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노래, 나의 편지

(詩) 우리 아가 재워놓고/ 나의 분신 우리 아가들 낮잠 곤히 들어 꿈에 엄마 보았는지

청솔고개 2021. 1. 18. 00:15

우리 아가 재워놓고

 

                                       청솔고개

먼 데서

솔바람이 불어드네

댓바람이 스쳐오네

한겨울 한낮

아가들 재워 놓고

담배 한 개비 물어 들고

오지 않은

새 봄이 그리워

 

나의 분신

우리 아가들

낮잠 곤히 들어

꿈에 엄마 보았는지

왕자님 공주님 보았는지

이쁜 미소

한가득 얼굴에 머금고

멀리 멀리 아장걸음

달음질하는가 봐

 

아지랑이 아롱아롱

봄이 오는

그 먼데 남쪽 언덕

화알짝 봄꽃 미소 짓고

칙칙폭폭 기차소리

애잔한 봄의 들녘에

흰나비 노랑나비 춤을 춘다

 

새벽부터

돈 벌러 나간 제 엄마

다시 보고파

그 품에

달려가 안기고파

어디쯤에서나

머나먼 남쪽 나라에서나

꿈 언덕에서나

안기려나

우리 아가

 

솔바람댓바람

휘익 불어드는

골목까지

퍼져 흐르는

동네 아이들 재잘 웃음만

가득 차 흘러도

우리 아가 남매

머리 맞대고

베개 나란히

잠만 잘 자

쌔근쌔근

그해 겨울 한낮

[1989. 겨울.]

2021. 1.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