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정(旅情)

호주 뉴질랜드 기행 보고서/제3일, 오후, 시드니크루즈코스, 오페라 하우스, 하버브리지, 시드니 시라이프 아쿠아리움, 미세스 맥콰리 포인트, 2016. 9. 24. 토

청솔고개 2020. 10. 8. 14:39

호주 뉴질랜드 기행 보고서/제3일, 오후, 시드니크루즈코스, 오페라 하우스, 하버브리지, 시드니 시라이프 아쿠아리움, 미세스 맥콰리 포인트, 2016. 9. 24. 토

                                                                    청솔고개

   13:00에 크루즈 선상 점심시간 조정을 위해서 근처에 있는 동식물원을 먼저 들렀다. 이름은 ‘시드니 와일드 라이프(Sydney WildLife)’. 호주에서만 서식하는 동식물을 기르고 있다고 안내돼 있다. 기대했던 캥거루는 겨우 새끼 한 마리 볼 정도로 빈약해 보인다. 원색의 파충류 정도가 좀 인상적이다. 코알라도 볼 수 있다고 했는데 뚜렷이 기억나지 않는다. 호주 동물의 야생과 호주의 자연생태계 체험을 좀 엿보기는 했다. 아무래도 그냥 점심시간 조정하는 땜방 같은 코스다.

   마치고 30분 정도 기다려 14:00에 FUSION CRUISES라 쓰인 배를 탔다. 이른바 시드니크루즈 코스인데 좀 축소된 짧은 여정인 셈이다. 이 코스는 선상에서 뷔페식으로 점심 먹으면서 시드니 항구를 둘러보는 것이다. 여행안내 자료엔 런천 클루즈 탑승이라고 돼 있다. 오늘 점심은 선상 이란 의미. 이게 중국인 여행객들이 선점한 뒤라 우리 팀은 마치 남은 찌꺼기 음식을 먹는다는 인상 때문인지 생각만큼 멋있지는 않고 오히려 불편할 지경이다. 점심식사를 마치니 14:40 늦은 점심이다. 밥 먹으랴, 가까이 오가는 오페라 하우스(Sydney Opera House), 하버브리지(Sydney Harbour Bridge) 보랴, 괜히 마음만 바쁘다. 아까 이동할 때 본 시드니의 두 랜드 마크인 오페라 하우스(Sydney Opera House), 하버브리지(Sydney Harbour Bridge)를 두 번째 보는 셈이다. 얼마나 대단히 홍보하고 광고했던지 이 두 건축물은 그 실상에 비해 과분한 명성을 얻고 있다고 생각된다. 그래도 봄 햇살이 찬연히 부서지는 시드니 내항을 크루즈 유람선을 타고 세계적인 명소를 가까이서, 멀리서 완상할 수 있다는 것은 또 다른 상춘(賞春)곡이다. 마음이 평온해지고 기분이 나른하다. 이게 여행자의 행복인가.

   15:20, 배에서 내려 이어서 1988년 개관이래 매년 120만 명이 관람한다는 세계적인 규모라고 설명해 놓은 시드니 시라이프 아쿠아리움(Sydney SeaLife Aquarium)을 향했다. 이곳에는 650종의 해양 생물과 11,000마리 이상의 물고기가 있다고 설명되어 있다. 솔직히 나는 이런 인위적인 사육, 전시 공간에는 근본적으로 관심이 없어서 그런지 이 역시 시간 조정용 같은 느낌이 들기만 한다. 그래도 모처럼 산호초 속에 대형 가오리 떼, 상어 떼가 노니는데 그 속을 거니는 맛은 또 다른 색다름이었다.

   16:30, 이번엔 직접 오페라하우스에 가서 만져 보는 시간이다. 랜드 마크 세 번째 만나는 시간. 우리로 말하자면 한양의 경복궁을 한강 유람선을 타고 한 번 보고, 북악스카이웨이 지나면서 또 한 번 보고 다시 직접 문 열고 들어가 벽도 만져 보는 셈이다. 이 항구가 세계 3대 미항 중 하나라고 소문 난 이유를 가만히 생각해 보니, 아마 거의 흰색, 베이지 색, 비둘기 색에 가까운 건축물 색, 요트 색, 갈매기 색 때문이 아닐까 한다. 아니면 오전에 본 에메랄드, 코발트, 비취 빛깔로 부서지는 바다와 해안의 풍광 때문이던가. 그 옆 하버브릿지도 또 사진의 배경으로 나타난다. 우린 여기서 거의 지칠 만큼 사진을 찍어 댔다. 그래도 결국 나는 남은 시간, 아내를 종용해서 건물 가까이 가서 17:10쯤 오페라하우스의 피부까지 만져보았는데 그냥 평범한 타일일 뿐이다. 이게 관리가 쉽다고 한다. 연한 회색에 가까워서 실제로는 먼지인지 때인지 좀 지저분해 보였다.

    17:20, 바로 근처 미세스 맥콰리 포인트로 이동. 또 그 랜드 마크가 배경. 이번엔 서쪽 역광으로 물든 오페라 하우스, 하 버브릿지. 또 다른 포토 포인트에 불과하다. 랜드 마크 네 번째 만남. 그보다는 여기 사람들의 결혼식 장면이 더 이채롭다. 면사포와 드레스를 입은 네 쌍의 신랑신부가 부케를 쥐고 포즈를 취하고 있는데 이 시간이 오후 6시 다 돼, 석양 무렵이다. 멀리서 보아도 아주 조촐한 식장 풍경이다. 모두 네 쌍인데 하객 모두 합쳐봐야 30명 될까?

   18:00 쯤, 저녁 식사. 오늘 저녁 식사는 한식, 비싼 가격을 치르고 우리 팀이 우리 소주 몇 병 사서, 한 잔 씩 일행들에게 권했다. 뭐라도 나눠 먹는 게 기분 좋다. 저녁 숙소는 역시 같은 호텔 DEVERE다.

   저녁에는 다시 오페라 하우스 앞 광장에서 만나서 하버브릿지를 직접 걸었다. 이 다리는 일명 ‘낡은 옷걸이’

(Old Coathanger)라 해서 멀리서 보면 옷걸이 모양이라고 한다. 아래 조명이 찬란한 오페라 하우스 및 해안 풍광이 취중이라서 그런지 너무 아름다워 급히 걸어가면서도 사진과 동영상을 많이 담아 놓았다. 저녁 식사 때 마신 반주로 취기가 올라서 걸어가는 데 좀 힘이 들었다. 불꽃 놀이한다고 해서 좋은 자리 잡는다고 무척 서둘렀다. 이 남반구의 밤에서 세계적인 명소에서 또 불꽃놀이라니, 모두들의 환호에 나도 답했다. 오면서 근처 노천카페에서 차 한 잔 하고 호텔로 돌아왔다. 정말 잊지 못할 생애의 한 밤이었다.

   가이드북에는 이 시드니를 호주를 한눈에 담고 있는 곳으로 규정하면서 오페라하우스와 하버브릿지, 물에 비친 세인트메리스 대성당, 퀸빅토리아 빌딩의 야경, 파일론 전망대에서 본 시드니 항, 시드니 타워와 모노레일을 한번에, 달링하버의 야경 등을 이른바 포토 포인트(Photo Point)로 선정해 놓고 있다. 시내의 록스·서큘러키(The Rocks Circular Quay)지구는 미로 길에 숨겨진 호주의 보물찾기로 이름 지어 놓았다. The Rocks Square는 호주의 역사 초기 죄수들의 유형지로 암반 위에 조성된 곳으로 주말 마켓이 볼만하며 평일에는 록스의 골목 곳곳에 숨겨진 예쁜 가게나 맛집을 찾아보는 소소한 재미가 있다고 안내하고 있다. 서큘러키(The Circular Quay)는 페리터미널이 있는 곳으로 시드니에서 가장 많은 관광객이 모이는 곳으로 오페라하우스와 연결돼 있어 거리 곳곳에서 예술가들을 만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현대미술관 등, 시드니 시청, 하이드파크, 시드니 타워아이, 호주박물관, 뉴사우스웨일즈 주립박물관도 소개하고 있다. 마담투소, 호주해사박물관, IMAX영화관, 아웃백센터, 중국정원, 더스타카지노 등도 꼭 한 번 둘러보라고 권고한다. 언젠가 조용히 혼자 자유여행 오면 꼭 둘러볼 일이다. 호주 근교 당일 투어로는 우리가 내일 보기로 한 블루 마운틴산맥 탐사가 소개되어 있고 그 외 헌터 밸리 와이너리 투어, 포트 스테판 등이 있는데 나머지 두 곳은 아쉽지만 일정상 후일을 기약해야 할 것 같다.

   호주 전체로 보면 7일 코스에서 30일 완전정복 코스 등 다양하게 소개돼 있다. 브리즈번, 멜버른, 애들레이드, 퍼스, 케언스, 울루루, 대륙횡단 장거리열차 여행, 동부해안 따라 버스 여행 등 다양한 지명과 다양한 코스가 나와 있다. 솔직히 이번은 호주 여행이 아니라 시드니 및 주변 일부 여행이라고 하는 편이 정확하다고 하겠다.

                                                                                                       2020. 10.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