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정(旅情)

후쿠오카 홈스테이 교류 방문기, 제4일/깊은 삼림지대를 벗어나 들판으로 나오니 파릇한 풀들이 봄이 온 것 같은 착각을 들게 하는데

청솔고개 2021. 1. 16. 00:32

후쿠오카 홈스테이 교류 방문기 제4일

청솔고개

   지금은 새벽 5시. 오늘은 귀환하는 날. 새벽 3시에 1학년 학생의 급성 편도선염 소동으로 모두들 잠을 설치었소. 히타 시까지 두 분의 선생님과 가이드가 같이 학생을 병원으로 후송해서 응급조치를 끝냈는데 여행 중 일행 중 누구라도 이렇게 병에라도 걸리면 참으로 난감한 지경에 빠질 것이라는 걸 실감했소. 그런데 이 마을의 모든 일에 책임을 지고 있다는 오십 줄에 들어 보이는, 이장 같은 역할을 하는 사람이 새벽 3시인데도 걱정이 되어서 숙소를 방문하였소. 책임 정신의 일단을 엿볼 수 있는 기회라 생각되어서 소개하는 바요.

   일단은 비상사태라 3시에 모두들 기상했다가 다시 5시에 취침했소. 6시 45분에 기상하여 아침 식사를 마치고 떠날 짐을 꾸리었소. 엊저녁 위급 환자였던 학생이 기운을 차리고 있는 모습에 모두들 안도의 한숨을 내 쉬었소.

   9시 넘어서 정청 마당에 주차한 차 안에서 간단한 환송의식을 치른 후에 우리가 탄 차는 아쉽게도 아마가세쵸 협곡을 뒤로하고 후쿠오카로 내달렸소.  가만 생각해보니 이곳의 위도가 제주도보다 더 낮은 곳이라서 다소간의 아열대 해양성 기후의 영향을 받아서 그러하리라 짐작이 되오. 후쿠오카에 도착해서 쇼핑센터에 들러서 간단한 기념품과 선물을 준비한 후 일본우동 정식으로 식사를 하였소. 우동의 원조라 할까. 밥도 나오고 제법 먹을 만 했었소.

   드디어 출국 수속을 간단히 하고 오후 2시에 부산까지 3시간 걸리는 공기부양선 비틀 호에 몸을 실었소. 모두들 여정에 곤한 듯 이내 잠에 빠졌으나 나는 멀어져가는 후쿠오카 하카다항의 희미한 정경에 이상하게 아득함마저 느끼면서 종착에 이르는 이 여정의 의미를 생각하기도 하고 아쉬움도 정리해 보았소. 내 생애에 언제 다시 한 번 이 길을 이 사람들하고 같이 행려할 수 있는가하는 삶의 일회성에 대한 근원적인 문제에서 기인하는 것쯤으로 보면 될 것이오. 중간쯤 오니 왼쪽으로 길쭉한 대마도가 펼쳐져 있는데 배 앞으로 보니 부산항의 모습이 희미하게 나타나는 걸로 보아 맑은 날 용두산 부산탑에서 대마도가 보인다는 말이 거짓은 아니라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었소. 성급한 사람들은 벌써 휴대폰을 켜서 귀국 보고를 하는 데 바쁘기도 하고. 점점 멀어져 가는 역사의 장 대마도롤 아쉽게 바라보면서 기적 소리도 부드럽게 비틀 호는 부산항으로 입항하고 있었소.

   여보! 드디어 당신 곁으로 돌아가는가 보오. 언제나 해맑은 미소와 상냥함을 잃지 않는 당신의 모습이 너무 보고 싶소. 내 삶에서 차지하는 당신의 몫이 해가 지날수록 더욱 커져가며 그래서 우리는 긴 인생이란 여정을 동행하는 길 나그네인가 보오. 그럼 안녕! 내 사랑 그대 길원화 . 2002. 1.25. 현해탄 대마도를 지나면서 당신의 청솔고개가 보내오.    [2002. 1.25.]  2021. 1.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