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가 재워놓고
청솔고개
먼 데서
솔바람이 불어드네
댓바람이 스쳐오네
한겨울 한낮
아가들 재워 놓고
담배 한 개비 물어 들고
오지 않은
새 봄이 그리워
나의 분신
우리 아가들
낮잠 곤히 들어
꿈에 엄마 보았는지
왕자님 공주님 보았는지
이쁜 미소
한가득 얼굴에 머금고
멀리 멀리 아장걸음
달음질하는가 봐
아지랑이 아롱아롱
봄이 오는
그 먼데 남쪽 언덕
화알짝 봄꽃 미소 짓고
칙칙폭폭 기차소리
애잔한 봄의 들녘에
흰나비 노랑나비 춤을 춘다
새벽부터
돈 벌러 나간 제 엄마
다시 보고파
그 품에
달려가 안기고파
어디쯤에서나
머나먼 남쪽 나라에서나
꿈 언덕에서나
안기려나
우리 아가
솔바람댓바람
휘익 불어드는
골목까지
퍼져 흐르는
동네 아이들 재잘 웃음만
가득 차 흘러도
우리 아가 남매
머리 맞대고
베개 나란히
잠만 잘 자
쌔근쌔근
그해 겨울 한낮
[1989. 겨울.]
2021. 1.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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