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정(旅情)

우리 3대(三代)의 중국 주자이거우[九寨溝 구채구] 동행기, 제1일/ 아버지는 출발하실 때부터 기대와 흥분된 표정을 살짝 감추지 못하신다

청솔고개 2021. 2. 27. 00:15

우리 3대(三代)의 중국 주자이거우[九寨溝 구채구] 동행기, 제1일

                                                                                                                    청솔고개

   오늘은 우리 3대(三代)의 중국 주자이거우[九寨溝 구채구] 여행 첫날이다. 나는 이 여행을 성사시키기 위해서 많은 고심을 했다. 여행사와 막상 계약을 성사하려고 하니 먼저 아버지가 88세 고령이어서 고산 지대인 구채구 여행에 적응을 잘 하실까 하는 우려 때문이었다. 9순에 가까운 아버지를 모시고 가는데 괜찮을까 하고 여행사에 문의해 봤더니 그들도 책임지기 싫어하는지 아주 애매하게 답변한다. 그래서 다음 후보지로 역시 중국 윈난성 쿤밍이나 정주 태항산 등을 알아보았더니 급히 정하다 보니 일시가 맞지 않았다. 그래서 하는 수 없이 아버지 찾아뵙고 지금 가려고 하는 여행지가 거의 3천 미터보다 높은 지역이라 여행사에서도 약간 우려를 표명하고 나 역시 걱정이 된다고 말씀드렸더니 아버지 하시는 말씀은 간단명료, 쾌도난마식이었다. “혼자 가는 것도 아니고 셋이서 가는데 가다가 못 가면 아래서 기다리면 된다. 나는 자신이 있으니 내 걱정은 하지 마라.”고 하시는 게 아닌가. 그 말씀을 들은 나는 용기를 다시 회복해서 추진하게 된 것이다. 아무튼 아들, 손자까지 대동하고 가시니 든든하게 생각하실 것이고 나도 한시름 놓을 것 같아서 마음 편히 여행을 출발하게 된 것이다. 사실 아버지를 모시고 가는 것은 어찌 보면 나로 봐서는 큰 부담일 수도 있다. 그래도 아들이 동행한다고 하니 용기를 낼 수 있었다. 위안화 환전, 컵라면 등 간단한 간식 준비, 짐 챙기기, 인천공항 행 공항버스 예약 등 여행전의 준비로 인한 소소한 즐거움도 큰 부담 때문에 좀 감해진 것 같지만, 아버지와 같이 그것도 내 아들 동행해서 여행할 수 있다는 자체가 나를 흥분하게 했던 것이다.

   오전 11시에 큰집에 도착했다. 시간을 보니 좀 바쁘게 될 것 같았다. 아버지는 벌써 여행 채비를 다하고 날 기다리고 계셨다. 내 차에 아버지 짐을 싣고 버스터미널에 도착하니 시간이 빠듯하다. 마음은 더욱 다급해진다. 이 시간에 출발하는 차를 놓치면 여행 전반이 잘 못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든다. 허둥지둥 공항버스에 오르고 나서 보니 휴대하던 내 배낭 사이드 백에 꽂아 놓은 보온 물통이 없어졌다. 결국 급히 서두르다가 빠뜨린 거다. 여행 중에 이렇게 덤벙대다가 잘못 되는 경우는 다반사. 좀 긴장해야 할 것 같다.

   이번 여행은 특히 고령의 아버지를 모시고 가는 것이기 때문에 이 일을 기화로 더욱 조심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아버지는 출발하실 때부터 기대와 흥분된 표정을 살짝 감추지 못하신다. 1시 반 좀 지나서 옥천 휴게소에서 우동으로 간단히 점심 식사를 해결했다. 이제 아버지와 본격적인 동행 시작, 내 생애에서 정말 소중한 순간순간이다. 커피를 끓이려고 보온병을 준비했는데 잃어버려서 편의점에 가서 부드러운 캔 커피도 사서 드렸더니 잘 드신다.

   아버지는 이번 인천공항 행이 처음이시다. 그 위용에 적이 놀라신다. 특히 영종대교부터 그 규모와 기술력이 대단하다고 하신다.

   오후 4시 반에 공항 안에 도착했다. 시간이 많이 남는다. 일단 좀 쉬었다. 조금 있다가 아버지께서 무료하신 듯 좀 걸어야한다고 하시면서 이리저리 살펴보신다. 그 특유의 부지런한 호기심이 발동하신 것이다. 아버지로 봐서는 어쩌면 이 번 여행이 마지막 해외여행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나로서는 약간 비감해진다.

오후 6시 다 돼서 여행사 데스크에 가서 출국 수속을 하면서 여행사 담당자에게 아버지 여행자 보험 가입을 문의했더니 근처 다른 보험사에 가서 문의해 보란다. 한참 떨어진 곳에 가서 가입 타진을 해 보았더니 최근 뭐 드신 약이 있으시냐고 물어서 있다고 하니 초고령에 약을 드시면 보험 가입이 안 된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황당한 일이다. 초고령이면 보험 가입도 못하는가. 이런 편견이 말로는 고령사회 대책 마련하네 하면서도 우리 사회에서 고령을 보는 단적인 시각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내가 보험 가입 의논하러 공항 보험사를 찾아서 문의하는 동안 아이도 도착했다. 6시 좀 지나서다. 환하고 반가운 아들 얼굴이다. 캐리어 정리를 좀 하고 일단 짐을 부치고 출국심사, 보안 검색 등을 한 후 구내 전동차를 타고 탑승하러 갔다. 이제부터 시작이다.

   탑승 게이트 앞 면세점에서 아들의 도움으로 제 어머니가 부탁한 립스틱도 샀다. 탑승기가 약간 연발했다. 저녁 8시 55분발 쓰촨항공 3U8904편 비행기가 저녁 9시 30분에 중국 쓰촨성[四川省 사천성] 청뚜[成都 성도]로 출발했다.

   드디어 아버지를 모시고 가는 삼대 동행 여행이 시작됐다. [2017. 2. 25. 토. 맑음] 2021. 2.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