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노래, 나의 편지

(詩) 浮雪/아! 나는 그 꽃그늘 속에 고이 잠들고 싶어

청솔고개 2021. 1. 2. 14:28

浮雪

                                            청솔고개

바람보다 가벼이 흩날리는 天衣

그 옷자락 걸친 천사들의

고향은 어디쯤일까

 

깊이도 알 수 없는 흑암에서

하얀 날개옷들의 한 손짓에서

피어난 꽃송이는 화사롭기도 하지만

바람보다 더 빨리 떨어진다

 

꽃들은 언제나 슬피 피어나서

연약한 몸매로 싸늘한 향내를 풍기지만

결코 시들지 않는다

꽃들의 미소는 서릿발처럼 차갑지만

참 곱기도 하다

 

옛날 내 어릴 적엔

내 무덤은 꽃 무덤

묘비 목엔 흰 꽃이 만발하고

아! 나는 그 꽃그늘 속에 고이 잠들고 싶어

길 가는 나그네처럼 스러져

베개 없이도 두발 뻗어 온몸 뉘여

그 고지에 마련된 꽃 무덤 파고서

향기에 취해 잠들고 싶다

천사들의 고향에 묻히고 싶다

[1978. 1. 진중에서]

2021. 1.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