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정(旅情)

풍진만리(風塵萬里), 중국 남부 여행 기록, 첫날 오전, ‘상하이, 상해임시정부청사’/풍운만리 이역에서 이 까마득한 후손은 선열들의 숨결을 느껴보고 현재의 조국 대한민국의 실체를 실..

청솔고개 2021. 2. 6. 23:15

풍진만리(風塵萬里),  중국 남부 여행 기록, 첫날 오전, ‘상하이, 상해임시정부청사’

 

                                                                                               청솔고개

   중국 방문은 이번이 두 번 째, 1999년 베이징(北京) 여행과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마냥 궁금하기도 하고 또 한 나라를 두 차례 방문하는 것은 내게 새로운 여행 방문 기록이 되는 것도 다소 새로운 느낌과 기대가 앞선다.

   8:30. 우리 집 앞에서 <*** 여행사>의 전세 버스에 올랐다. 이미 재직학교 동료교원이 차례로 모두 탑승하니 9:00 정각. 김해 비행장으로 향발해서 도착하니 12:00. 도중 통도사 뒷산 영취산의 겨울 연봉이 오랜만이어서 참 반갑다. 희끗희끗 눈 덮인 산세가 언제 보아도 아름답다. 김해 국제공항 구내식당에서 식사들을 드시면서 조금은 여행의 흥겨움과 기대감으로 분위기가 무르익어 가는 듯 했다. 이어서 곧 출국 수속을 하였다. 중국민항 MU5044는 14:15 좀 지나, 설레는 우리들을 대륙으로 실어간다.

   2시간도 안 되는 항공거리인데도 마치 놀이기구 바이킹 보트 타는 것 이상으로 흔들린다. 중국민항 기장은 난기류로 인한 상황이라는 기내 해설을 계속 하는 것으로 이런 상황에 대한 대처하는 제반 조처 및 서비스가 완비되었다고 보는 듯하다. 역시 문화와 인식의 차이인가, 이제껏 제법 긴 체공 시간을 가져 보았지만 이처럼 심하게 흔들린 적은 처음인 듯해서 불안하기까지 하고 말로만 듣던 중국민항의 악명을 여기서 실감하는가 보다. 다행히 이 여객기에 한국인 여승무원이 4명이나 있어서 우리말로 안내 방송 및 서비스를 해주는 배려에 대해서는 고맙고 우리의 국력을 보는 것 같아서 흐뭇했다.

   상하이(上海) 푸동(浦東) 공항에 16:30 도착, 시차는 1시간 빠르다. 그만큼 버는 시간 같다. 초가을 날씨로는 예상 외로 무척 포근하다. 푸동 공항은 초대형 국제공항으로 쾌적하고 위풍당당했다. 중국의 현주소를 이 공항 하나로도 과시하는 것 같았다. 공항 입구에는 이미 조선족 2세 현지 가이드 C씨가 25인승 중형 버스와 함께 대기하고 있었다.

   다음은 C씨의 중국 안내 일성(一聲)의 내용.

   상해는 물과 과일이 많은 도시, 중국 면적은 960만k㎡ 남한의 96배, 인구 13억, 23성(省) 4직할시, 5자치구(특별시), 56개 민족(55개 소수민족), 한족(漢族)이 전 인구의 92%를 차지하며, 1년에 한 성(省)에서 증가하는 인구가 300만 명이니, 1년에 전체 9,600만 명 인구가 증가한다니 가히 그 규모를 잘 짐작하지 못할 것만 같다. 전역에서 한 달 무호적자가 3-400만 정도 양산된다고도 한다. C 현지T․C(여행 가이드의 별칭)는 이러한 사실들을 다소 어눌한 한국말 표현이지만 준수한 외모로 커버하면서 다소 자랑스러운 듯이 장황하게 설명한다. 이어서 상하이에 대한 소개다. 면적은 6,340만km2, 인구는 1,700만, 연평균 기온 17℃, 7-8월 기온 28℃~42℃, 1월 기온 1℃~10℃ 정도, 이로 봐서는 우리나라 제주도와 비슷하고, 연 평균 강수량은 1,700㎜, 상하이는 양쯔 강[揚子江, 長江] 하류에 위치하고 동북부 및 화북 평야와 함께 중국 3대 평야에 속한다고 소개하면서 이곳의 해발(海拔)이 겨우 4-5m정도이고 지금 건너가는 양쯔강의 지류인 황포(黃浦)강을 중심으로 우리 서울의 강남, 강북으로 나누어지듯이 포동, 포서 지구로 나누어진다고 했다. 푸동 공항은 신개발 지구에 속한다면서 가장 중국답지 않은 도시이며, 특히 곧 상업 운행될 자기부상열차를 가리키면서 세계에서 최초로 기록될 것이라 설명했다. 곧 상하이는 중국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이해하는데 매우 도움이 되는 도시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고 했다. 특히 외탄(外灘) 지역은 건축물의 만국박람회를 방불할 정도로 유럽식 건물 등이 즐비한 곳이라 했다. 얼마 전에 만들어진 동방명주(東方明珠)는 상하이의 명물로서 많은 세계적 지도자들이 반드시 답방하는 곳으로 높이가 468m라 했다. 그간 북의 김정일 위원장도 다녀갔다는 설명을 잊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여수와 경쟁해서 유치에 성공한 2,010년 세계박람회 개최지라는 데에서도 그 국제적 위상을 짐작할 수 있다고 했다. 이 푸동 공항은 바다를 메워서 만든 공항이며 대개 1층은 습윤해서 창고나 부엌으로 이용하고 2층부터 주거 공간이란다. 중국의 3대 특산물은 차(茶), 쑤저우의 비단(silk), 의흥의 도자기이며, 이 상하이의 명물은 황포강, 서커스 공연, 금은 가공이라고 하며 그 물산(物産)의 장대함을 소개한다.

   이번 여행의 성격을 보면 상하이의 중국 거대도시 및 중국 경제 관람, 쑤저우, 항저우의 역사 관광, 구이린의 자연 관광으로 아주 조화롭게 스케줄이 잡혀 있다고 설명했다. 과연 그런지는 보고 난 후에 평가하기로 하고 우선은 부푼 기대감을 그대로 유지하도록 했다.

   상해임시정부청사를 방문했다. 마당로(馬當路)에 있는 3층 벽돌집으로, 1926년부터 윤봉길 의사의 의거가 있었던 1932년 직후까지 청사로 사용하였다고 한다. 대한민국임시정부는 1919년 4월 17일에 조직되었었고, 1932년 5월에 일본의 탄압을 피해 항저우(杭州)로 옮기기까지 여기서 활동했었다. 초라하게 보존되어 있다는 말은 익히 들었지만, 실제 접하고 보니 당시 망국의 슬픔과 국운의 쇄락함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아서 비감하다. 그래도 이 소중한 역사 자료들은 고스란히 보존되어있다고 생각하니 다소 위안이 된다. 1층에서는 관련 영상물을 잠깐 시청하였고, 2,3층은 전시관으로 되어 있어서 둘러보았다. 작가 조정래의 대하소설 ‘아리랑’에서 이곳을 무대로 한 근대사가 절절하게 재구된 것을 떠올려도 본다. 그래도 임정(臨政) 요인들의 우국충정(憂國忠情)은 실감이 잘 안 된다. 다만 이 골목의 낡은 건물에 깃발처럼 나부끼며 즐비하게 걸려있는 빨랫감들이 주는 느낌만은 묘하게 잊을 수 없었다. 위대한 ‘역사’도 어쨌든 ‘일상과 생활’의 한계를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일러주는 것 같다.

   이 낡은 건물에서 김구, 이동녕, 이승만……등 여러 선열들의 의기를 회상해보고 싶다. 그분들의 심중을 일개 필부인 내가 어찌 감히 짐작이나 하랴마는, 그래도 풍운만리 이역에서 이 까마득한  후손은 선열들의 숨결을 느껴보고 현재의 조국 대한민국의 실체를 실감한다. [2003. 1. 20. 월, 오전]    2021. 2. 6.