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정(旅情)

윈난[운남, 云南]의 산채에 걸린 구름, 샹그릴라[香格里拉] 방랑기 1, 떠남/마음의 낙원 샹그릴라를 향해

청솔고개 2021. 1. 21. 03:46

윈난[운남, 云南]의 산채에 걸린 구름, 샹그릴라[香格里拉] 방랑기 1, 떠남

  청솔고개

   내일은 ㅊㅅ 내외와 같이 여강 샹그릴라 여행 출발일, 마음이 자꾸 조여 온다. 더 무거워 온다. 이번엔 정말 더 독한 덫에 걸린 것 같기도 하다. 내가 어떻게 이 덫에서 헤어날 수 있을 건가? 이런 장미의 가시가 주는 고통을 어찌 덜어낼 수 있을 것인가. 그래도 아내와 같이 준비하고 여행에 대한 대화를 나누니 마음이 좀 가벼워진다. 둘째 혼자 있는 거, 잘 보살펴 주고 가야 할 것 같은 어미와 아비의 심경 아니겠는가. 가방도 챙기고 이것저것 준비하니 마음이 그래도 좀 밝아진다.

   오전 11시 반이 지나 약속한 대로 동생 만나서 같이 병원 갔다. 이번에는 아무래도 어머니를 찾아뵙지 못하고 떠날 것 같아 동생 통해서라도 안부를 전해드려야 할 것 같다.

   여행을 앞두고 정작 내가 마음이 더 힘든다. 마음이 지옥이 아닌가. 최근에 와서 문득 문득 떠오르는 질긴 절망의 뿌리가 나를 송두리째 뒤흔드는 것 같다. 동생과 같이 식당에 가서 수증개로 점심을 먹었다. 오늘은 동생 제가 밥값 내겠다고 한다. 말만 들어도 고맙다고 하고 다음에 한번 내라고 했다. 아까 마련한 쿠키 큰 거는 아버지 어머니 드리고 작은 건 동생이 먹도록 부탁했다. 그래도 먼 길 떠나기 전에 이런 시간을 가지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2014. 1. 20. 월. 맑음]

   엊저녁에 아내와 같이 여행 준비하다가 아내는 피곤해서 그냥 쓰러져 잠들어 버렸고 나도 잠이 퍼부을 정도로 피곤해서 준비를 깔끔하게 하지 못했다. 새벽에 가까스로 일어나서 마무리했다. 이것저것 챙기다 보니 가방 정리도 쉽지 않다. 그래도 여행이 주는 설렘은 그 준비에 있다지 않는가. 준비물을 통한 즐겁고 감동적인 여행 상상 같은 거다.

   겨우 준비한 후  오전 11시 10분 쯤 아이가 터미널까지 태워줬다. 집에 둘째가 있으니 이게 좋다. 아이가 고맙다. 11시 35분에 인천공항 행 셔틀버스가 출발했다. 차안에서 잠을 청했으나 오지 않는다. 신문을 뒤적거리면서 요즘 부쩍 무거워진 마음을 추슬러 본다. 신문 부스럭거리는 소리 때문에 아내는 다른 손님들에게 방해한다고 몇 차례 눈을 흘긴다. 중간에 휴게소에서 커피를 사서 준비해 간 빵으로 점심을 해결했다. 인천 공항 도착하니 오후 4시, 아직도 2시간이나 기다려야 한다. 25일 토요일, 저녁 9시 30분 인천 공항에서 내려오는 버스표를 예약했다. 이어서 투어이천 여행사 테이블 찾아서 확인하고 앉아서 쉬고 있으니 5시 쯤 ㅊㅅ 내외가 일찍 도착했다. ㅊㅅ 내외가 마련한 커피와 빵으로 초요기를 했다. 여행사 직원의 설명을 들으면서 출발 공항과 공항 간에는 가이드 없이 진행되는 이번 여행 일정이라 좀 긴장된다. 다른 4명의 일행과 얼굴 익히는 수인사도 했다. 이번 여행에서 도전하는 모험 같은 일정을 해결해야 한다는 흥미와 즐거움도 있다.

   저녁 8시 35분에 인천 공항-성도 사천 항공 비행기는 이륙했다. 드디어 출발이다. 마음의 낙원 샹그릴라를 향해. 기내식도 나왔다.

   중국 시간으로 저녁 11시 15분, 성도 공항에 정시 도착했다. 시차를 계산하면 거의 4시간 걸렸다. 자정을 넘겨서 공항 청사를 빠져 나오니 약간 쌀쌀한 날씨다. 가로수는 모두 상록수다. 남쪽임을 알 수 있다. 새벽 1시가 다되어 공항에서 40분이나 떨어진 호텔에 도착했다. 새벽에 잠도 오지 않고 해서 가져간 노트북에 시험 삼아 인터넷을 연결해서 검색도 하고 아내가 좋아하는 드라마도 보았다. 중간 중간 끊어지는 건 워낙 멀리 떨어져 있어서 느려터진 전송 속도 때문인 것 같다. 아내는 잠을 한 시간 정도나 잤지만 난 한 잠도 못 잤다. 이럴 줄 알았으면 공항버스 안에서나 비행기 안에서라도 한 숨이라도 눈을 붙여 볼 걸 하는 생각이 들었다. [2014. 1. 21. 화. 맑음]    2021. 1.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