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정(旅情)

물과 원시림, 꽃과 나비의 축제, 남지나해 여행기 1, 떠남/북두칠성을 찾아낸 아내에게 다시 남십자성이라도 더 찾아보라고 주문해 보고 싶다

청솔고개 2021. 1. 26. 23:30

물과 원시림, 꽃과 나비의 축제, 남지나해 여행기 1, 떠남

                                                                       청솔고개

   08:00에 일어나서 식사했다. 이어서 첫째의 공납금 은행 납부 후, 10:40에 승용차로 출발, 자인 안심공용주차장 주차 후 12:30에 대구공항 도착했다. 탑승권 확인하고 짐 부치고, 1불:1,299원 환율로 384불, 50만원 환전 후 점심 식사했다. 14:15에 체킹, 14:40에 대구공항 출발, 15:24 김포공항에 도착했다. 아침에 동료 Y선배 전화는 불문에 부치기로 마음을 굳혔다. 일들이 갑자기 겹쳐져서 부모님께 연락 못 드린 일, 막내 동생 내외와 못 만남 등이 마음을 좀 무겁게 한다. 여기 도착까지 무슨 작전을 수행하듯 전격적으로 서둘렀다.

   그래서 여행은 일상과의 탈출이다. 김포공항에는 눈이 내린다. 국내 청사에서 끝없이 이어지는 에스컬레이터로 10분 정도 이동했다. 국제 청사 2층 병무신고 사무소 앞에 도착하니 16:00이다. 미리 대기하고 있던 여행사 'CITY TOUR'담당자와 만나서 여권, 출국 신고서, 공항 이용권 등을 처리하고 기다렸다. 첫째, 둘째는 무척 지루한 듯한 표정이다. 나는 일상을 탈출하고 있지만 그럴수록 일상의 망념이나 갖가지 상념은 그림자처럼 꼬리를 물고 따라온다.

   한국 시간 20:06을 가리킨다. 지금은 마음이 다소 안정된다. 어떤 화두에도 사로잡혀보지만 지금까지 잘 이겨내고 극복하여 왔지 않았던가. 지금까지 남은 비행시간이 2-3시간 정도 짐작된다. 저녁 식사 전에 긴장을 늦추기 위해서 맥주 한 캔 했다. 뭣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아내의 투정 어린 하소연과 원망이 섞인 눈 흘김이 이토록 낯설게 느껴지는 것은 그 동안 나의 영혼이 너무 지쳐서인가. 식사시간에는 그런 대로 몰두할 수 있었다. 눈을 감고 절망적인 심사를 노래로 달래본다.

   현재 도착에 남은 시간 2:34, 도착시간은 언제쯤 될까. 필리핀 해(South China Sea), 마닐라 상공 지나 부르나이(BROWNIE)로 향발한다. 고도 10,100m, 881km/h, 비행 상공 의 기온은 –36도로 모니터에서 나타난다.

   저녁식사는 전채로 샐러드, 훈제 연어, 야채샐러드, 이탈리안 드레싱, 누룽지탕, 다양한 해산물을 새콤한 소스와 버무린 요리, 혹은 중국식 닭볶음, 초이신 소스 첨가, 닭볶음 요리로 밥, 브로콜리, 컬러 플라워 등 야채와 볶음밥을 함께 제공된다. 아몬드 케이크, 빵 버터 고추장, 콜라, 사탕 등도 있다.

   현재 고도, 항속이 9,400m, 913km/h로 나타난다. 내게는 늘 남국을 향하며 살아가던 한 세상이다. 마치 시원한 소나기를 기다리던 파초처럼. 북두칠성을 찾아낸 아내에게 다시 남십자성이라도 더 찾아보라고 주문해 보고 싶다. 일상의 때에 힘겨운 듯, 아내는 그새 내 어깨에 기대어 이마를 누이고 잠들어 있다. 피곤에 지쳐 고이 잠든 아내여, 그대로 인하여 늘 소리없이 우는 한 가슴이 있다. 누군가는 ‘나는 그대가 옆에 있어도 더욱 그립다.’라고 말했던가.

   훠이훠이 오십 고개 넘겨 세 식솔 거느린 가장되어, 생활의 대장이 되어간다. 부르나이 왼쪽 상공 지나는 현지 시각 23:10, 출발시간 22:09로 모니터에 떠 있다.

   기내는 실내등만 고즈넉하게 켜져 있다. 카드 즐기던 한 무리도, 독서하던 군상도 모두 잠잠하다. 23:50, 싱가포르 창이 공항 도착했다. 입국 수속 마치니 00:40, 기다리는 시간에 사탕을 제공한다. 친절도 하다. 갑자기 덥다. 현재 기온이 27도로 기록돼 있다. 호텔 객실, 지금 시각 2001년 1월 27일 새벽 3시. 처음부터 엄습하는 피로와 망념을 이겨 보려고 또 한 잔 들이켜 본다. 객고도 달랜다.  [2001. 1. 26. 금]      2021. 1.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