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숙도에서
청솔고개
언제였던가 언제였던가
전설처럼 아득한 내 한 시절
황금 날개가 고독하게
퍼덕이는 내 유년기
딸기 농사 흉년이었던 그 해 유월
바람처럼 왔다가
티끌같이 흩어진
한 조각 기억에
세월로 흐르는
강물은 시방 이리도 하염없이
갈 길을 가야하고
나는 또다시 오를 수 없는 벼랑을 대하듯
이렇게 강변에 서야 했었다
갈바람 한아름 가슴에 안으며
속죄하는 심사로
조심스레 울음 울어
얼음보다 차운 눈물 비칠까 봐
꽁지 없는 잿빛 도요새는
황홀한 서녘으로
남국의 샛노란
유채꽃 벌판으로
또는 진홍의 동맥
그 붉은 정화(精火)로 피어나는 곳으로
가없이 날아가는데
어디에선가로부터
참담히 밀려난 외로운
사람들의 기인 행렬
한숨과 같은 안식과
덧없는 위안을 위해
그 강변은 예비 되었고
결코 다시 되돌아 올 수 없는
낙동(洛東)의 끝
극락으로 가는 마지막 관문처럼
황천은 흐르고
천년을 지킨 늙은 사공이 듣는
갈잎이 속살거리는 소리
어깨 함께하여
동행하는 자 없이
나는 바람처럼
언제나 홀로이러니
좋아라
[1981. 2. 3]
2021. 2.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