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행로(行路)

기다리며 견디며 10

청솔고개 2023. 1. 16. 23:32

                                                                     청솔고개

   이제 가엾고 지친 내 영혼을 위무해가야 한다. 무엇이 나로 하여금 이렇게 지치도록 하고 있는가. 나의 시 구절, “가슴 속에 저벅이는 소금기 같은” 내 영혼, 늦가을의 휑한 바람이 내 소금기 저벅이는 가슴을 훑고 지나간다. 나는 그래서 가장 편안한 잠자리와 같은 죽음도 생각해 본다. 얼마나 달콤한 유혹인가.

   허나 나는 할 일이 많이 있다. 모든 거와 결별하기는 너무 이른 시간이다. 몇 차례 교정을 거닐어 본다. 그러면 솟구치는 마음의 응어리가 조금 내려가는 것 같다. 치밀어 오르는 이 불쾌한 기분, 머릿속에 언젠가 맑은 하늘처럼 사라질 것인가. 그런데 내 56세 생애 중 머리가 저 파아란 늦가을 창공처럼 말끔했던 순간이 과연 얼마나 될까? 함께 가는 것이다. 몸의 상처도 마음의 상처도 함께 가는 것이다. 용감하고 굳세게 동행하는 것이다. 그리고 사랑해야 한다. 나의 심신을 감싸고 있는 이 다정한 상처를. 어디에, 이 세상에 상처받지 않고 오롯이 자란 영혼이 있던가.

   내가 느끼는 각종 증상에 대한 인터넷 검색을 해 보았다. 객관적인 병증들이 파워포인트 식으로 확대되어 나타난다. 그렇다. 굳게 응시하자. “**대 병원 검색, 월~금 전, 후 나누어서 월요일은 *** 의사 오전, 오후 모두 진료”

   자습지도 하고 집에 도착하니 밤 10:50분 넘었다. 피곤해서 샤워하고 운동하지 않고 11:30에 잠들었다. 제발 무사히 잠들게 해 달라고 아내의 손을 꼭 잡고 잠을 청했다. [2007. 11. 21. 화]

   ***정신과 의원을 찾았다. 결국 내가 여기까지 오게 되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마음에 어떤 회한(悔恨) 엄습한다. 면접 상담, 검사 등으로 진단 후, 광선치료와 약물 요법을 같이 하였다. 이제야 마음이 좀 개운해지는 것 같았다. [2007. 11. 28.]      2023. 1. 16.

 -위의 '기다리며 견디며'라는 제목으로 연재된 1~10까지의 자료는 지난 날 살아오면서 예기치 못하는 어려움이나 삶의 고비가 닥쳤을 때마다 무엇을 기다리며 어떻게 겼뎠는지 기록을 통해서 회고한 글이다. 특히 이로  인한 마음의 고통, 즉 우울과 불안증으로 빠져드는 마음의 행로를  추적해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