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노래, 나의 편지

(詩) 겨울 들녘/우리 시대의 수치가 강바닥처럼 드러나고

청솔고개 2020. 12. 29. 22:50

 

겨울 들녘

                 청솔고개

울음 머금고

터지는 가슴 안고

시대의 아픔에 고통당하며

바람처럼 떠나려는 자

메마른 풀잎이

빗살처럼 일어나서

소맷부리 바짓가랑이 잡는다

시대의 수치가

강바닥처럼 드러나고

그 부끄런 몸매, 매 맞으며

불임의 시대, 슬픈 황토

아득한 노을 따라 멀어져 간다

겨울 속으로 사라지는

겨레의 아이 하나

지펴대는 쥐불

절망할 수 없는 것을 위해

절망하고

구원할 수 없는 것을 위해

구원하고.......

[1985년 깊어가는 겨울 慶浦街道를 지나면서]

                     2020. 12.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