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정(旅情)

우리 3대(三代)의 중국 주자이거우[九寨溝 구채구] 동행기, 제2일 오후/ 주변의 편백 숲은 하얀 눈을 살짝 이고 있었다

청솔고개 2021. 2. 27. 00:57

우리 3대(三代)의 중국 주자이거우[九寨溝 구채구] 동행기, 제2일 오후

                                                                                                            청솔고개

   가는 도중에 한식당에서 얇은 삼겹살로 점심을 배불리 먹고 12:25에 다시 출발했다. 1시간 후에는 70년 전 지진으로 계곡 입구가 막혀 저절로 천연호수가 된 접계해자에 도착해서 화장실에도 갈 겸 좀 쉬었다. 화장실은 그야말로 60년대 우리나라 시설이었는데 무조건 2위안 받는다. 어이없다. 이곳은 벌써 해발 고도 2,400미터다. 아버지는 처음부터 차창에서 동영상 찍기에 애쓰시더니 여기서 바로 그 열정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하얀 색의 야크 몇 마리가 웅크리고 있다. 야크를 타고 사진 찍어 주인에게 돈을 벌어주는 일이다. 주변에는 7천 미터 급 산이 가까이 멀리 즐비하고 강족박물관도 보인다. 조금 지나니 강물 따라 차마고도도 보인다. 야크 보고 ‘거시기가 야! 크다.’라고 가이드가 조크를 던진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나만 느낀 건가 싶어서 아버지한테 여쭈어 봤는데 아버지도 그리 느끼신다고 했다. 도로는 확실히 내리막으로 되어 있는데 물은 계속 낮은 데서 높은 데로 거슬러 올라 흐르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가이드한테 물어보았더니 착시 현상이라고 했다. 군데군데 야트막한 밭에는 소 몇 마리가 풀을 뜯고 있다. 좀 높은 지대에는 말도 방목하고 있다. 겨울 여행길, 3대가 동행한다. 이제 곧 봄맞이 심경. 마음은 벌써 연분홍 봄이다.

   15:10에 모니구 입구에 도착했다. 계곡 옆, 들에는 야크들이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었다. 돼지들도 방목되고 있었다. 특이한 풍광이다. 곳곳이 오방색 롱다가 이국적인 풍정을 자아낸다. 문득 고향의 문화제가 열릴 때 여학생들이 꼬든 가배놀이가 생각났다. 상류로 오를수록 더욱 좁아진 계곡은 여울로 바뀐다. 흑, 갈, 회, 청색의 물빛이 벌써 나타난다.

   모니구 주차장이다. 주변의 편백 숲은 하얀 눈을 살짝 이고 있었다. 마치 산타클로스 마을 같은 동화적인 분위기다. 아버지가 아직까지는 잘 견디시지만 지금부터 긴장이 된다. 모니구 절경에 감탄하신다. 아버지는 한호한테 계속 물어가면서 동영상 촬영에 몰입하신다. 한호도 조금도 꺼리거나 귀찮아하는 표정을 짓지 않고 잘 가르쳐드린다. 아주 감동적인 조손간의 아름답고 훈훈한 모습이다. 한호가 고맙다. 적어도 지금 내 아들은 소임을 다하고 있다. 모니구 절경에 감탄하랴 동영상 촬영하랴 아버지께서 무척 바쁘시다. 아버지, 고산병 걱정은커녕 오히려 더 활발하시다. 여행 내내 모시는 자식의 입장에서는 아버지가 정말 고마우시다.

   주자이거우[九寨溝 구채구] 숙소로 다시 돌아간다. 3,000미터급 이상의 쓰촨성 산록이 이어진 길에는 어둑어둑 늦겨울 석양의 긴 여운이 남는다. 호텔 체크인 한 후 짐 정리하고 현지식 식사를 했다. [2017. 2. 26. 일, 오후, 흐림]    2021. 2.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