 이 행사가 너무 장엄하여 눈길을 끈다고 하오. 사람 사는 것은 여기도 예외가 아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소.

   귀교해서 환영식에 참석. 비록 말은 잘 통하지 않지만 순진무구한 양국 청소년들의 표정은 과거의 은원(恩怨)은 찾아 볼 수 없는 다정한 친구들 사이 그 자체였소.

   나는 이 모든 것을 남기기 위해서 카메라, 비디오, 메모 등을 총 동원해서 정신없이 기록했었소. 이어서 급식체험. 빵 하나, 우유 한 병, 야채 한 접시가 전부. 일본인들의 소식(小食) 습관을 알 수 있었소.

   오후에는 친교의 시간. 남학생은 축구, 여학생은 소프트 배구로 우의를 돈독히 했었소. 이어서 히타현 맥주 공장 견학. 맥주와 음료수 시험 코너를 설치해놓은 것이 특이했으며, 식품 공장이라서 그렇겠지만 정만 티끌 하나 없을 정도로 깨끗하고 정돈되어 있으며 완벽한 환경 친화적인 생산라인 및 전자동시스템으로 중간 중간에 공정 자체를 견학할 수 있도록 해 놓은 것이 무척 인상적이었소. 이 삿포로 맥주공장에서 내려다보는 히타시의 모습이 무척 깨끗하고 그대로 이국 일본의 정취가 물씬 풍겨나오.

   이어서 막부 시대 거리를 구경하였는데 몇 백 년 전의 거리를 그대로 보존하고 있는데 정말 깨끗하고 잘 정리가 되어 있었소. 도쿠가와이예야스[德川家康]가 직할 통치했던 거리라서 그 시대의 생활상을 고스란히 볼 수 있었소.

   귀교하니 각 가정에서 홈스테이 하는 학생을 데리러 학교에 와서 기다리고 있는 학부모들의 표정은 하나 같이 미소와 친절이었소. 학부모들을 좀 가까이 대하고 싶었는데 이번에는 기회가 좀 없을 것 같구려.

   저녁에는 이곳 교육장이 베푸는 식사를 했었소. 장소 아까 갔던 맥주공장 옆 레스토랑인데, 히타 시의 전체 야경이 내려다보이는 전망 좋은 곳이었소. 교육장은 이 장소를 얻기 위해서 한 달 전부터 예약을 하고 준비를 했다는 통역 가이드의 말이 과장은 아닐 듯싶었소. 그런데 김치 한 접시를 추가로 주문했었는데 궁금해서 메뉴판을 보았더니 글쎄 380엔이라 기록되어 있지 않나요. 우리 돈으로 열 쪽도 안 되는 김치가 3,800원이라니!

흔히 일본인들의 대표적인 가치관으로 다테마에[建前]와 혼네[本音]를 지적하는 걸 자주 들었는데 지금은 견문을 모두 그들의 본음으로 수용하고 싶소. 여기서 다테마에는 상대방에게 드러내는 마음 즉 겉마음이고, 혼네는 본인이 가지고 있는 속내 즉 속마음이지요. 우리도 인간관계에서 쉽게 자기의 속마음을 쉽게 터놓지는 못하는데 이 나라의 국민성이 어떠해서 이런 인간의 보편적인 행태가 유독 그들의 기질로 평가 받는지 좀 궁금하기도 하오. 어쨌든 이번이 나의 첫 방문. 단 며칠의 주마간산 격으로 둘러보고 이 나라에 대한 가벼운 평가도 어불성설인 것 같아서 이번에는 가급적이면 여기서 눈에 드러나고 마음으로 느껴지는 것 중 긍정적인 것만 기록하고 싶소.           [2002. 1. 24. 목]           2021. 1.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