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길

오늘날 제사(祭祀)란 3, 이런 부단한 혁신을 통해서 추원보본(追遠報本)의 추모 정신, 조상숭배, 씨족집단(氏族集團)의 공동체를 유지 계승할 수 있을 것이다

청솔고개 2022. 12. 23. 00:05

                                                                               청솔고개

   이후 해마다 이런 방식으로 진행하다보니 많은 무리가 따랐었다. 이 방식은 적어도 한 세대 전쯤, 한마을에 대소가가 함께 살던 농경시대는 적절하였겠지만 급변하는 오늘날 산업정보화사회에서는 맞지 않다. 우리집안은 4대 봉제사(奉祭祀)라 해서 고조부모님 이하 기제사는 모두 8회나 되었다. 이런 스케줄로 진행하니 입제 날의 제사 준비에서 파제(罷祭) 날의 처리까지를 감당하는 집안의 며느리들은 한두 시간 자면 많이 자는 셈이었다. 문제는 맞일을 하던 우리 내외에서 나타났다. 철상(撤床), 음복(飮福)에다 마지막 설거지 끝내면 새벽 4시가 다 되었다. 잠은 거의 잘 수가 없었다. 다음날 근무에 지장이 많았었다. 아내와 나의 입에서 몇 차례나 당시 제사 파제 일에 장거리 통근하다 당할 뻔한 아찔한 졸음운전의 위험성을 호소하는 언사가 자연스레 삐져나왔다. 그래서 결국 어른들의 배려로 한 시간 당겨져서 자정에 모시게 되었다. 그런 상황이 이어지다 보니 아예 파젯날 저녁 7시로 제사 시간이 굳어졌다. 음복과 저녁 식사를 겸하게 되니 아주 획기적인 조처였다.

   그러다가 그간의 코로나팬데믹을 거치면서 밀집(密集), 밀접(密接), 밀폐(密閉) 등 삼밀(三密)을 금하는 거리두기 방침에 순응하다 보니 굳어져서 이제는 파젯날에 묘소에 가서 제사를 지내는 상황까지 이르게 되었다.

   이런 부단한 혁신을 통해서 추원보본(追遠報本)의 추모 정신, 조상숭배, 씨족집단(氏族集團)의 공동체를 유지 계승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문화유산의 전래와 계승, 차원 높은 정신문화의 가치를 되살려서 후손들에까지 그 명맥이 면면히 이어지고 지속가능하게 될 것이다.    2022. 12.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