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월과 오월 사이에서 (2/3)
청솔고개
6년 전에 떠나온, 내 생애의 아이들에 대한 그리움은 이 계절이 되면 내가 치러야 하는 홍역이다.
청솔고개의 희망편지 제 2신입니다.(2014년 3월 31일 월요일)
여러분! 나의 막내들, 내 생애의 아이들이여!
막내들이여!
오늘 아침 봄 안개와 이슬에 젖은 꽃망울을 보았습니까?
바로 여러분들의 눈망울입니다. 바로 여러분들의 희망의 촉입니다.
여러분은
이른 봄날의 꽃망울과 새 움입니다.
이른 봄을 알리는 새벽의 새소리입니다.
우리들의 희망입니다.
여러분! 오늘 아침에 지는 꽃잎을 보았습니까?
져서 대지를 뒤덮은 꽃잎을 보았습니까?
이 봄에 나는 우리 집 뜰에서 목련과 동백이 꽃망울을 틔우고 활짝 피어서 다시 지는 꽃의 일생을 지켜봅니다.
30년 된 목련이 며칠 동안 초여름 같은 봄 날씨에 천만송이 꽃송이를 활짝 피우더니 어제의 봄바람과 밤사이 봄비로 그만 안타까이 지고 있습니다.
20년 된 동백꽃은 제 몸에서 떼어낸 붉은 상처 같은 꽃잎 덩어리가 군데군데 떨어져 있습니다.
그러나 나는, 슬퍼하지 않습니다.
내 생애의 아이들인 꽃망울, 때가 되면 여러분도 이렇게 피어나고 또 집니다.
그래야 잎은 더욱 무성해지고 열매는 더욱 잘 맺어집니다.
이것이 삶의 순리입니다.
여러분! 나의 막내, 내 생애의 아이들이여!
그러니 꽃이 지는 걸 너무 슬퍼하지는 말아요.
가장 일찍이 피었다가 가장 짧은 생애를 살고 지는 이름 모를 꽃들도 지천입니다. 그들은 조용히 누구의 눈에도 띄지 않고 그냥 사라질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그 아름다움과 소중함은 또 다른 아쉬움과 탄식으로 전해지는 것 아니겠습니까?
문득 지훈님의 낙화 중 이 구절이 절절히 떠오르는군요. 같이 들어봅시다.
‘꽃이 지기로소니/ 바람을 탓하랴.……촛불을 꺼야 하리/ 꽃이 지는데 꽃 지는/ 그림자 뜰에 어리어…… 꽃이 지는 아침은/ 울고 싶어라’
지는 꽃을 보고 존재의 소멸을 슬퍼하는 지훈님의 절절한 심경이 잘 드러나 있군요.
그러나 여러분, 낙화를 보고 아직은 슬퍼하지 말아요. 여러분은 아직 싱그러운 꽃망울이자 새움이니까요.
우리들의 소중한 희망이니까요.
2014년 3월말, 4월초에 청솔고개가 띄웁니다.
2020. 5.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