浮雪
청솔고개
바람보다 가벼이 흩날리는 天衣
그 옷자락 걸친 천사들의
고향은 어디쯤일까
깊이도 알 수 없는 흑암에서
하얀 날개옷들의 한 손짓에서
피어난 꽃송이는 화사롭기도 하지만
바람보다 더 빨리 떨어진다
꽃들은 언제나 슬피 피어나서
연약한 몸매로 싸늘한 향내를 풍기지만
결코 시들지 않는다
꽃들의 미소는 서릿발처럼 차갑지만
참 곱기도 하다
옛날 내 어릴 적엔
내 무덤은 꽃 무덤
묘비 목엔 흰 꽃이 만발하고
아! 나는 그 꽃그늘 속에 고이 잠들고 싶어
길 가는 나그네처럼 스러져
베개 없이도 두발 뻗어 온몸 뉘여
그 고지에 마련된 꽃 무덤 파고서
향기에 취해 잠들고 싶다
천사들의 고향에 묻히고 싶다
[1978. 1. 진중에서]
2021. 1.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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