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월과 오월 사이에서 (3/3)
청솔고개
다시 오월이다.
오늘은 오월 오일....
어린 시절부터 이 날만 되면 우리들의 노래, “날아라 새들아 푸른 하늘을, 달려라 냇물아 푸른 들판을~‘을 가슴 설레게 듣게 된다.
그래서 나도 이 만큼이 자라왔다.
오늘도 나는 어린 시절 나의 설렘과 지금 나의 그리움을 담아 “내 생애의 아이들”에게 그날처럼 내가 전하고 싶은 말을 다음의 두 노래로 들려주고 싶다.
내가 “내 생애의 아이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4월] 장작불
백무산
우리는 장작불 같은 거야
먼지 불이 붙은 토막은 불씨가 되고
빨리 붙은 장작은 밑불이 되고
늦게 붙은 놈은 마른 놈 곁에
젖은 놈은 나중에 던져져
활활 타는 장작불 같은 거야
몸을 맞대어야 세게 타오르지
마른 놈은 단단한 놈을 도와야 해
단단한 놈일수록 늦게 붙으나
옮겨붙기만 하면 불의 중심이 되어
탈거야 그때는 젖은 놈도 타기 시작하지
우리는 장작불 같은 거야
몇 개 장작만으로는 불꽃을 만들지 못해
장작은 장작끼리 여러 몸을 맞대지 않으면
절대 불꽃을 피우지 못해
여러 놈이 엉겨붙지 않으면
쓸모없는 그 울음만 날 뿐이야
죽어서도 잿더미만 클 뿐이야
우리는 장작불 같은 거야
[5월]교실에서
양정자
호기심으로 두리번거리는 수많은 너희 별눈 앞에서
시간마다 나는
죽어 있는 지식의 식은 말을 지껄인다.
용서하여라
내 마음은 그러나 진종일 침묵하며 꿈꾼다.
너희들 여름 쑥처럼 쑥쑥 자라오르는
무성한 숲속을
우리 서로 살 벗고
깊은 魂의 숲과 숲으로 만나보랴
잎새들로 잎새들로 얼굴 가려 서 있는
너희들 숨어 있는 놀라운 한 나무 한 나무
눈부시구나
젊음의 우레 천둥소리 늘 꽝꽝 울려대며
이글이글 시퍼렇게 꿈 타오르는
녹색 출렁이는 바다, 숲이여
아무도 너희 떠들썩한 자람을 막지 못한다.
스스로도 제어 못할 눈먼 힘이 분수처럼 솟구치는
짓푸른 四肢 마디마디
자라나는 가려움으로 너희는
한시도 손발을 가만두지 않는다.
이겨낼 수 없는 큰 잠
들끓는 본능과 눈뜨는 인식 사이
어린애와 사춘기
장난질과 진지함의 갈등 속에서
미래 丈夫들의 잔가지가 나날이 굵어진다.
캄캄한 시간의 늪 속에 온몸을 빠뜨린 채
늘 하늘을 꿈꾸는 너희 높은 이마는
자라남의 번민으로 어둡게 번뜩이고
차디찬 미지의 땅속을
한걸음 한걸음 더듬어 내려가는
너희 여린 발은 뽑힐 듯 주저하며 흔들린다
오, 실뿌리 뿌리까지 뒤흔드는 그런 아픔 없이는
어린 잎새도 한 잎도 잎새다이 자라나지 않을 것을
2020. 5.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