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솔고개
거기에는 두 가지 행태가 드러난다. 그 하나는 외부적인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내면의 충족과 희열을 느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외부에서 주목과 자극을 받아야만 비로소 자기 존재감을 공인 받았다고 인식하는 것이다. 전자의 극단적인 예는 마라토너들이나 알피니스트들은 극한 상황에서도 스스로 정한 목표에 달성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도전하는 경우다. 진정한 알피니스트의 대부분은 외면으로 드러나는 수치 기록이나 명성보다도 스스로 설정한 내적 목표에 도달하는 것을 지상(至上)의 과제라고 생각한다. 그들에게는 설사 그 과정에서 스스로 큰 희생을 치르더라도, 심지어 목숨까지 잃어도 후회하지 않는다는 신념이 있다. 어떤 유명 마라토너는 급기야 뛰다가 길에서 스러지는 것이 가장 큰 행복이라고 공언하기도 한다. 에베레스트 등 세계 최고봉을 정복하려다가 사고로 희생당한 알피니스트들이 속출한다. 모두들 자신의 신념, 가치관, 생애철학을 위해 목숨 걸고 도전하는 데 그 삶의 의미를 찾는 것이다.
이러한 신념을 실천한 대표적인 인물이 있다. 헤밍웨이(Ernest Miller Hemingway)는 제1차 세계대전 이탈리아 전선에서 적십자사 소속의 구급차 운전사로, 스페인 내전에서는 종군기자로 참가하였고, 제2차 세계대전에서는 노르망디 상륙 작전과 파리 해방 전투까지 참가하였다고 한다. 앙드레 말로(André Malraux)는 스페인 내전 당시 의용군으로 참전하고 제2차 세계대전에서는 파리에서 레지스탕스 활동하였으며, 이어서 노경에는 방글라데시 독립전쟁까지 참가하였는데 이들은 활동의 성과와는 무관하게 신념을 위해 전장(戰場)에 투신하는 것도 불사하는 인물들이었다. 2022. 12.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