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고시마 기행 제 1일/ 항구의 불빛과 어선과 등대의 반짝거림이 반갑고 정겹다. 아, 가고시마의 이른 봄 밤 바다다
청솔고개2021. 3. 14. 23:54
가고시마 기행 제 1일
청솔고개
2018. 3. 14. 수. 맑음
알람소리에 깨 보니 거의 2시 20분 가까이 됐다. 마음이 또 조급해진다. 부랴부랴 준비해서 트렁크 채워 아파트 바닥을 끌고 가니 소리가 제법 울린다. 끙끙대고 터미널에 가까스로 도착하니 5분 쯤 남은 것 같다. 안심이다. 03:00. 공항버스에 타자마자 그냥 잠들어버렸다. 두 번 쉬는 데를 제외하고는 그냥 잠 속으로 혼곤히……. 밤새 달려 06:56, 인천공항 제1터미널 3층 출국장 도착. 또 기내 반입 휴대, 수하물, 개인 휴대품에 대한 것이 신경 쓰인다. 기내 반입 액체 류는 개당 100ml이하의 용기, 투명비닐 포장해서 가져들어가야 한다고 안내한다. 먼저 다시 정리된 일정표와 유의사항을 살펴본다. 이건 나갈 때마다 헛갈린다. 대한민국에서 나의 출국 기록을 꼽아보니 23회나 되는데도 아직 초보 같은 기분이다.
출국 시간까지는 아직 7시간도 더 남았다. 이번은 일단 혼자 떠난다. 여행은 이렇게 고적하고 호젓해야 하는데. 시간이 많으니 지겹다기보다 여유만만한 것 같다. 지하1층에 가서 곤드레 나물 비빔밥 먹고, 올 때 대비해서 마지막 날 21:30발 공항버스 예매하고 스페인 공부도 해보고, 적절히 삼불화두에 빠져보기도 했다. 그 다음 남은 시간은 무념무상 명상 같은 것을 시도해가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드디어, 12시 좀 전, 하나투어 데스크에 가서 가이드 미팅했다. 모두 29명 일행이다. 모든 수속 다 밟고 통과했다. 아내가 부탁한 루주 중 13번은 구입했다. 그새 다른 친구들은 먼저 갔다. 길을 물어서 1터미널까지 혼자 갔다. 이것도 연습이다. 15:35, 출발, 16:29에 도착한다는 안내 멘트가 흘러나온다. 16:39, 착륙했다. 내 여행 가방 손잡이가 파손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보상금 5천 엔을 받았다. 여행하다보니 별일 다 있다.
날씨가 쾌청하다. 쾌적하다. 잠시 만에 도착한 것 같다. 가고시마 거리는 아열대림으로 풍요로운 숲길이다. 쓰레기 조각 하나 보이지 않은 말끔한 거리모습에 여기가 일본임을 실감한다. 문득 오래 전 북 큐슈 오이타현 방문이 생각난다. 꼭 그런 분위기다. 노변에 벚꽃이 활짝 피어 있다. 매화도 향내를 풍긴다. 밭에 풀이 파릇파릇하다. 그래서 여긴 가고시마다. 인솔자가 가고시마(鹿兒島)에 대해서 설명한다. 자비에르에 의해 기독교가 최초로 수입된 곳, 서구 유학생이 최초로 배출된 곳, 1840년대 일본근대화의 선도적인 역할을 한 곳, 7개의 활화산이 있는 곳, 화산재의 흔적이 늘 있는 곳이라고 한다. 동백꽃이 언뜻언뜻 보인다.
다음은 가이드의 당부다. "내일은 검은 모래찜질을 해야 하기 때문에 목욕수건이 꼭 필요하다. 모레는 비올 확률이 높다. 내일은 6시 30분에 모닝콜, 8시 30분 출발한다. 오늘 저녁 1층 노천탕을 즐기시라. 내일 아침 식사 때 나토를 꼭 먹어보는데, 그 요령은 끈적끈적한 진이 나올 때까지 4,50번이나 저어서 옆의 김을 사서 먹어 보면 된다. 낫토는 우리나라 김치와 더불어 세계 5대 식품에 든다. 매실 과육 삭힌 오메모시도 입맛을 돋우는 별미니 꼭 먹어 보시라. "하고. 이곳에 왔으니 현지 음식 문화 체험도 중요한 여행 방식이다. 50만 인구의 도시인 이 가고시마는 한마디로 자연관광이다.
가고시마 흑돼지로 인증 받은 흑돼지 샤브샤브로 저녁 식사했다. 따끈히 데워진 정종 세 종지를 주문했다. 내가 깨진 여행 가방 보상 받은 걸로 한 잔 사겠다고 너스레 떨었다. 약간의 취기가 오른다. 알딸딸하다. 기분이 좋다. 이어서 바로 호텔 렘브란트 투숙했다. 동기회장 ㄱㅇㅈ 친구와 룸메이트가 되었다. 온천은 가지 않고 내가 가져간 소주로 회장, ㅇㄱ형과 같이 일단 한 잔하면서 객고를 풀어본다. ㅊㅇ이가 지나가다가 잠깐 들렀다. 술 마치고 잠자리에 들려고 하다가 커튼을 걷고 보니 바로 앞이 파도가 출렁이는 바다다. 항구의 불빛과 어선과 등대의 반짝거림이 반갑고 정겹다. 아, 가고시마의 이른 봄 밤 바다다. 그래서 잠도 쉽게 오려나. 2021. 3.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