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월과 오월 사이에서 (1/3)
또다시 사월이 가고 오월이 왔다. 나와 평생 동행하던 나의 많은 아이들이 더욱 그리워지는 계절이다. 이제는 지난 날 내가 그 아이들에게 띄운 사연을 되새김함으로써만 그리워해야 할 것 같다.
청솔고개의 희망편지 제1신입니다.(2014년 3월 24일 월요일 )
나는 오늘부터 여러분들을 나의‘막내아이들’이라고 부르겠습니다.
우리 학교는 내 고향의 학교일뿐더러, 나의 딸, 나의 아내, 나의 여동생 둘 모두가, 나의 여러 동기생, 친구들의 많은 딸들이 많이 나온 학교입니다. 여러분들은 모두 나에게 이러한 의미의 존재들입니다. 나에게는 정말 소중한 여러분들입니다.
막내아이들에게
여러분들은 모두가 내게는 캐나다의 작가 가브리엘 루아의 성장 소설 ‘내 생애의 아이들’에서 ‘빈센토, 클레르, 닐, 드리트리오프, 앙드레, 메데릭’입니다. 이 이야기는 여러분들이 가지고 있는 순결하면서 불안한 영혼들에 대한 위로, 인생에 대한 찬미의 대서사시이지요. 작가의 말대로 “이 세상에서 어린 시절이란 얼마나 약하고 상처받기 쉬운 시절인가, 그런데도 어른들의 어긋나버린 희망과 영원한 새 시작의 짐을 지워놓은 곳은 바로 저 연약한 어깨 위라는 걸 마음속 깊은 곳에서 절감하게 된다.”그래서 여러분들은 오늘 아침 정녕 ‘내 생애의 아이들’입니다.
다음은
언제나처럼, 처음처럼 교단에 직립하는 이 청솔고개의 진솔한 마음입니다.
아이들을 위한 기도/김시천
당신이 이 세상을 있게 한 것처럼
아이들이 나를 그처럼 있게 해주소서.
불러 있게 하지 마시고
내가 먼저 찾아가 아이들 앞에
겸허히 서게 해주소서.
열을 가르치려는 욕심보다
하나를 바르게 가르치는 소박함을
알게 하소서.
위선으로 아름답기보다는
진실로써 추하기를 차라리 바라오며
아이들의 앞에 서는 자 되기보다
아이들의 뒤에 서는 자 되기를
바라나이다.
당신에게 바치는 기도보다도
아이들에게 바친 사랑이 더 크게 해주시고
소리로 요란하지 않고
마음으로 비를 내리는 일처럼
꽃밭에 물을 주는 마음을 일러주시고
아이들의 이름을 꽃처럼 가꾸는 기쁨을
남 몰래 키워가는 비밀 하나를
끝내 지키도록 해주소서
흙먼지로 돌아가는 날까지
그들을 결코 배반하지 않게 해주시고
그리고 마침내 다시 돌아와
그들 곁에 순한 바람으로
머물게 하소서
저 들판에 나무가 자라는 것처럼
우리 또한 착하고 바르게 살고자 할 뿐입니다.
저 들판에 바람이 그치지 않는 것처럼
우리 또한 우리들의 믿음을 지키고자 할 뿐입니다.
2020. 5.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