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솔고개
지금의 4차 산업 사회에서는 모든 부문에서 창조적 혁신이 필요하다. 기제사(忌祭祀)의 문화유산도 마찬가지다. 기존의 한문 축문은 신세대들이 그 내용을 잘 알아듣지 못한다. 기본 틀은 유지한 채, 뜻을 한글로 새긴 축문 방식을 고안하고 얼마 전부터 실시해 왔다. 이에 대해 몇 안 되는 제관들의 반응도 호의적이었다. 다음은 제사의 방식으로 시작하는 시점이 있다. 기존의 방식은 망인(亡人)이 별세한 날 새벽 1시, 이른 바 자시(子時)의 끝 시점을 엄수했다. 혼령(魂靈)들께서는, 하루가 시작되고 천지만물이 잠들어 있어 고요하며 우주의 기운이 충만해 있는 새벽 1시가 지상에 강림(降臨)하기 가장 좋으시다는 것이다.
우리 집안에서도 1990년까지 이를 고수해 왔다. 내 어릴 때 시골집에서의 제사 모습이 생각난다. 큰 채 가운데 있는 대청에 제상을 펴서 제물을 진설하고 한참 아래 마당에는 멍석을 펴는 것이 제사의 큰 그림이었다. 그 멍석은 푹신해서 제관들이 부복(俯伏)을 하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하였다. 우리 집안 제사기일(忌日)은 거의 대부분이 겨울철이라 한겨울 한밤중에 벌벌 떨면서 참례하였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졸음에 겨워 눈을 비비면서 언제 끝나나 하는 것만 고대하였었다. 2022. 12.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