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아버지!

2019년 봄에서 여름까지 아버지와의 동행 9, 둘째와의 환후에 대한 소통

청솔고개 2022. 7. 10. 00:01

청솔고개

2019.6.8. 엊저녁에는 푹 잤다. 내가 나이 들면서 잠자리에 정말 많이 적응이 돼 가는 모양이다. 아버지 상태도 잘 유지되신다. 새벽에 주치의가 와서 시술까지 안 가도 된다고 다시 확인해 주었다. 이전 병원 심장내과 ㅊㄱㅇ교수와도 충분히 상호 협의된 사항이라고 했다. 정말 다행이고 안심이 된다.

오전에 둘째에게 제 할아버지의 환후에 대해 다음과 같은 요지의 카톡 메시지를 주고받았다.

“종합 진찰 결과 아직 대동맥 판막 시술 할 만큼 나쁘지 않아 일단 약물로 처치하면 된다. 판막, 콩팥, 당뇨, 혈압 등 문제로 폐 물참 증세가 지속되기는 하지만 아직 판막 치환 시술 단계는 멀었다고 판정했다. 약물로도 조절과 치료 가능하다고 한다. 다음 주 화요일 쯤 퇴원 가능하다. 너무 걱정 안 해도 되겠다. 어제 오후 여기 관계 의사들이 모여 회의 결과이다. 이전 병원서는 아무래도 정확한 판단이 어려웠던 듯하다. 다음 주 되면 고향에서 둘째 얼굴 한번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모든 게 감사할 뿐이다.”

이에 둘째가 ‘모든 게 다행이며 결과를 잘은 모르겠지만 그렇게 나빠 보이진 않는다’는 의견을 보였다. 둘째는 내가 항상 고생하며 참 대단하시다고 생각도 든다고 했다.

“그리 대단한 건 아니고 최소한 내 할일을 해야 우선 내 마음이 편해진다. 결국 ‘내 마음의 평화’ 유지 때문이다. 내가 할 일을 힘들다고 누구한테 전가하고 주위를 탓하는 건 내게 맞지 않다. 이건 순전히 내 타고난 성향 같다. 예컨대 5시간 동안 노숙자가 돼 복합환승센터에서 대기해 보기도 하고 첫 지하철 1호선을 05:45에 타고 보훈 병원에 가서 선착순 접수해 본 것이 바로 그것이다. 여기 신촌세브란스까지 앰뷸런스 운전자의 신기(神技)에 가까운 곡예운전 실력에는 경악과 찬탄이 교차되더라. 고속도로든 퇴근 시 시내든 물이 갈라지는 모세의 기적 체험 같더라. 나는 요즘 이리저리 옮겨 다니는 것을 ‘어디어디에서 한 달 나기’ 여행 트렌드를 자연스레 겪어본 셈 친다. 자유여행 하는 기분을 느끼고 싶더라. 여기 심장혈관병동에 와 보니 참 별의별 험악한 병증도 많다. 모두 심장 시술, 수술 후 중환자실에서 나온 환자더라.”

이렇게 아이하고 대화의 창을 열어놓으니 마음이 한없이 가벼워진다.

오전에 첫째 내외가 다시 왔다. 양상추, 복분자딸기, 오이, 치즈, 소스, 건포도, 토마토, 귤, 삶은 계란 등 다양하게 준비해 왔다. 이어서 첫째 누이가 또 왔다. 과일류를 제법 챙겨왔다. 첫째 내외는 제 할아버지 옆에서 좀 있다가 간곡한 위로의 인사를 드리면서 아기 때문에 일찍 가야한다면서 떠났다. 나는 첫째누이하고 나가서 본관 아래 식당에 가서 식사 같이하면서 둘째와 나의 첫째 둘째 생질, 둘째누이의 근황에 대해 이야기 나누었다. 오늘은 모처럼 딸과 여동생과 좋은 시간 보냈다.

저녁 무렵에는 또 둘째 동생이 왔다. 예순 다 돼 가는 나이라지만 내가 보기에 50대 모습이다. 반갑고 정답다. 아버지 옆을 지키다가 식사 같이 했다. 그간 있었던 일, 회사 근무, 휴일 시간 보내는 것에 대해 얘기 나누어보았다. 고향의 아파트에 첫째동생과 같이 소일삼아 농사 지으면서 퇴직 후를 보내는 계획을 제안해 보았다. 동생은 담담하게 듣고 있었다. 식사 후 다시 아버지한테 인사드리고 동생은 떠나갔다. 아버지가 심심하실까봐 휴대용 작은 라디오를 드리고 간다. 배터리가 다 됐을 거라면서 내일 다시 온다고 했다.

새벽에 심장판막 치료 장치와 링거액 등을 다 떼 낸 아버지는 갑자기 자유로워진 바람에 샤워하신다고 했다. 속옷 등을 챙겨드렸다. 덩달아 나도 씻었다. 개운하다.    2022. 7.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