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솔고개
친상(親喪)을 치르고 있는 상주된 친구나 친지를 만나 문상하면 으레 듣게 되는 말이 있다. “친구야, 살아 계실 때 하나라도 잘 해드리고 챙겨드려라.” 그땐 그 말의 참된 의미를 알지 못했는데 지금에야 이토록 내 살 베이듯이, 내 가슴 찔리듯이 아프게 실감한다.
인생 말경에 아버지는 병상에서 무슨 생각을 하시면서 죽음을 맞이하셨을까? 뇌경색이 지나가서 말도 너무 어눌해져서 아버지와 마음 놓고 자유롭게 대화하지 못한 것도 뼈저리게 후회된다. “마니 아파~요!, 밖에 나가고 싶어요…….”처럼 하루아침에 마치 서너 살 유아가 말 연습하듯 하는 어투로 바뀐 아버지를 대하고 있으려면 가뜩이나 몸이 갇혀 사신다는 생각에 젖어 있는데 생각마저 갇히게 된 이 상황에서 아버지께서 얼마나 답답하실까 생각해보았다. 아버지가 당신 생각과 감정을 말로 이으시려고 용쓰시는 그 모습을 뵙게 되면 그만 외면하고 싶어질 때도 있었다. 내가 먼저 답답함의 벽에 부딪치는 듯했기 때문이었다.
이제 이런 아버지의 어린아이 같은 말투도 다시는 이 세상 어디에서도 들을 수가 없다.
지난 8월 2일 아버지와의 마지막 동행이 눈에 선하다. 빈혈 치료를 위해 너 댓 시간 이동을 함께 했다. 아버지는 모처럼의 외출이 즐거운 듯 한 번도 눈을 바깥을 응시하는 데서 다른 데로 돌리지 않으셨다. 그렇게 기력이 쇠잔하셨지만 한 순간도 졸지 않으셨다. 이승에서 마지막 외출이라도 예감 한 듯 부슬비에 젖어가는 산야를 응시하고 있으셨다. 더욱 파랗게 짙어가는 논의 벼 포기를 눈에라도 넣으려는 듯 보고 계셨다. 휙휙 지나가는 은행나무 가로수를 속으로 세고 계셨다. 도시 출입 도로의 이정표를 읽고 있으셨다. 내가 운전을 하면서도 아버지의 용태가 걱정이 돼 자주 백미러로 살펴서 잘 알 수 있었다. 2022. 12.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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