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정(旅情) 144

끝없이 이어진 길/보일 듯 말듯한 지평선이, 키 큰 나무로 가려진 대 평원을 쉼 없이 달린다

끝없이 이어진 길 청솔고개 새벽 5시에 기상. 여행 중에는 늘 식사 시작 두 시간 전에 깨야 안심이 된다. 이 호텔 객실이 1,200 여개 된다는 말 그대로 미로 같기도 하고 달팽이 속 같기도 하다. 내부 통로를 이용하는 게 참 어렵다. 모두들 식사하러 왔다 갔다 하는 데 헤맨다. 호텔 아침 식사는 늘 멀리 떠나는 여행자의 설렘이 배여 있다. 날이 어제와는 달리 아주 청명하다. 대신 좀 쌀쌀하다. 어제 비 온 뒤라서 그런 것 같다. 긴 소매 티셔츠나 남방셔츠가 필요하다. 길가 민들레꽃밭의 민들레가 더욱 샛노래 보인다. 네바 강의 물빛은 그냥 청록 빛으로 넘실댄다. 먼저 페트로파블로프스크 요새. 네바 강의 강폭이 가장 넓어지는 하구의 삼각주 지대에 있는 토끼들이 뛰 놀던 늪지대에 축주한 요새다. 표트르 대..

여정(旅情) 2020.05.20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봄/일생동안 단 한 순간 스쳐간 사랑도 그 의미를 부여하면 한없이 소중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한다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봄                                                                            청솔고개   여행 3일째. 아직까지도 시작에 불과. 10일이나 남은 여정(旅程)을 생각하니 무슨 부자라도 된 것 같은 심경이다. 그러나 만 하루 만에 이 모스크바를 떠나려하니 마치 톨스토이, 고골리, 푸시킨, 체호프, 차이코프스키 등 세계적인 거장들과 한꺼번에 헤어지는 아득함 같은 걸 진하게 느낀다. 정말 아쉬운 마음으로 모스크바를 떠난다. 이 거장 역사의 도시를 단 이틀도 제대로 머물지 못한 게 참 아쉽다.    엊그제 내렸던 모스크바 셰레메티예보 공항에서 다시 비행기를 탔다. 얼마 안 있어 내 문학적 영감의 큰 줄기인, 도스토예프스키의 『백야』의 ..

여정(旅情) 2020.05.19

모스크바의 거리/우리는 가장 깊은 곳에 자리 잡고 있는 모스크바의 지하철 역 키예프역[끼옙스까야메트로]까지 환승해서 갔다

모스크바의 거리 청솔고개 오월은 봄 여행의 최적기다. 따스한 봄 햇살에 기분 좋게 불어오는 5월의 바람, 가는 데마다 우거진 녹음. 모든 게 풍요롭고 기분이 좋은 계절이다. 나는 퇴직 후 비로소 자유롭게 가장 여행다운 5월 여행을 할 수 있었다. 처음이다. 5월 여행이 너무나 신기하고 실감이 나지 않았다. 비로소 자유인임을 깨달았다. 4년 전, 꼭 이맘때다. 2016년 5월 14일부터 25일까지 러시아의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 에스토니아, 핀란드, 스웨덴, 덴마크, 노르웨이 등 각국의 주요 여행지를 방문했었다. 잘 알려진 여행 명소에 대한 감상과 기록, 정보와 사진은 나 아니더라도 많은 사람들이 남겨 놓았을 테니, 나는 주로 나만의 여행지에 대한 거리와 배경, 자연 풍광에 대해 한 순간 스쳐지나가는..

여정(旅情) 2020.05.18

민들레와 수선화 /수선화는 달밤에 보아야 더 아름다운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민들레와 수선화 청솔고개 어제 고사리 뜯으러 갔다가 정원수가 자라고 있는 산자락 풀밭에 노란 민들레꽃을 보았다. 그 동그랗고 자그마한 꽃들이 보석처럼 정오의 햇살에 반짝이고 있었다. 그 아래 밭둑이 된 언덕에는 가시덤불이 빼곡한데, 그 사이로 수선화가 수줍은 듯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수선화의 흰 머릿결이 봄 햇살에 빛나고 있었다. 문득 수선화는 달밤에 보아야 더 아름다운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4년 전 러시아와 북유럽 여행 때 자주 보았던 민들레꽃밭이 떠오른다. 광활한 대지에 점점이 수놓은 듯한 민들레의 샛노랑이 아직도 내겐 강렬한 인상으로 꽂혀 있다. 다음은 그때의 기록. 엊그제 내렸던 모스크바 셰레메티예보 공항에서 다시 비행기로 꿈에도 그리던 도스토예프스키의 ‘백야’의 배경 상트페테르부르크에 도착했..

여정(旅情) 2020.04.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