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뉴질랜드 기행보고서/ 제4일, 블루마운틴, 시드니 공항, 뉴질랜드 클라이스트 처치 공항, 2016. 9. 25. 일
청솔고개
여행 제 4일째, 호주에서는 셋째 날로 마지막이다. 새벽비가 살짝 내렸다. 제법 쌀쌀했다. 08:00 호텔에서 출발해서 블루 마운틴 행. 10:00에 도착. 내려가는 레일웨이 탑승하는 곳에서 보니 먼데 맞은편 산록이 그야말로 푸르스름한 기운이 바다처럼 번져있다. 다행히 어제 비 온 후 날이 개서 멀리 아득한 하늘 밑까지도 잘 보인다. 블루마운틴 산맥에서 아주 높은 곳은 1,084미터에서 760미터 정도라고 한다. 가이드는 이어서 피톤치드가 편백나무의 세배나 되는 유칼립투스나무에서 나온 증기가 대기와 만나서 생겨난 푸른빛이라고 했다. 여기에는 그 유칼립투스나무가 지천으로 그 종류만도 70여 가지라 한다. 넓은 바다를 이루고 있다. 내려서 계곡 밑에는 레일웨이 승하차장과 케이블웨이 승하차장을 연결하는 2킬로미터는 워크웨이라 해서 산책로다. 이런 운반 시설은 과거 석탄 탄광 레일을 개조한 것이다.
가이드는 잠시 명상에 몰입한다면서 큰 고사리나무 앞에서 눈을 감게 하고 심호흡을 같이한다. 참 특이한 체험이다. 이게 나는 좋다. 믿어지지 않을 만큼 큰 고사리 나무를 배경으로 사진도 한 장씩 모두 쌍쌍이 찍었다. 워크웨이 옆에는 과거 노다지 석탄 채굴한 흔적을 보여주기 위해서 석탄 원탄을 그대로 진열해 놓고 있었다. 주변은 완전히 밀림이다. 그야말로 고사리, 유칼립투스에서 뿜어져 나오는 청정기운이 그대로 푸르스름하게 번져나가는 것 같다.
케이블웨이(케이블카)를 타고 순식간에 다시 올라왔다. 이 지역을 가이드북에서는 시닉월드(Scenic World)라고 칭한다. 이 운반 기구는 경사도가 평균 52도로 세계 최대라고 한다. 에코포인트에서 자리 잡고 뒤를 보니 멀리 세자매봉이 애달픈 전설을 머금고 있는 것 같다.
원주민의 전설은 다음과 같다. 마왕을 피해 높은 산에 올라와 살던 아버지와 세 딸이 있었는데, 어느 날 세 딸이 아버지의 말을 듣지 않고 마왕 있는 곳으로 갔다가 들켰다. 딸을 지키기 위해 아버지가 주술을 부려서 마법의 지팡이로 딸들을 돌로 변하게 했다. 그런데 자신이 위태로워지자 새로 변해 도망가다가, 실수로 지팡이를 잃어버려 세 자매는 아직도 돌로 남아 있다고 한다. 새로 모습을 바꾼 아버지는 지팡이를 찾기 위해 아직도 이곳 주변을 날아다니고 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멀리서 보면 마치 그 전체적 분위기는 미국 서부의 그랜드캐년 같은데 다만 나무가 계곡 아래 원시림을 이루고 있다는 게 좀 다르다.
좀 과장적이고 자칭 문화전도사라고 하는 가이드는 호주에서는 이렇게 활발하고 역동적이지만 이제 오늘 저녁에 뉴질랜드에 들어가면 그야말로 템플스테이 같은 분위기라고 몇 번이고 강조한다. 그런데 나는 여행에서 그게 더 좋을 것 같다.
11:20~11:25 동안 버스로 타고 잠시 근처 마을에 있는 AVONLEIGH Country House라 간판이 달린, 여기서는 문화적으로 보존의 가치가 있다고 하는 식당에 도착했다. 식당건물은 100년 된 헤리티지재단에 등록된 건물로 25억 원은 호가한단다. 현지 식 스테이크로 점심식사를 했다. 벽에도 거실에도 뭔가 가치가 있어 보이는 그림과 가구들이 범상치 않은 듯했다. 들어가는 입구에서부터 처음 보는 이름도 모르는 화사한 봄꽃이 우리를 황홀하게 한다. 근처 도로 옆집들의 담장과 뜰에도 매화 같기도 하고 목단 같기도 한 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었다. 이곳이 시드니를 여행에서 가장 인상 깊은 명소일 듯하다.
식사 후 12:30에 출발, 13:20 시드니 근교에 다시 도착했다. 살짝 봄비가 또 내린다. 길가 이름 모를 들꽃을 두고 가려니 마음이 애잔하다. 자꾸 뒤돌아 보인다. 봄은 벌써 6달 전에 고국에서 잘 보냈는데 1년에 두 번 봄을 체험한다는 것이 정말 이번 여행의 묘미일 것 같다.
면세점에 들렀다가 시드니 공항에 도착했다. 이제 호주 가이드와는 결별이고 우리끼리 가야한다. 발급한 보딩패스에는 시드니 출발 19:15,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CHRISTCHURCH) 도착, 01:20으로 기록돼 있다.
새벽 1시 20분에 크라이스트처치(CHRISTCHURCH)공항에 도착했다. 주변은 남태평양이 감싸고 있는 아주 남쪽 지역이다. 공항은 아담한 게 작은 규모다. 마치 우리네 시골 버스대합실 같다. 참 멀리 더 남쪽으로 내려와서 더 기온이 쌀쌀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리 심하지는 않았다.
BREAKFREE HOTEL CHRISTCHURCH에서 뉴질랜드의 첫날밤 짐을 풀었다.
2020. 10.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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