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3대(三代)의 중국 주자이거우[九寨溝 구채구] 동행기, 제3일
청솔고개
새벽에 와이 파이로 연결한 인터넷 검색을 했더니 주자이거우 현지 기온-11도로 나타난다. 서울보다 10도 낮다고 분명히 확인했다. 아버지가 좀 걱정이 된다.
06:55에 기상, 07:20에 식사, 08:20~09:00출발 준비했다.
11:00에 주자이거우[九寨溝 구채구]에 도착했다. 걱정했던 것보다 아버지는 잘 걸으신다. 날이 잔뜩 흐리다. 맑은 날이었다면 이곳이 더욱 아름답고 영롱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든다. 물색깔이 날씨에 따라, 위치에 따라 다 다르게 보이지만 그래도 눈을 인 먼 산의 꼭대기가 산 그림자라 되어 호수에 반영된다.
그럴 듯하게 명명한 숱한 호수가 주로 ‘~바다[海]’, ‘~여울[灘]’, ‘~못[池]’라는 이름으로 돼 있다. 맨 처음 본 전죽해(箭竹海)에는 물속에 담겨 있는 나무에 다시 나무가 자라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밖에 짙은 코발트 물색 아래 연두색 양탄자처럼 깔린 물풀이 자라고 있는 오화해(五花海), 진주처럼 영롱한 물방울을 엮어서 천상에서 흘러내리다가 아름다운 발[簾]로 엮어놓은 듯 한 진주탄(珍珠灘)과 진주탄폭포(珍珠灘瀑布), 바람기 하나 없어서 영판 거울 그대로인 경해(鏡海), 가장 안쪽 높은 지대에 위치해서 얼어붙어서 그 물색은 자취가 없고 그냥 폭신한 눈이 덮여 있는 가장 큰 호수 장해(長海), 장해 바로 밑에 있어 오색이 영롱한 듯 빛을 발하는 오채지(五彩池) 등은 그 아름답고 고운 이름만큼이나 기억에 남는다. 대체로 물속에 잠긴 나무들이 마치 석회암 가루가 붙어 있어 콘크리트가 입혀진 철근 같기도 하고 펄펄 끓는 튀김용 기름통에 담긴 막대과자나 고구마튀김 같다. 이곳이 석회암 녹은 물이라 투명하거나 영롱하지만 그래서 생명은 그다지 풍요롭지 않은 것 같다.
아이는 제 할아버지 옆에 밀착 경호하듯이 보호해 드린다. 그런 아이가 정말 고맙다. 아버지는 가는 곳마다, 뜨이는 풍광마다 호기심 어린 악동(惡童)마냥 샅샅이 살피시고 폰으로 찍고 동영상으로 다 쓸어 담으실 듯하다. 진행하다가 안 되면 손자를 부른다. 아이는 열 번이면 열 번 모두 귀찮은 내색 한 번 안하고 설명해 드린다. 그렇게 친절하게 제 할아버지를 도와드리는 아이의 모습이 대견해서 나는 풍광보다 그런 아이의 모습을 담아 본다.
탐방객과 차량이 점점 늘어난다. 소수민족 강족의 특이한 모자와 알록달록한 복색을 한 일군의 여인네들이 사진 모델로 서 주고 모델료를 받으려고 있는 모습이 왠지 내게는 불편한 감정이 들어 보였다. 한 둘도 아니고 여럿이서 방문객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자연스럽지 않다.
돌아오는 길에 주자이거우민족문화촌[九寨溝民族文化村]에 들렀다. 만트라가 새겨진 원통형 마니차(摩尼車)를 둘러보는데 티베트 불교의 상징인 룽다[風馬]와 타르초[經文旗]가 주변에 펄럭이고 있어서 한참 동안 바라보면서 좀 쉬었다. [2017. 2. 27. 월. 흐림] 2021. 2.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