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뉴질랜드 기행보고서/제1일, 인천공항, 베이징공항, 2016. 9. 22. 목
청솔고개
여행 준비한답시고 어정대다 보니 엊저녁을 꼬박 새웠다.
05:45에 택시로 터미널에 도착했다.
06:00에 공항버스로 출발, 10:50에 인천공항 도착, 시간이 너무 많이 남는다. 점심은 햄버그로 하고 의자에 앉아서 이런 저런 할 일을 처리했다. ㅊ 내외, ㅇ 내외도 모두 일찍 도착해 있었다. 이제부터 여행이다.
17:25에 인천공항에서 베이징 행 에어차이나 CA126에 탑승했다. 아버지께 전화 드리고 첫째, 둘째에겐 카톡으로 인사했다.
18:03에 이륙했다.
기내에서 잠은 오는데 곧추서서 잠을 청하니 무척 힘들었다. 그냥 사람 몸만 한 공간에 가두어서 옴짝달싹도 하니 못하게 하는 고문 틀 같다고나 할까. 그래도 내가 선택한 행복한 고문(?)이다. 고국과 고향에서의 현실은 벌써 떠나온 거리만큼 까마득히 멀어져간다. 갈수록 여행의 호젓함, 객창감이 내게서 살아난다고나 할까? 나는 이런 내 마음이 참 좋다. 귀속에 작은 이어폰으로 귀가 좀 아픈 것 같지만 모차르트를 듣는다. 엉겁결에 좀 잤더니 살만한 것 같다. 이런 악조건에서 잠 안 오면 어떡하나 하면서 미리 걱정하는 것도 예기불안이다. 수잠이라도 두 시간은 잔 것 같다.
베이징공항에 도착하니 19:45. 바로 환승 통로로 이동, 다시 검색대 통과하는데 무척 까다롭다. 허리띠, 시계, 배터리까지 분리하게 한다. 우리 일행이 최종 검색대 통과하기까지는 거의 한 시간이 걸렸다. 베이징 공항, 대단한 위용을 자랑한다. 얼핏 봐서는 인천공항을 능가하는 것 같다. 아까부터 둘째의 카톡 답신이 없다. 내가 너무 장황하게 아들한테 부담스런 부탁은 한 건 아닌지 찜찜하다. 첫째는 잘 다녀오시라는 인사가 왔다.
공항의 환승 대기하는 데서 모두들 그냥 노숙자처럼 널브러져서 쉰다. 처음에는 이런 상황을 맞이하니 내가 정말 어처구니없는 일정이라고 생각했지만 나중 이야기를 듣고 보니 비용 상 충분히 이해가 돼서 오히려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다. 천생 노숙자다. 이런 체험도 내가 선택한 여행에서나 해 볼 수 있는 거다.
시드니 행 탑승 시간이 거의 한 시간 넘도록 늦어진다. 역시 싸구려라서 그런가. 시드니행에 탑승하기 위해서 다시 갈아타는 버스에 아내가 안 보인다. 모두들 많이 신경 쓰이게 한다.
나중에 확인한 그 전말은 이렇다. 아내가 2층에 올라가 소파에 쉬다가 우리 일행을 놓쳐버린 것이다. 일행에게 약간 걱정 끼쳐 준 게 얄밉기는 했지만 그 미운 감정 보다 무사히 왔다는 게 내심으로는 더 반갑다. 그와 정반대로 내 표정은 나도 모르게 더욱 못마땅함이 된다. 나는 늦게 온 아내에게 일부러 좀 과하게 냉담하게 대했다. 나무라면서 돌아보지도 않았더니 아내가 굳어진 표정이다. 내가 짐짓 다른 것을 포함해서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메시지를 던져본다. 슬쩍 말을 걸었더니 그제야 반색한다. 사실은 좀 불안했었다고 터놓는다. 이런 타국에서 여행 중에 혼자 남겨진다는 게 어떤 건지 좀 뼈저리게 실감해 보았으면 좋겠다. 아내가 조심스레 “같이 가야지 기다렸다가.” 하고 나에게 말하는 게 밉지는 않다. 베이징공항 새벽 2시경 일어난 해프닝.
어쨌든 심야에 공항 불빛은 훤히 빗소리를 비추고 있는데 잠시라도 이산이 된다는 건 참 암담한 상황이라는 걸 새삼 실감했다.
시드니행 비행기에 오르는데 이슬비가 내린다.
좌석 앞 모니터에는 중국 포크송 경음악을 들어보니 마음이 평온해지는 것 같았다. 내 취향이어서 아내에게 듣게 했더니 아내도 처음엔 안 들으려고 하다가 다시 권하니 헤드폰 끼고 들으면서 눈을 감고 잠을 청한다. 살며시 내게 머리를 기대어왔다. 포슬포슬한 머리카락의 감촉이 참 좋고 마음마저 포근해진다.
내 몸이 진동과 졸음에 아내가 건들거리니까 자기 어깨에 기대라 하면서 어깨를 내준다. 이런 아내의 다정함과 섬세함이 큰 매력이다.
Mozart-Symphony NO.35 Andante 선율이 참 부드럽다.
클래식, 모차르트 플루트와 하프를 위한 협주곡 선율, 마음의 평화.
2020. 10.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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